쿠팡 5만원 '쪼개기' 보상에⋯ '끼워팔기', '마케팅' 비판 봇물..."어디까지 갈 건가"

중요기사 |나기천 기자|입력

쿠팡 상품 5000원, 이츠 5000원, 트래블 2만원, 알럭스 2만원 보상 쿠팡 대표 "책임감 있는 조치 취하는 차원 보상안 마련" 강조 정치권·시민사회, "쿠폰 끼워팔기" "눈 가리고 아웅" "국민 기만" 한목소리 비난

약 3370만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 발생 한달 만에 모회사 미국 쿠팡아이앤씨(Inc.) 이사회 김범석 의장의 첫 사과문을 낸 쿠팡이 그 다음날인 29일 회원 1인당 5만원 규모의 고객보상안을 발표했다.

쿠팡 사태에 대한 국회 상임위원회 연석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나온 보상안인데, 고객 이용이 많은 로켓배송과 쿠팡이츠에 쓸 수 있는 보상액이 전체의 20%(1만원)에 불과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상액의 대부분을 쿠팡에서 부진한 플랫폼에 배정한 것 또한 해당 분야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해자 보상까지 '끼워팔기', '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쿠팡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 고객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보도자료에서 "쿠팡의 모든 임직원은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고객에게 얼마나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쳤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보상안은 고객당 5만원의 구매이용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매이용권은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쿠팡 정보유출 피해 관련 보상안 내용. 쿠팡 제공
쿠팡 정보유출 피해 관련 보상안 내용. 쿠팡 제공

쿠팡은 내년 1월 15일부터 구매이용권을 고객들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지난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이다. 와우회원·일반회원 모두 똑같이 지급한다.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쿠팡의 탈퇴 고객도 포함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실질적인 보상안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숙박 등 여행관련 상품을 파는 트래블과 명품, 뷰티·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알럭스 사용자가 로켓배송·직구나 쿠팡이츠보다 월등히 적은데 보상 비용 대부분이 배정된 데 대한 사용자 불만이 제기된다.

이마저도 보상액이 각각 2만원에 불과해 실제 숙박이나 뷰티 상품을 결재할 때 사용자가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쿠팡 회원은 "사실상 체감 보상액은 최대 1만원이다. 지금껏 구매해 본적이 없는 트래블이나 알럭스 보상액은 안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쿠팡이 보상 대상에 탈퇴 회원도 포함했지만, 정보유출 피해 우려 등으로 탈퇴한 이들이 구매이용권을 쓰려고 다시 가입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는 재가입 하지 않는 정보유출 피해 탈퇴 회원에겐 보상안이 전혀 실효가 없다는 의미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이런 쿠팡의 보상안을 강력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보상이 아니라 국민기만"이라고 했다. "피해자 보상 자리에 자사 신사업 홍보를 끼워 넣은 윤리적 일탈일 뿐"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5만원이라는 금액마저 사용처를 쪼개 실질적 가치와 선택권을 축소한 전형적인 ‘보상 쪼재기’ 수법이다. 할인이 아니라 마케팅비의 지출이며, 이마저도 결국 매출확대를 통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게 어떻게 보상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쿠팡트래블이나 알럭스 같은 쿠팡의 부수적인 서비스에 각각 2만원씩 이용권을 제공하면서 여행상품 서비스나 명품 구입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꼼수라고도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역시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은 서비스 상품에 대한 금액을 보상이라고 받아들일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며 "이는 쿠팡이 보상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보상안은 보상이 아니다.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진정성 있는 보상안을 쿠팡이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쿠팡 사태 관련 국회 연석 청문회를 주도하는 최민희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아무도 쓰지 않는 서비스에 쿠폰 끼워팔기, 눈 가리고 아웅. 책임은 회피하고 위기마저 장사에 이용하려는 쿠팡. 어디까지 갈 겁니까"라고 적었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의 노트북을 경찰에 제출하며 자체 포렌식을 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정황도 이날 전해졌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정례간담회에서 쿠팡이 피의자의 노트북을 경찰에 임의제출하는 과정에 자체 포렌식을 한 사실을 알린 바 없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만약 (쿠팡이) 허위·조작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는 불법, 위법 사안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혐의는) 증거인멸이 될 수도,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중국 현지에서 잠수부를 투입해 강에서 건져 올렸다는 피의자의 노트북을 지난 21일 경찰에 제출했다. 그리고 25일 자체 포렌식을 통해 피의자가 3000여명의 회원정보만 노트북 등에 저장했고 제3자 유출은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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