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3370만 계정 정보가 유출되는 '역대급'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창업자이자 한국 쿠팡의 모회사 미국 쿠팡아이엔씨(Inc)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17일 열리는 국회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다.
최근 사임한 박대준 전 쿠팡 대표, 6개월전 물러난 강한승 전 대표 등도 모두 불출석하겠다고 하면서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 등을 위해 추진된 국회 청문회가 '맹탕'으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4일 김 의장 등이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공개한 불출석 사유를 보면, 김 의장은 "본인은 현재 해외 거주하고 근무하는 중으로 전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함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김 의장과 함께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박대준 쿠팡 전 대표, 강한승 쿠팡 전 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과방위에 보냈다.
박 전 대표는 "본인은 쿠팡 침해 사고에 대해 지난 2일 귀 위원회와 3일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본인이 알고 있는 바를 모두 답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지난 10일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의 책임을 통감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며 "이러한 관계로 본인은 현재 쿠팡의 입장을 대표해 청문회에서 증언을 할 수 있지 않으며, 아울러 건강상의 사유로 부득이 출석이 불가함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5월 쿠팡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뒤 북미 지역 사업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강한승 전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거주 중이고, 사임한 지 6개월이 지나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불출석 입장을 전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하나같이 무책임한 인정할 수 없는 사유들"이라며 "과방위원장으로서 불허하며, 과방위원들과 함께 합당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들도 성명을 내 "'쿠팡 증인 3인방 불출석 사유'는 대한민국 국민을 기망하는 처사로 묵과할 수 없다"며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가적 참사 앞에서 쿠팡 책임자들은 국민과 국회를 외면하고 줄행랑으로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의 불출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국회나 업계 관측이었다. 김 의장이 미국에 거주 중인데다, 지금껏 한 번도 국회에 출석한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정무위원회에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의 '김 의장이 한국에 어느 정도 체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모른다. 올해 만난 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의장 등 핵심 증인 출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회 청문회는 사실상 맹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는 김 의장 등에 대한 고발 등 법적 조처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방위는 지난 9일 전체회의에서 김 의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고발하거나 강제 구인까지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국회는 증인 3인방에 대한 후속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대규모 플랫폼의 경영진이 반복적인 사고와 책임 회피를 구조적으로 할 수 없도록 지배구조 책임 강화, 출석 의무 강화, 해외 체류 책임자에 대한 대응 체계 마련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쿠팡 사고를 언급하며 "앞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 재를 당한다, 잘못하면 회사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는 기업의 반복적이고 중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에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 특례'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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