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장은 수조 개의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장내 미생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광대한 장내 미생물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도시 이외에 농촌이나 수렵 채집 사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체내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결과가 도출돼 주목된다고 네이처지 온라인판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대학 연구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팀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부의 수렵 채집 사회 원주민인 하드자(Hadza) 족의 장내 미생물군을 배열하고 이를 네팔 및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미생물 군집과 비교한 결과다.
연구 결과 하드자 족이 다른 도시지역 사람들보다 장내 미생물이 더 많을 뿐 아니라, 서구식 생활 방식이 장내 미생물 군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현대적인 생활양식과 식습관 변화로 인해 장내 유익한 미생물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체 저항력이 약해져 각종 질병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드자 족에 대한 조사에서는 원주민 1인당 평균 730종의 장내 미생물이 발견됐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경우 평균적인 장내 미생물은 277종으로 하드자 족의 38%에 불과했다. 네팔 주민을 대상으로 한 미생물 조사에서는 그 중간 정도의 미생물이 발견됐다. 네팔의 경우 농업 기반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평균 436종의 미생물을 체내에 보유했으며 채집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미생물 종은 평균 317가지였다.
연구팀은 또한 하드자 족의 경우 와인병의 코르크 따개와 같은 나선형 모양의 트레포네마 숙시니파시엔스(Treponema Succinifaciens)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었음도 알아냈다. 그러나 이 박테리아는 캘리포니아 사람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네팔 사람들의 경우 일부에만 이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회가 산업화됨에 따라 박테리아 여러 종이 죽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미생물학자인 저스틴 소넨버그는 “이전 연구에서는 인간의 장내 미생물이 지역과 생활습관에 따라 다른데, 산업화되지 않은 지역 주민의 데이터가 부족했다”면서 “이번 연구는 신흥국과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의 구성원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생물 배열은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격차를 메우고 세계 각 지역사회에 더 많은 참고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산업화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이 산업화된 사회의 미생물보다 더 다양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분명한 수치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과거에 생각했던 차이에 비해 숫자의 격차가 더욱 크고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되는 바다.
연구원들은 2013~2014년 사이의 유아와 친모, 기타 성인 167명의 하드자 족 원주민들로부터 대변 샘플을 제공받아 미생물 군을 배열했다. 그 뒤 2021년 이어진 연구에서 이들의 음식과 식습관이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손넨버그 교수 및 연구팀은 이 샘플에서 박테리아,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세균 및 진핵생물이라고 불리는 그룹의 단세포 유기체를 포함해 인간의 장기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을 찾아냈고 이들로부터 9만 개 이상의 게놈을 배열했다. 이렇게 배열한 미생물 게놈의 약 44%는 통합 인간 위장관 게놈 데이터베이스에 아직 등재되지 않은 것이었다. 하드자 족 샘플에서 복구된 게놈 배열 중 1000개 이상이 알려지지 않거나 지금은 사라진 새로운 박테리아 또는 고세균 종에서 유래했다.
게다가 산업화된 집단 샘플에서 흔히 발견되는 장내 미생물은 종종 산화 반응으로 손상된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내장의 만성 염증이 그러한 손상을 유발하여 해당 유전자에 대한 선택적 공격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탠포드의 미생물학자인 매튜 올름은 "만성 염증 상태에 있다면 장내 미생물 군도 이에 적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유전자는 하드자 족에게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호주 멜버른 허드슨 연구소의 미생물학자인 새뮤얼 포스터는 이 연구에 비 서구지역 인구의 미생물을 연구해 추가하면 인간 장내 미생물 군집에 대한 보다 완전한 그림을 구축하고, 생활방식과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화된 지역에서는 어떤 종의 장내 미생물이 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사라지는 미생물이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산업화가 건강한 인간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무분별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지양하고 자연친화적인 도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주민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번 연구 보고서는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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