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 김나연 기자| 마이크론이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실적 눈높이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산이 범용 D램 공급을 억제하는 가운데 신규 설비투자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는 시점도 늦어지면서 메모리 호황 주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1일 마이크론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1% 증가한 542억 2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3.42달러, 조정 매출총이익률은 87.0%로 집계됐다. 가격 상승세도 뚜렷해 D램과 낸드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0%대 후반, 약 30% 올랐다.
마이크론은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시장 예상치인 568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615억달러(오차범위 15억달러 안팎)를 제시했다. 조정 EPS 가이던스는 38.15달러(오차범위 1달러 안팎)다.
키움증권은 이번 가이던스를 단순한 실적 서프라이즈로 해석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컨센서스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었으며 이번 수치 역시 기존 시장 전망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다음 분기 조정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가 86.25%로 직전 분기보다 소폭 낮아진 점에 대해서도 마이크론 측은 직전 분기에 늘어난 성과급이 재고 원가에 반영된 뒤 매출원가로 넘어오는 영향과 초기 가동 비용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해당 분기를 저점으로 수익성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2027~2028년 공급난 지속 전망…실적 피크 시점 뒤로
업계와 증권가가 더 주목하는 대목은 마이크론이 제시한 중장기 수급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2027년과 2028년 메모리 및 스토리지 수급이 2026년보다 훨씬 빠듯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D램과 낸드의 비트 출하량이 각각 20%대 초반, 20%대 중반 늘어나더라도 공급 제약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마이크론 측은 신규 클린룸 투자를 감안해도 고객사의 추가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수급이 균형을 되찾을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요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장기공급계약(SCA)이 꼽힌다. 마이크론의 전략적 고객 계약은 16건에서 26건으로 증가했다. 이들 계약과 연장 계약에 걸린 고객사의 재무적 약정 규모는 320억달러에 이른다. 잔여계약가치(RPO)도 약 1500억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론은 26건의 SCA가 2030년까지 예상 매출의 3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7년 전체 생산량의 75% 이상도 이미 고객사에 배정됐으며, 현재 진행 중인 공급 협상의 상당 부분은 2028년 물량으로 넘어갔다. 장기 계약 확대로 수요와 매출의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메모리 업체의 높은 이익 수준이 유지되는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HBM 증산·신규 팹 시차가 범용 D램 공급 묶는다
HBM 중심의 생산 전환도 범용 D램 공급을 억제하는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2027년 HBM 공급 물량 대부분의 계약을 마쳤으며 계약 가격도 올해보다 상당 폭 높아졌다고 밝혔다. 2028년까지 HBM 출하량 증가율은 범용 D램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와 차세대 맞춤형 HBM4E인 NVHBM 개발도 진행 중이다. HBM은 단위 생산당 웨이퍼 투입량이 일반 D램보다 많기 때문에 선단 공정 캐파를 흡수해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을 장기화시키는 구조를 만든다. 선단 공정 전환을 통한 웨이퍼당 생산성 개선 폭도 과거보다 줄어 공급 확대 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수급 구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에 실적 방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HBM의 가격 및 물량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삼성전자는 범용 D램의 타이트한 수급을 바탕으로 메모리 전반의 판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다만 마이크론의 HBM4 증산 속도에 따른 점유율 변화는 향후 실적 차별화 변수로 지목된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실제 공급 증가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공급 제약 지속의 근거로 거론된다. 마이크론은 2027회계연도 상반기에 약 250억달러를 투자하고 하반기 집행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지만, 설비투자 증가분의 대부분은 장비 반입보다 클린룸 건설에 투입된다.
아이다호 1공장의 초기 웨이퍼 투입 시점은 2027년 중반이며, 아이다호 2공장과 일본 공장 증설 물량은 2028년 말에야 초기 가동에 들어간다. 뉴욕 공장은 2030년에나 가동될 예정이다. 신규 생산능력은 2027년 중반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되지만, 첫 웨이퍼 투입 이후 의미 있는 수준의 생산량에 도달하기까지 수 분기가 더 걸려 공급 부족을 빠르게 해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국내 메모리 업체의 주가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2027년 호황 지속 여부를 넘어 2028년 이후의 수급 확신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유악 연구원은 "주가의 상승 탄력이 더욱 강해지기 위해서는 2028~2029년 범용 메모리 업황에 대한 확신이 가능해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의 전망대로 2028년 신규 팹과 클린룸의 가동이 시작된 이후에도 공급 제약이 이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피크아웃 우려 역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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