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한민형 기자| 고려아연을 놓고 경영권 분쟁중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이중적 태도가 빈축을 사고 있다. MBK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1.36%(28만2366주)를 추가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앞에서는 고려아연 경영진의 자사주 매수 중단을 위한 법원의 가처분이 유력하다고 외치며, 주가가 횡보할 때 뒤에서 몰래 자사주를 추가 매수한 것이 사모펀드의 전형적 이익 추구 방식이라는 쓴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MBK의 추가 지분 취득 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 시행된 '대주주 사전공시제도' 취지에 법적인 구멍을 적극 활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2차 가처분 앞두고 '언행불일치'…심문기일인 18일 지분 매입 시작
12일 금융투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10월18일부터 11월11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1.36%(28만2천366주)를 추가로 사모았다. 영풍·MBK 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늘었다.
이번 지분 추가 매입시점은 지난달 18일로,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멈추라는 2차 가처분 소송을 낸 후 심문기일과 겹친다.
MBK파트너스는 당시 법원의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진이 진행하는 89만원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다고 시장에 홍보했다.
앞서 기각 판결이 난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 등 배임 문제를 걸고 넘어진 1차 가처분과 달리 (미래 투자를 위해 사용할) 임의적립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게 문제가 크다는 논리를 추가한 것.
MBK측의 이같은 주장에 영향받아 고려아연 주가도 당시 주춤했다. 지난달 18일 고려아연 주가는 8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약속한 89만원까지 오를 수 있었지만 가처분 소송 변수로 추격 매수를 망설이게 한 것이다.
이후 가처분 '기각' 결정이후 지난달 21일 주가는 6.43% 상승하고, 고려아연의 89만원 공개매수가 일단락된 23일을 기점으로 주가는 15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MBK측의 평균매입단가는 103만4401원. 고려아연의 장중 고가 154만3000원에 비해서는 주당 50만원 가량 싼 수준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일반 주주들에게 가처분 승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선포한 이후 주가가 횡보하는 때를 활용해 저가에 지분을 추가 취득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처분 인용 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불가해 경영권 싸움이 끝날 것으로 본 주주들에게 역선택을 유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측이 심문기일 당일 사법부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해 '기각' 판결을 예상한 이후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사전공시제도 대상에 PEF 예외..개정안 '헛점' 지적
이번 MBK파트너스의 지분 취득은 지난 7월 시행된 '내부자 사전공시 의무 제도'를 고의로 회피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24일 내부자의 주식거래에 대해 일반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상장회사의 내부자인 임원 또는 주요주주(10% 이상 주식 보유 혹은 사실상 영향력 행사 기준)가 회사의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경우 30일 전에 미리 공시해야 하도록 관련규정이 바뀌었다.
주요 주주는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 및 기관이다. 지분증권을 포함해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증권예탁증권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보유한 주식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지분으로 전환될 수 있는 지분에 대해서도 사전공시를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연기금과 펀드 등 집합투자기구와 은행, 금융투자회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은 사전공시 의무자에서 빠졌다.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갖춘 상태라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 공시대상에서 빠졌다.
이번 고려아연 사태에서 MBK파트너스가 집합투자기구에 포함되는 재무적 투자자에 해당하느냐는 점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영풍 측과 향후 지분을 교환할 수 있는 풋옵션·콜옵션 계약을 맺은 상태로, 이들이 이번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의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 9월 이미 28% 이상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사실상 영풍과 특수관계자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한편, 금투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여론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할 경우, 양측의 지분 싸움이 다시 점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은 사전공시 의무 대상자로 공시 이후 최소 30일 이후에야 추가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사실상 '한쪽으로 기울어진 싸움'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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