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한민형 기자| 때이른 폭설로 갑작스런 추위가 찾아왔지만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 사옥 앞에선 롯데카드조합원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임금 협상에서 노사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한겹 속내를 벗겨보면 경영진들에 대한 불신과 불평등한 처우에 대한 불신 탓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롯데카드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에 인수됐다. 'MBK 인수이후 경영권 악화 → 매각 실패→투자 축소→노사 갈등'이란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인 MBK가 내세운 경영진과 롯데카드 노동조합의 갈등은 사측이 업황 악화에 따른 긴축 경영 등을 내세우면서 노조 측이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배경에 임직원간 불평등한 처우 문제도 자리한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MBK 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임원 수와 임원 1인 평균 급여가 20% 넘게 늘었다. 지난해 조좌진 대표의 급여는 10억4200만 원으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반면 금감원 공시 자료를 토대로 산정한 롯데카드 직원 평균 급여는 최하위이다. 경영진이 실적 악화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떠안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MBK의 경영 능력 부족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MBK는 롯데카드 인수 3년 만인 지난 2022년,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높은 몸값 탓에 입찰이 불발됐다. 이후 매각 시도가 계속되는 동안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실적과 자산 건전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올해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6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60억 원 대비 79.5% 감소했고, MBK 인수 이후 개선되는가 싶던 연체 채권비율도 올해 상반기 말 1.80%로 지난 2022년 6월 말 0.91%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연체채권비율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결국 악화한 경영 실적이 첨예한 노사 대립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단기 수익만 쫓는 MBK의 경영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MBK의 약탈적 투자와 노사갈등, 해고 등의 부작용은 이 뿐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가 대표적 예이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직원들의 실업 문제가 제기되자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강제적 인력 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MBK 경영 체제 이후 직원들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회사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말을 방패막 삼아 실제 해고만 하지 않을 뿐 직원들이 제 발로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통합부서 제도 도입에 따른 업무 과중 현상과 시설 투자 감소로 인한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주요 문제로 꼽힌다. 지난 2020년, 통합 부서 제도가 도입되면서 계산을 하던 직원이 식품 진열이나 물류 배치 등 익숙치 않은 업무에 투입되는 등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시설 투자를 줄이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요인들이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채용이 이뤄져도 10명 가운데 7명은 금방 퇴사해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홈플러스 노조 측 주장이다. 홈플러스 역시 롯데 카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매각처를 찾지 못한 채 내부 잡음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언급대로 'MBK 인수 후 경영 실적 악화→매각 실패→투자 축소→노사 갈등'의 악순환 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MBK가 과거 인수했던 딜라이브와 네파, BHC 등도 모두 유사한 전철을 밟아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MBK가 '적대적 M&A'를 추진 중인 고려아연 역시 내부 임직원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영풍 연합이 경영권을 빼앗게 될 경우 실적 악화를 넘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역할마저 제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 현경영진은 물론, 핵심기술진과 노조까지 나서 MBK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어렵게 쌓아놓은 '비철금속 세계 1위' 타이틀을 잃게 되는 건 물론, 대부분 직원들이 사실상 해고 압박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 인력들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MBK가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전원 퇴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핵심 기술진 이탈이 일어날 경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고, 그 여파로 수많은 임직원들이 해고 압박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롯데카드와 홈플러스 등 이미 수많은 기업이 MBK에 의해 심각한 문제 상황들을 겪고 있는 만큼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