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랩 돌려막기·TRS 꼼수…10대 증권사 ‘위법 종합세트’ [금융사건 디코드]

경제·금융 | 이태윤  기자 |입력

NH투자, ‘옵티머스 펀드’ 51억 원 ‘최다’…삼성증권, TRS 이용한 규제 회피로 2등 ‘랩·신탁 돌려먹기’ 관행, 상위 10개 제재 중 5건 차지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2020년 이후 국내 10대 증권사에 부과된 단일 사건 기준 최대 금전적 페널티는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받은 51억 7280만 원의 과태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삼성증권의 ‘TRS 규제 회피’, 다수 증권사가 연루된 ‘랩·신탁 돌려막기’ 등 상위 10개 사건의 금전적 페널티의 총액은 340억 원에 달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에 발생한 ‘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수탁사로서 ‘투자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로부터 2022년 3월 2일 51억 728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는 2020년 이후 발생한 금전적 페널티 중 가장 큰 액수다. 

삼성증권은 NH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단일 금전적 페널티를 받았다. 2021년 금융당국의 종합검사에서 ‘장외파생상품(TRS)’을 이용해 대주주 관련 법규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등 11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과징금과 과태료를 합쳐 45억 760만 원을 부과했다. 

세 번째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장 최근에 제재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랩·신탁 돌려막기’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8개의 증권사가 연루되어 제재를 받았는데, 단일 사건 기준 상위 10개 제재 중 5건이 모두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사건이다. 과태료 규모는 한국투자증권(44억 9000만 원), 하나증권(34억 3000만 원), KB증권(32억 4600만 원), 미래에셋증권(22억 6000만 원), NH투자증권(20억 원) 순이다.

◆ 증권업계의 관행 ‘돌려막기’ 

올해 2월, 증권사들이 업계의 관행처럼 이어오던 ‘랩·신탁 돌려막기’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기관 제재를 내렸다. 국내 9개 증권사(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하나증권·KB증권·SK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유안타증권)가 모두 제재 대상이었는데, 이 중 자본 규모 기준 상위 10위 안에 드는 증권사가 5곳이나 포함됐다. 

랩 어카운트나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해 실적에 따라 배당하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은 이를 판매할 때 마치 ‘확정 배당 지급’ 상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관행이 있었다. 고객의 랩·신탁 상품 만기가 다가오는데 약속한 수익금을 채워주지 못할 경우, 다른 고객의 돈을 끌어와 메우는 식이다. 이것이 ‘랩·신탁 돌려막기’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고객에게 약속한 수익금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말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사업 보증채무(2050억 원)를 갚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증권사의 랩·신탁 상품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나타나자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착수한 것이다. 

조사 결과, 실제로 ‘돌려막기’ 행위를 해온 증권사들이 다수 적발됐고, 올해 2월부터 3월 사이 각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가 최종 확정됐다. 

◆ NH투자증권, ‘감시자’ 역할 제대로 못해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단일 금전적 페널티 51억 7280만 원을 부과 받았다. 이는 2020년 이후 10대 증권사 중 최대 규모로, 액수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사건의 위중함을 의미한다. 당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이 불확실한 사항을 단정적으로 확실하다고 오인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투자자에게 알렸다”고 지적했다. 옵티머스 펀드의 수탁사였던 NH투자증권은 투자자 자산을 감시·견제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은 2020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020년 이전부터 투자자들에게 ‘부실 자산’을 ‘안전 자산’인 것처럼 홍보했다. 투자자들에게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서류가 위조된 부실 사모사채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된 것으로 드러났다. 

펀드 자금의 98%가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에 투자됐으며, 이 자금은 ‘펀드 돌려막기’나 다른 사업 투자금으로 유용됐다. 결국 자산 부실화로 환매가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후 NH투자증권이 해당 펀드의 최대 판매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NH투자증권은 문제의 펀드 중 총 6974억 원(54개)을 판매했으며, 이중 4327억 원(35개)가 환매연기 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이 수탁사로서 거짓을 인지하거나 최소한 의심했어야 한다고 판단해 제재를 내렸다. NH투자증권은 과태료 51억 원과 함께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3개월 업무정지 처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NH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줬는데 NH투자증권이 펀드 설정을 주도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며, 투자자에게 단정적 판단을 제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도 1심에 동의하며 NH투자증권이 승소했다. 결국 NH투자증권은 금전적 페널티인 51억 원은 납부했지만,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은 면했다. 

◆ 삼성증권, 신용공여·TRS ‘꼼수’로 과징금·과태료 

삼성증권의 ‘TRS 계약을 통한 규제 회피’ 사건은 2020년 이후 10대 증권사 중 단일 금전적 페널티 규모(45억 760만 원)가 두 번째로 크다. 금융당국은 2021년 1~3월까지 실시한 종합검사에서 총 11건의 제재 사안을 적발했다. 이후 2022년 12월 삼성증권에 과징금 33억 2400만 원과 과태료 11억 8360만 원을 부과했다. 

대표적인 위반 사례는 다른 증권사 명의로 금지된 주식(대주주 주식)을 사들여 이익을 챙긴 일명 ‘그림자 주주’ 사건이다. 이른바 ‘TRS 사건’으로 불리는데, 파생상품 계약을 이용해 대주주 관련 법규를 회피한 것이다. 

TRS는 특정 자산(주식·채권 등)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다른 자산의 현금흐름과 교환하는 계약이다. 즉,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수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는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을 직접 소유할 수 없지만, 삼성증권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타 증권사와 TRS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대주주 발행 증권 소유 금지’ 규정을 피해가면서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얻은 셈이다. 

또 다른 대표적 위반은 계열회사 임원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위반이다. 이 사안은 2020년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기했다. 박 의원은 삼성증권이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계열사 등기임원 13명에게 총 1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제34조(대주주와의 거래 등의 제한) 2항은 금융투자업자가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게 신용공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임원에 대해서는 ‘연간 급여액’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중 적은 금액(시행령 제38조에 따라 1억 원) 이내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삼성증권은 등기임원 13명 중 12명에게 1억 원을 초과한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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