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안경원 박사 연구팀, 빛으로 동작하는 "퀀텀엔진" 세계최초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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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박사(제1저자/서울대학교. 현 포항공과대학교), 오승훈 박사과정(공동저자/서울대학교), 양대호 박사(공동저자/삼성종합기술원), 김준기 교수(공동저자/성균관대학교), 이문주 교수(공동저자/포항공과대학교)로 이루어진 안경원 박사 연구팀, 초방사 양자엔진 개발...네이처 포토닉스지 게재 - 엔진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가능성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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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포토닉스'에 게재된김진욱 박사(제1저자/포항공대. 왼쪽 사진), 안경원 교수(교신저자/서울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사진: 과기정통부,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안경원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동작하는 초방사 양자 엔진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7월 22일 게재됐다.

초방사(超放射, superradiance)란 양자역학적으로 질서정연하게 구성·행동하는 원자들이 집단적으로 빛을 강하게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초방사 양자 엔진은 강하게 방출된 빛의 압력으로 작동하며, 엔진이 동작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초방사 현상을 켜고 끌 수 있어야 하나 지금까지는 그러한 제어가 불가능했다.

김진욱 박사(제1저자/서울대학교. 현 포항공과대학교), 오승훈 박사과정(공동저자/서울대학교), 양대호 박사(공동저자/삼성종합기술원), 김준기 교수(공동저자/성균관대학교), 이문주 교수(공동저자/포항공과대학교)로 이루어진 안경원 박사 연구팀은 다수의 원자들을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양자 중첩상태로 만들고 그 윈자들의 양자위상을 직접 제어하면, 초방사 현상을 빠르게 켜고 끌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체스판 모양의 나노 구멍 격자를 통과한 일부 원자들을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양자 중첩상태로 만든 후, 이러한 원자들이 두 개의 거울로 구성된 공진기 안에서 빛을 내도록 했으며, 거울은 빛의 압력을 받아 일을 하는 엔진의 피스톤 역할을 하도록 실험장치를 구성했다.

이때, 레이저를 통해 원자들의 양자위상을 제어하여 원자들이 빛을 강하게 방출하는 현상을 빠르게 온·오프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여 원자가 방출한 빛의 압력에 의해 가열, 팽창, 냉각, 수축 등에 따라 양자엔진이 잘 동작하는 것을 관측했다.

자료: 과기정통부.
자료: 과기정통부.

팽창과정에서 엔진의 온도는 15만도까지 올라갔고 그에 따른 엔진 효율이 98%에 달하여, 기존 연구에서 엔진 온도가 최고 1만도, 엔진 효율이 48%였던 것과 큰 대비를 보였다.

서울대학교 안경원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빛으로 동작하는 초방사 양자 엔진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첫 사례”라며, “원자들의 양자 중첩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하여 초방사 현상을 제어하는 기술개발을 통해 원자물리 및 양자정보처리 등의 분야에 기여하였을 뿐 아니라, 엔진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초방사 양자엔진 작동원리
원자들이 나노 구멍 격자를 통과하면 파장 간격으로 배열되어 공진기(두개의 거울로 구성됨) 안으로 들어간다. 

공진기로 들어가기 전에 레이저로 원자들을 양자중첩상태로 만들어주는데 이 때 결맞음을 켜거나 끌 수 있다. 결맞음이 켜지면 원자들이 초방사를 일으키며 강한 빛이 나오고 공진기는 광압을 받으며 팽창한다. 

결맞음이 꺼지면 초방사가 사라지면서 공진기는 수축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엔진이 작동하게 된다.

■ 연구 내용 요약

1. 연구의 필요성
1954년 미국의 물리학자 디키(Robert H. Dicke)는 밀도가 높은 원자 들에서 빛의 방출속도가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빨라지는 현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예측하고 이를 초방사(superradiance)로 명명했다.

초방사에서는 원자들간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자에서 방출된 빛들이 서로 보강간섭을 일으켜 강한 빛을 방출하게 된다. 반면, 일반적인 방사의 경우 각각의 원자에서 개별적으로 방출된 빛들이 서로 보강간섭뿐 아니라 상쇄간섭을 일으키면서 방출된 빛의 세기가 줄어들게 된다. 

초방사 현상은 밀도 높은 원자, 원자/이온 포획, 초전도체 회로 등의 다양한 시스템에서 관측됐다.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하는 양자엔진은 고전 열역학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열역학법칙에 의한 최대 효율인 카르노(Carnot) 효율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양자 중첩 상태로 준비된 연료로부터 동작하는 다양한 방식의 양자엔진이 이론적으로 제시되었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적 현상인 초방사 현상을 이용하여 양자영역에서 동작하는 엔진도 이론적으로 제안됐다.

그러나 이와 같이 양자결맞음을 갖고 있는 연료로 작동하는 엔진이 실험적으로 구현된 적은 아직 없었다.

2. 연구내용
초방사 상태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원자들간의 위상을 제어해야 한다. 연구팀은 공진기 안에서 발생하는 초방사 현상의 빠른 제어에 성공함으로써 초방사 엔진을 실현할 수 있었다.

양자중첩상태의 원자를 준비하기 위해 나노 구멍 격자를 사용했다. 나노 구멍 격자는 10 나노미터 두께의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박막에 가로 280 나노미터, 세로 190 나노미터의 나노구멍 1,000여개를 체스보드 패턴에 따라 791 나노미터(원자가 내는 빛의 파장) 간격으로 뚫은 것이다.

나노구멍 격자에 초속 800m의 바륨 원자 빔을 입사시키고  여기에 수직 방향으로 진행하는 상태 제어용 레이저를 준비해서, 체스보드 구멍을 통과하는 원자들과 공진기 간의 상대적인 위상이 모두 동일해지도록 만들어 원자들을 초방사 상태로 준비했다. 이 때 레이저와 공진기의 상대적인 주파수를 조절하여 초방사를 켜거나 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실험장치를 통해 초방사가 일어날 때 공진기가 팽창하고 초방사가 일어나지 않을 때 공진기가 수축하도록 하여 광압의 차에 의해 엔진이 외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일반 열역학적 엔진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초방사 엔진이 잘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고 엔진의 출력은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초방사 양자 엔진은 비선형적으로 증가하는 출력과 열역학 법칙을 넘어서는 고효율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고성능 엔진 개발에 기여할 수 있으며, 광 기반 역학장치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엔진의 열교환 과정이 양자역학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양자 열역학의 탐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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