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보행자 사망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한국에서의 보행자 사망은 주로 차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보행로를 돌진해 일어나는 사고에 기인한다. 이 중 대부분은 음주 등 운전자에 의한 과실이 원인이다. 운전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보행자 사망은 지속될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스마트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비영리조직 스마트그로스어메리카(SGA: Smart Growth America)는 2020년 미국에서 매일 거의 18명의 보행자가 자동차로 인해 사망해 연간 총 6529명에 달했으며, 이는 2019년 수치보다 4.5% 증가한 것이라는 내용의 연례 보고서(Dangerous by Design 2022)를 발표하고 요약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홈페이지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보행자 사망은 주로 남쪽 지방인 선벨트에 속한 주와 도시에서 많이 일어나, 이곳이 보행자들에게 위험한 장소가 되었다. 특히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흑인 보행자가 백인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2배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추정하자면 유색인종 거주 지역은 빈곤층이 밀집해 있으며 예산 부족으로 인해 교통 인프라가 미진한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행자에게 안전상 가장 치명적인 10개 주는 위험 순서대로 뉴멕시코,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델라웨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네바다, 조지아, 캘리포니아 순이었다. SGA의 교통담당 베스 오스본 이사는 "보행자 사망률은 2009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 2020년까지 무려 62%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의 델토나-데이토나 비치-오몬드 비치 지역은 2020년에 가장 높은 보행자 사망률을 보인 도시 지역이었다. 그 뒤를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테네시주 멤피스, 그리고 플로리다의 탬파-세인트 피터스버그-클리어워터 지역이 이었다. 오스본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평균 치사율을 이전 5년과 비교했을 때 81개에 달하는 도시에서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선벨트 도시와 주들의 치사율이 높은 것은 이 지역의 도시들이 최근 수년 동안 성장세가 눈부셨고 자동차 소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도시 개발의 최우선 순위가 자동차 주행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던 것이다.
뉴욕, 노스다코타, 매사추세츠, 몬태나 등 4개 주와 콜롬비아 특별구(워싱턴 D.C.)는 지난 5년 동안 사망률이 이전 5년(2011-2015년)에 비해 감소했다. 미국의 북부 지역들은 자동차 줄이기 운동과 함께 스마트시티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교통시스템의 스마트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보고서는 또한 인종, 연령, 소득 차이가 보행자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히스패닉, 흑인, 아메리카 원주민 보행자들은 모두 백인 보행자들보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중위 가구의 소득이 연간 4만 4000달러 이하인 지역의 거주민들도 평균보다 높은 비율로 사망했다. 보고서는 이 지역들이 보도, 표시된 횡단 보도, 도보에 적당한 거리 디자인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행자 사망의 60%는 간선도로에서 일어났다. 이 도로들을 개선하면 보행자 사망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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