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layer] 육동휘 본부장 “2026년 ETF 트렌드, 공격형에서 방어형으로 이동”

증권 | 이태윤  기자 |입력

[Key Player Interview] KB자산운용 육동휘 ETF상품마케팅본부 본부장 “2026년은 화려한 테마보다 방어적 투자 유효…자산분배형이나 파킹형 수요 증가” “중소형 운용사, 생존 위해 니치 마켓 공략 필수”…아크 인베스트 사례 들어

KB자산운용 육동휘 ETF상품마케팅본부 본부장. 사진=KB자산운용
KB자산운용 육동휘 ETF상품마케팅본부 본부장. 사진=KB자산운용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국내 ETF시장이 순자산 3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시장의 패러다임이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넘어갔음을 시사했다. 그는 화려한 단발성 성과보다는 끈기 있게 고객 신뢰를 쌓아가는 이른바 '눈사람 전략'을 핵심 전략이라고 제시했다.

4일 육동휘 본부장을 만나 급변하는 ETF 시장의 트렌드와 2026년 시장 전망, 그리고 개인 투자자를 위한 생존 전략을 들어봤다. 육 본부장은 2011년부터 ETF 분야를 맡아온 베테랑으로, 최근 KB자산운용의 상품마케팅본부 본부장으로 임명되며 ETF 브랜드 ' RISE'의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 운용사가 밥상 차리던 시대 끝났다…철저한 '수요자 중심' 시장

육 본부장은 현재의 ETF 시장을 정의하며 "과거 15년 전과 비교해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가 ETF에 첫발을 디딘 2011년 무렵, ETF 시장은 철저한 공급자 위주였다.

육 본부장은 "과거에는 운용사가 코스피200 등 대표 지수를 섹터별로 쪼개 상품을 상장해두면, 투자자가 이를 재료 삼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었다"며 "당시 ETF는 자산 배분을 위한 '툴 박스(Tool Box)' 속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흐름은 반전됐다. 그는 "이제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종목과 테마를 운용사가 발굴하고,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상품화하는 수요자 중심 시장이 됐다"며 "투자자들은 단순한 지수 추종을 넘어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테마나 섹터에 집중하는 상품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KB자산운용은 ETF 조직을 '상품마케팅본부'로 통합했다. 상품을 기획하는 조직과 이를 알리는 마케팅 조직, 그리고 실제 자금을 굴리는 운용 조직이 유기적으로 기능해야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판단에서다. 육 본부장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밝은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공격형보단 방어형 ETF…신흥국 중에선 인도 주목

육 본부장은 다가올 2026년, 시장 환경이 올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25년은 특정 섹터, 특히 AI 테마가 시장을 주도하며 미국과 한국 증시의 상승을 견인했지만, 과연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변동성의 진원지로 미국의 금리 정책을 지목했다. 육 본부장은 "올해 11월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혹은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미 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기 시작했다"며 "2026년은 경제 지표의 안정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증시 등락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품 트렌드 역시 공격적인 테마형보다는 방어적인 상품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올해는 기술주나 성장 테마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면, 내년에는 변동성 장세에서도 마음 편히 투자할 수 있는 자산배분형이나 파킹형 상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투자자들 역시 수익률 극대화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지역 측면에서는 ‘탈 쏠림’ 현상을 예고했다. 육 본부장은 "올해 미국 S&P500과 한국 시장이 좋은 성과를 낸 반면, 다른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부진했다"며 "2026년에는 성과 측면에서 국가 간 격차가 줄어드는 ‘키 맞추기’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신흥국, 그중에서도 ‘인도’를 꼽았다. 육 본부장은 "단순히 성과가 부진했기 때문에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시장의 기초 체력과 성장성을 봤을 때 신흥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과 인도는 시장 성격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도의 시장 구조와 성장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며 "미국 일변도의 투자에서 벗어나 인도 등 유망 신흥국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 변동성 장세를 이기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자산운용 육동휘 ETF상품마케팅본부 본부장. 사진=KB자산운용
KB자산운용 육동휘 ETF상품마케팅본부 본부장. 사진=KB자산운용

◆ "짠 하고 나타나는 대박 상품은 없다"

치열해진 운용사 간 경쟁 속 생존 전략으로 육 본부장은 '눈사람 만들기'를 비유로 들었다. 그는 "시장에 짠하고 등장해 단숨에 성공하는 상품은 없다"고 단언했다.

육 본부장은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는 눈이 잘 뭉쳐지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굴리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눈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며 "좋은 상품이라도 처음엔 주목받지 못할 수 있지만, 지치지 않고 고객과 소통하며 굴리다 보면 어느 순간 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일회성 마케팅보다는 꾸준한 관리와 신뢰가 결국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육 본부장에게 딱 하나만 고르라면 어떤 ETF를 선택할 것인지 묻자 자산 배분형 ETF를 꼽았다. 육 본부장은 "본업이 있는 투자자가 근무 시간에 주식 창만 들여다볼 수는 없다"며 "마음 편한 투자를 위해서는 분산 투자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RISE 글로벌자산배분액티브 ETF'를 예로 들었다. 이 상품은 2023년 6월 상장했다. 순자산은 약 3380억 원이며, 12월 4일 기준 RISE 미국S&P500(27.5%), TIGER KRX금현물(15%),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육 본부장은 "과거에는 ETF를 단순한 투자 수단(Vehicle)으로 여겨 투자자가 직접 주식, 채권, 금을 따로 매수해야 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원스톱(One-stop)' 상품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개인 연금 계좌에서 해당 상품 비중을 100%로 가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K-ETF 시장, 미국 따라간다”

국내 ETF 시장의 중장기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분석했다. 육 본부장은 "한국 ETF 시장은 미국과 약 1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발전해왔다"며 "미국 시장이 블랙록(iShares), 뱅가드(Vanguard) 등 상위 3~4개 운용사가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운용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구조인 것처럼 한국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후발 주자나 중소형 운용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니치 마켓(틈새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육 본부장은 "미국에서도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처럼 파괴적 혁신 기업에 투자하거나, '프로셰어즈(ProShares)'처럼 레버리지·인버스에 특화된 운용사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생존했다"며 "국내 운용사들 역시 대형사를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틈새시장을 발굴해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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