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도시를 탈출해 원격근무로 도망쳤고, 뒤쳐진 저숙련 노동자들은 경제적 여파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전미경제조사회, 국민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프린스턴, 조지타운, 컬럼비아,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등과 공동으로 연구해 저술한 '원격작업의 지리학'을 배포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기술 스타트업이 밀집한 도시에서 사무실을 이탈했고, 이들의 막대한 지출로 운영되던 주변 사업이나 상공인들이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들 연관 사업체에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연쇄 타격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동시에, 이러한 인구 이동은 도시의 주택 시장에도 부작용을 가져왔다. 고숙련 노동자들이 도시 거주지를 떠나면서 숙련 노동자의 점유율이 높은 도시일수록 임대료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연구진은 이 같은 임대료 하락이 2020년 내내 이어졌고 2021년 1월까지 계속됐다고 밝혔다. 물론 코로나로부터 회복되면서 부동산 임대료가 폭등한 최근의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따.
이런 도시일수록 저숙련 서비스 노동자들의 고통은 배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들은 휴대폰,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질로우(Zillow),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 페이스북,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지출을 추적하는 회사인 어피니티 솔루션스(Affinity Solutions)의 데이터를 이용해 미국 전역의 우편번호에 등록된 사람들의 이동과 소비 습관을 추적했다. 광범위한 전국적 조사였다.
그 결과, 고숙련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지역은 레스토랑이나 쇼핑몰 등 소비자 응대 업소 방문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식당, 커피숍, 술집, 미용실 등 업소들의 지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팀원들은 "고숙련 서비스 노동자들이 도시 외곽으로 이동함으로써 그들의 뒤로 남겨진 도시 경제는 부정적인 결과로 몰렸다"고 썼다. 예컨대 뉴욕의 경우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부유한 지역은 고급 기술 노동자가 적은 브롱크스에 비해 소비자들의 서비스 업체 방문이 두 배나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 지역의 저숙련 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러한 소비 행태의 변화로 고통을 받았다: 대도시의 저숙련 소비자 서비스 노동자들은 시골에 있는 노동자들보다 근로자 한 명당 더 많은 시간을 잃었고 전염병의 경제적 여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썼다.
한편, 구직자들도 더 많은 월급을 버는 것보다 재택근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조사에서는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정규직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조사에서는 코로나19 이전까지 미국 노동자의 약 2.4%가 원격으로 일했으며, 이는 이론적으로 원격 근무가 가능한 37% 중 15%가 채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20년 봄 휴업이 한창일 때, 약 50%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했다.
원격 근무가 불가능한 많은 저숙련 노동자들은 이중의 부담에 직면해 있다. 해고가 만연했던 식당, 접대 등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대중과 교류하는 직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한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도 상시로 노출돼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가 원격 작업이 미국 직장에서 더 보편화된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고숙련 노동자들은 이제 사무실 근처에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때문에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미국 도시들은 노동력의 일부를 잃고 규모가 축소되는 등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결과적으로 대도시들은 높은 기술력의 서비스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노동자들이 지원하는 지역 소비자 서비스 경제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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