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1구역] GS건설-조합장 유착 의혹 해소가 관건
현대건설 “불법홍보 행한 GS건설에 제재 조치 선행 필요”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조합(이하 성수1지구 조합)이 오늘 오후 대의원회를 열고 지난달 21일 공고한 시공사 선정 입찰 취소 의결의 건을 가결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성수1지구 조합은 대의원회를 열고 지난달 21일 공고한 시공사 입찰 취소 의결의 건을 가결했다. 대의원 123명 중 107명이 참석해 104명이 취소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에 나선다.
현재 성수1지구는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기까지 한 조합장이 GS건설을 과도하게 밀어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총공사비만 2조 1540억 원에 달하는 성수1지구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꼬이는 모습이다.
◆ 조합과 GS건설의 8년여간 이어진 끈끈한 인연
성수1지구 조합과 GS건설의 관계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S건설은 2017년 3월 4일 조합 창립 총회가 열린 성수동 경일중학교 정문에 경축 플랜카드를 걸었다. 화환도 보내며 본격적인 조합원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당시 총회에서 당선된 조합장이 황상현 현 성수1지구 조합장이다.
이후에도 양측은 꾸준히 접촉하며 연을 쌓아왔다. GS건설은 임직원을 파견해 조합 사무실 관계자들과 매주 인사를 나누도록 했다. 당시부터 건설업계는 GS건설 성수1지구 수주전 참여를 기정사실로 봤다. 후발 경쟁사로 누가 들어올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다. 올해 초 성수1지구 재개발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며 저마다 강점을 내세운 설계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 적용 방침을 밝혔고, HDC현산은 시공사가 기획·설계·운영을 도맡아 하는 디벨로퍼형 전략을 내세웠다.
GS건설은 기존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조합원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고급 한우를 먹는 등 입찰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에 고발됐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 “시작만큼 좋았더라면”…입찰과정에서 불거진 이들의 ‘유착의혹’
논란의 중심 ‘성수1지구’를 이끌고 있는 황상현 조합장은 16년간 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2009년 성수1지구 추진위원회 총무이사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7년 조합장에 당선됐다. 2019년 5월 18일 조합원 919명이 참석한 정기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연임을 이뤄냈다.
황상현 조합장은 평소 ‘화합’을 강조했다. 조합원간 단합이 재개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합원 없는 조합은 없다’는 철학을 내세워왔다. 모 언론과 인터뷰에선 “조합장이라는 자리는 얘기를 조율하는 자리일 뿐 어떤 권리도 없다”며 “조합원들이 신뢰해 주는 만큼 서울시가 계획하고자 하는 ‘미래를 선도하는 수변 복합 도시 조성 사업’의 랜드마크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혀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바램과는 달리 조합원들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며 황상현 조합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조합원도 나타났다. 조합 이사회에서 확정된 마감재를 저가 사양으로 변경해 대의원회 통과를 시도하고 공사비 예정가를 그대로 둬 차액을 노렸단 내용이다.
황상현 조합장이 GS건설과 유착관계에 있단 의혹도 터져 나왔다. 일부 조합원은 모임을 만들어 ‘황상현 조합장과 GS건설간 유착의혹’을 제기하는 전단문을 배포했다. 전단문엔 ‘황상현 조합장은 GS건설 홍보직원과 애인처럼 붙어 다니며 황제 대접을 받고 있다. GS건설과 유착관계로 골프와 향응을 접대 받고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GS건설의 도움을 받아 조합장에 당선됐단 의혹도 제기됐다. 2017년 조합장 선거 당시 GS건설이 황상현 조합장을 지원하며 홍보 활동을 대신했고 경쟁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했단 의혹이다.
일방적으로 GS건설에 유리한 입찰지침을 선정했단 의혹도 불거졌다. 2024년 조합 총회에서는 초고층 분야 경험이 부족한 GS건설에 불리하지 않게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낮췄단 주장이 나왔다. 현대건설과 HDC현산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찰지침 초안이 공개됐을 땐 ‘GS건설이 관여하고 수정 지시를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 손해볼 것 없는 GS건설…현대건설·HDC현산은 “불공정하다”
첫 입찰지침이 나왔을 당시 3사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GS건설은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현대건설과 HDC현산은 강력 반발했다.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대안설계, 로얄층 조합원 우선 배정이 막히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현장설명회에 불참했다. 건설사가 성수1지구 재개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현장설명회에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논란이 된 LTV와 대안설계는 HDC현산이 강점을 지닌 분야다. HDC현산은 다른 수주전에서 LTV와 대안설계를 ‘차별화된 무기’로 내세웠다. 올해 중순 시공권을 따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과 수주 목전까지 갔던 방배신삼호 재건축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로얄층 조합원 우선 배정 금지는 현대건설이 강력 반발했다. 로얄층 조합원 우선 배정 금지를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으며 성수1지구 조합에 입찰 지침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 역시 HDC현산과 동일한 이유 때문이다. 조합원 프리미엄 설계 제안은 현대건설의 강점 중 하나다. 올해 초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맞붙은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도 인공지능(AI) 설계 기술을 활용한 프리미엄 조망·테라스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면 GS건설은 느긋하다. 이미 하나은행과 성수1지구 사업 지원을 위한 금융협약을 체결해 LTV 추가 조건 없이도 조합원에 ‘안정적인 금융 지원 가능’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설계나 조합원 로얄층 우선 배정 금지에 대해서도 특별히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과 HDC현산은 공개적으로 GS건설을 규탄했다. 성수1지구 조합의 입찰안내서에 GS건설의 의도가 반영됐단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GS건설이 불법홍보를 벌였다’며 조합에 제재를 요구했다.
현대건설은 “GS건설이 조합과 비밀회동을 갖고 조합원과 개별접촉 및 선물을 제공하며 입찰지침 변경에 반대할 것을 주문하는 등 불법홍보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은 “특정 시공사(GS건설)가 조합원 개별접촉 및 입찰지침 개입을 시도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합이 지나치게 편향적이란 주장도 펼쳤다. 앞선 지난 4일 입찰 지침 완화안이 논의된 대의원회에 앞서 성수1지구 조합이 직원을 동원해 부결을 유도했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현대건설은 “여러 의혹으로 인해 입찰 과정에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