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팬데믹이 주는 교훈

산업 |입력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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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제 식상한 신조어가 되어버렸지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여서 쓴 말이다. ‘소소하다’와 ‘확실하다’는 말은 굳이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허지만 ‘행복’이라는 단어에서는 ‘소소하거나 확실한’ 개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모습이나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느낌이다.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 입력된 정보들이 뇌 안에서의 프로세싱을 거쳐 마음이라는 스크린에 출력된 2차적인 느낌이다. 이 ‘행복’이라는 느낌의 실체는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그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스마트시티가 ‘행살편세’를 지향하고 있다면, 아니 지향해야 한다면, 우선 ‘행복’이라는 느낌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수많은, 다양한 시민, 주민들이 인정하는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인종, 성별, 연령, 그리고 성장 배경, 교육, 사회경제적 위상 등등이 다르듯 ‘행복’이라는 느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공통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심리학자들과 뇌신경 과학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프랑스 출신 티벳 불교 수도승이자 명상가인 리차드 매튜(Richard Matthieu)’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통해 그것을 찾아냈다. (참고: A 69-year-old monk who scientists call the 'world's happiest man' says the secret to being happy takes just 15 minutes a day.) 그 공통적인 요소는 ‘자신이 배려와 돌봄을 받고 있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이런 느낌이 들고 나서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인 팬데믹이 되어버린 상황은‘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느낌이 1도 들지 않게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몰고온 전세계적인 ‘위기상황’은 스마트시티에도 역시 ‘위기’이다. 최근 세계 전문가들은 시티의 기능이 달라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 교수이자 파리 시장 스마트시티 특별대표인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는 “바이러스 확산을 피하기 위해 도시를 침묵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우리 도시의 도시계획이 경제적, 생태적, 사회적 가치의 창출에 유리하도록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미국 MIT의 Urban Science and Planning 교수인 디그나지오(CATHERINE D’IGNAZIO)는 “이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교통체계, 우리의 녹지공간, 우리의 도시 서비스, 우리의 건설된 환경, 그리고 우리의 디지털 도시생활을 불평등에 대한 깊은 고려를 가지고 재설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별, 인종, 이민 등 사회 집단 전반에 걸쳐 탄력성을 설계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지 말라”라고 경고했다.

스페인 도시컨설팅 기업인 안테페르티(Anteveri)의 CEO이자 Smart City Expo World Congress의 큐레이터인 필라 코네사(PILAR CONESA)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Covid-19는 여러 가지 도전을 가져왔으며, 디지털 전환, 재택근무, 공동체 의식 등 긍정적인 변화도 가속화시켰다. 그런 점에서, 기술과 혁신은 유행병의 영향을 줄이는데 결정적이며, 또한 다극적인 지속 가능한 도시를 달성하고, 경제 개발을 강화하며, 디지털 통합과 시민 권한 부여를 촉진하는 것과 같은 몇 가지 목적을 위한 시나리오에서도 중요할 것이다. 동시에 코비드-19는 관광, 산업 등 경제 분야에 급진적인 영향을 미쳐 혁신, 기술, 연구,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경제 발전을 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민간, 연구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스마트시티 전문가들의 진단과 의견을 자세히 살펴보려면 How will Covid-19 change the way cities work? | A conversation with global experts (I) / Technology and innovation in post-pandemic cities: How will priorities change? | A conversation with global experts (II)를 참고하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동안 계획하고 추진, 시행해왔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근본적인 것부터 다시 생각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전세계적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치고 있지만 그동안 놀라운 발전을 이룩해온 스마트 테크놀로지를 통해 그야말로 퀀텀 점프를 하게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식도 궤를 같이 한다. 지난 10일 대전 스마트시티 사업 현장을 방문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그것은 확인된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혁신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이며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며 축적한 기술, 경험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

물론 스마트 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스마트시티 사업"이라며 "주차난, 교통 혼잡, 환경 오염, 치안 악화 등 많은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간담회에 참가한 기업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신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며, 스마트규제혁신 지구를 확대해 지정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한 요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인용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되짚어 보면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바로 민간, 시민, 스마트시티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다. 정부와 기업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만들고 있는, 만들려고 하는 스마트시티에 살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돌봄 그리고 사랑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 지도 모르지만 역시 스마트 테크놀로지를 통해 혁명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스마트 팜과 관련 민승규 국립 한경대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의 농업 혁신을 위한 5가지 제언 가운데 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는 기존 농업인들의 반발을 고려해서 네덜란드처럼 첨단 유리온실보다는 철저히 경제성을 고려한 저가형 스마트 팜부터 시작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I, IoT 등 스마트 테크놀로지는 이미 그런 느낌을 갖게 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한 스마트 테크놀로지를 ‘행살편세’라는 관점에서 조합하고 적용, 구현할 때 비로소 거주하는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돌봄과 배려, 그리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줄 수 있는 스마트시티가 가능할 것이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필자: 이연하.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MSC 국제공인 명상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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