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 대통령실 찾아 ‘현대엔지니어링·남양주시 규탄’ 서한문 전달
수도권 복합상가 시장도 불황인데 여러 논란까지 겹치자 잇따르는 ‘손절 행렬’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건물에서 생활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실은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 물질이 내포된 건축 자재를 쓴 현대엔지니어링에 엄중한 조치를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경기 남양주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수분양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준치를 초과한 라돈이 검출된 자재를 건축에 사용했다며 정부에 엄정 대응을 요청했다. 공사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남양주시에 대해서도 ‘직무유기’를 했다며, 범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능 검출 외에도 허위·과장 광고 논란으로 상가 수분양자들과 시공사·시행사간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의 상황은 참담했다. 입주가 시작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건물 전체 상가 공간의 절반 이상이 비었을 만큼 상권은 죽어 있었다. 건물 내 한 카페 영업점의 사장은 “지금 오후 3시인데 오전부터 온 손님 수를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수도권 복합상가 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마당에 방사능을 비롯한 여러 논란까지 겹치자 상가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더 뜸해진 모양새였다.

지난 4일 오전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수분양자들과 분양사기 피해대책연합은 용산 대통령실 근방 전쟁기념관에서 ‘방사능 기준 초과 자재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자재가 상가 건축에 쓰였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수분양자들과 법률대리인, 분양사기 피해대책연합 관계자가 전쟁기념관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을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모습. 출처=김종현 기자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수분양자들과 법률대리인, 분양사기 피해대책연합 관계자가 전쟁기념관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을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모습. 출처=김종현 기자

◆ 상가 수분양자들, 대통령실에 ‘현대엔지니어링 강력 조치 촉구’ 서한문 전달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수분양자들은 “무엇보다도 우선시돼야 하는 건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이라며 “이런 건물에서 안심하고 장사할 수가 없다. 이는 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남양주시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와 행정조치를 요청했다.

집회 후 상가 수분양자들의 법률대리인이 수분양자들의 동의 서명이 담긴 ‘방사능 폐건축자재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묵인한 남양주시 책임규명 및 엄정 처벌’ 서한문을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전달했다. 다섯 묶음에 달하는 서한문을 받은 김 비서관은 “잘 살펴보겠다”며 관련 사안을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는 건물 석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이 검출됐단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정한 ‘건축자재 라돈 저감 관리지침서’ 실내 기준치는 1.0인데,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석재에서 1.19의 방사능 농도지수가 검출되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한 사안이 언급됐다.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수분양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서한문을 전달받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수분양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서한문을 전달받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건축에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이 검출된 석재가 사용됐다며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남양주시를 질타했다.

문 의원은 “건물의 내외벽, 공용부, 주요 출입공간, 화장실 등 광범위한 구간에서 동일 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일부 구역의 하자가 아니라, 건축물 전반에 걸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오피스텔이라 라돈 측정 의무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며 “남양주시는 아무런 시정명령이나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치한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관할당국인 경기도의 안일한 태도도 비판했다. 문 의원은 “수분양자들과 시민단체는 남양주시의 직무유기에 대해 경기도에 공식 감사 실시를 요청했는데도, 경기도는 어떠한 조사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기준치를 초과한 폐자재가 사용된 건축물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한다면, 법과 행정은 존재 이유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는 오피스텔이어서 라돈 저감 관리와 관련된 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라며 “실내공기질을 측정해서 라돈이 권고치 이상으로 확인되면 현대엔지니어링과 민원인 간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3층 풍경. 가게가 들어선 공간을 찾기 힘들 만큼 공실이 많이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3층 풍경. 가게가 들어선 공간을 찾기 힘들 만큼 공실이 많이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 시장 불황에 방사능 논란까지 ‘이중고’…상가 중 절반 이상이 공실

여러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탓일까?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현장의 상황은 처참 그 자체였다. 2023년 9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상가 공간 중 절반 이상이 공실로 비어졌다. 건물 내 공인중개사에 확인한 결과, 현재 상가 공실률은 74%에 달한다.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내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건물 내 전체 상가 개수가 270개 정도 된다”며 “이 중 70개가 찼으니까 전체의 약 26%만 공실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20년 분양이 한창 이뤄지던 당시 상가를 계약했던 임대인들 중 상가 물건을 다시 내 놓으려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방사능뿐만 아니라 부실시공 등 건물 건축에 여러 논란이 일자 임차인을 받지 않고 건물을 팔고 나가려는 분들이 최근에도 더러 있었다”고 털어놨다.

건물 내부 상황은 더 심각했다. 기자가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무렵이었다. 이때부터 취재를 마친 5시까지 총 3시간여 동안 건물 내부에서 만난 시민들은 50명 남짓이었다. 약 4000평에 달하는 대형 복합상가임에도 찾는 시민들이 없다 보니 입점 상인들의 고민도 깊어져 가는 실정이었다.

식재료를 파는 C 가게의 사장은 “마트나 대형 음식점 등 여러 가게가 들어와야 사람들이 찾고 유동량도 많아지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며 “여기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복합상가 중에서도 공실률이 심각한 곳이 많아서 특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큰 프랜차이즈나 가게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옷가게를 하는 D 가게의 사장은 “손님이 없다 보니 친구나 이웃을 불러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게 일상이 됐다”며 “상가를 분양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여기가 이렇게 문제가 많은 곳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허탈한 심정을 내비쳤다.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층별 안내도. 전체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층별 안내도. 전체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 시행사도 상가 수분양자와 갈등…과장·허위광고 의혹에 법적공방까지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내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방사능뿐만 아니라 분양 당시 시행사가 한 광고도 수분양자들을 기망했다는 의혹을 사는 등 다방면에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E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20년 분양이 한창 진행될 당시 지하에 대형마트가, 지상 3층에 영화관이 입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상가 계약을 진행한 이들이 많았었다”며 “이후 지하에는 대형마트가 아닌 다이소가 입점했고, 영화관도 입주 지정일을 한참 넘긴 시점이 되서야 개관했다”고 말했다.

실제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수분양자들 중 일부는 시행사인 다산 지금디엔씨와 시행 수탁자인 한국토지신탁을 상대로 매매대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과장·허위광고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시행사와 신탁회사는 영화관 입점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입점이 확정됐다고 수분양자를 속여 상가 3층을 1층에 준하는 높은 분양가로 분양받도록 했다”며 “시행사는 2020년 10월 26일 씨네큐 멀티 플렉스 영화관 입점이 확정됐다는 현수막까지 건물 외벽에 내걸었다. 그러나 영화관은 입주 지정일(2020년 11월 10일)이 지나 개관하는 등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출처=김종현 기자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출처=김종현 기자

다산 지금디엔씨 관계자는 “2020년 11월 26일 씨네큐와 영화관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3층 상가 분양가를 책정했고 영화관은 12월 말 개관할 예정”이라며 “계약을 했지만 강제로 입주예정일에 맞춰 영화관을 개관하라고 강제하지는 못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방사능 등 건축 자재 논란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문제가 된 석재는 외장재로 쓰인 재료이고,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는 오피스텔로 분류가 돼 라돈 측정 의무가 없어 명확히 법률에 위반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분양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석재는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의 외장재로 쓰인 것이다. 실내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며 “기준치(1.0)도 외부가 아닌 내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외부 자재의 경우 방사능 농도 측정 기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에서 발생한 과장·허위광고 논란에 대해서는 “관련 사안은 시행사 주관 업무”라며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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