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를 가진 모든 사람들은 최소한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한다. 한국의 경우 책임보험 가입은 의무화되어 있다. 가입하지 않으면 날짜 계산해서 따박따박 과태료를 물린다. 그만큼 운전자와 보험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신의 책임이든 남의 책임이든 자동차 사고를 한번쯤은 경험한다. 사소한 사고일 경우 운전자끼리 합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고 규모가 임계를 넘어가면 보험사가 개입한다. 그러면 보험사는 운전자들의 책임을 평가하고 비율에 따라 금액을 나누어 지급한다. 추후 납부하는 보험금은 사고 규모에 비례해 인상된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운전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ADAS는 차량이 현명하게 운전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일 뿐 궁극적인 운전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그러나 레벨4 수준의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차량 탑승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 세계경제포럼(WEF)이 관련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홈페이지 게시글에 따르면 운전 책임의 문제는 자율주행차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도로에 더 많은 자동화된 차량을 내놓음에 따라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말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를 도입한다는 목표 아래 새로운 로드맵을 발표했다. 영국은 이번에 발표한 로드맵에 사고에 따른 보험의 책임 범위도 담았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가 자율주행 모드일 때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 차량(AV) 제조사가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랜트 샤프스 영국 교통장관은 "영국은 획기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앞장설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 연구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모든 장점을 누릴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정부는 추가 연구개발에 3400만 파운드(533억 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새로운 법률로 뒷받침될 영국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은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이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정책 틀을 제정하는 글로벌 패치워크(짜깁기) 방식의 규제체계가 등장하면서 나왔다.
프랑스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전국적인 규제 체제를 승인한 선도 국가 중 하나였다. 9월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차량이 자율주행 중일 때는 운전자의 책임을 면제한다. 독일과 일본 또한 자율주행 차량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수준의 책임 보호를 법제화했다. 한국은 어떨까. 이해관계가 복잡해 법률 제정이나 규칙 마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렇다.
미국에서는 정책 입안이 주정부에 위임되면서 규제 내용이 유사하면서도 제각각이다. 이로 인해 책임에 대한 소재가 다소 모호해졌으며,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로, 당시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은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사상 첫 형사 처벌을 받았다.
그러자 미국 연방정부가 자율주행을 위한 보편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전기준과 책임보호 등 다양한 법적 책임을 명시하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방 의원들은 미국 교통부에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포괄적인 연방 정책을 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WEF의 자동차·신형 모빌리티 산업 담당 매니저인 마야 벤 드로르는 게시글에서 "낡은 규제의 제거는 자율주행 기술의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포용적인 자율주행 차량 정책 면에서 글로벌 리더로 평가받는 영국이 책임까지 규정한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볼보는 지난 2015년 자동차가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될 때 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최초였다.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오늘날 도로 사고의 거의 80%가 인간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다.
책임 보호 문제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에 대한 표준도 시급히 안착해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WEF의 '안전 자율주행 정책 제정'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차량 안전을 위한 이정표를 정의하는 방법에 대한 합의가 여전히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