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점심은 싸왔지만 커피는 샀습니다.”
서울 여의도 직장에서 근무하는 30대 A씨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도시락을 챙기지만, 식후 커피는 거의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달라진 건 커피 한 잔을 사기 위해 치르는 가격이다. 예전에는 4000~5000원대 커피를 주로 마셨지만, 최근에는 2000원 안팎의 저가커피를 찾는 날이 많아졌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기 불황기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를 아예 끊는 대신 매일 반복되는 지출의 단가를 낮추는 저가 소비 방식이 국내 커피 시장에서 확산 중이다.
이날 인공지능(AI) 리서치 테크 기업 오픈서베이의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6’에서 메가MGC커피의 최근 한 달 이용률은 71.0%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메가MGC커피는 처음 스타벅스(69.2%)를 앞섰다.
특히 메가커피 이용자는 한 달 평균 7번가량 매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커피가 단순히 ‘싼 커피’에서 일상적으로 찾는 커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A씨가 줄인 것도 커피 자체가 아니라 커피에 쓰는 돈이다. 외식 한 번에 1만원 이상을 쓰는 대신 도시락을 챙겨 점심값을 줄이고, 식후 커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를 찾는다.
그는 “예전에는 거의 매일 밖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요즘은 한 끼에 1만원 넘는 게 부담돼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며 “일주일에 두세 번만 도시락을 챙겨도 식비가 꽤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커피는 줄이지 않았다. 5000원짜리 커피를 2000원짜리로 바꾸면 하루 3000원, 평일 20일 기준 한 달 6만원을 아낄 수 있다. 한 잔을 포기하는 대신 가격대를 낮추는 식이다.
A씨는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해도 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건 일상 습관처럼 돼 있다”며 “커피까지 끊기보다는 매일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대를 찾게 된다”고 했다. 그는 “혼자 마실 때는 굳이 4000~5000원짜리 커피를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커피 브랜드 이용 빈도에서도 나타났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메가커피는 조사 대상 주요 브랜드 가운데 월평균 이용 횟수가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커피를 마시는 목적에 따라서도 나뉘고 있다. 출근길이나 점심 뒤 혼자 빠르게 마시는 커피는 가격과 접근성을 우선하고, 사람을 만나거나 오래 머물 때는 다른 카페를 찾는 식이다. 매일 마시는 ‘생활형 커피’와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카페 소비가 구분되는 모습이다.
A씨는 “친구를 만나거나 이야기를 오래 해야 할 때는 스타벅스 같은 카페도 가지만 회사에서 혼자 마시는 커피는 대부분 저가 브랜드를 이용한다”며 “평일에는 커피 맛의 차이보다 가까운지, 빨리 받을 수 있는지를 더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저가커피 업체들도 가격만 앞세우는 데서 벗어나 소비자가 자주 찾도록 만드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매장을 늘리고 모바일 주문과 적립, 쿠폰 등 멤버십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메가커피는 지난해 앱 개편 당시 가입자 약 650만명, 월간활성이용자(MAU) 3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2년 이후 앱 회원도 매년 약 150만명씩 증가했다.
점심시간이 짧은 직장인에게는 한 잔의 가격뿐 아니라 얼마나 빨리 주문하고 가져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가까운 매장에서 주문하고 적립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반복 이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점심값과 커피값을 동시에 낮추는 소비가 늘면서 커피업계의 고객 확보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 잔의 가격뿐 아니라 소비자의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얼마나 스며들 수 있는지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이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커피를 아예 끊기보다 부담 없이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가격대의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가격뿐 아니라 점포 접근성, 주문 편의성, 멤버십 등이 반복 방문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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