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박영민 대표·배상윤 제련소장 중대재해법 위반 구속영장 청구
'월급 사장'만 사법처벌 되풀이…장형진·장세환 등 오너 책임론 부각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영풍의 유일하자 전부인 석포제련소의 경영진들이 재차 사법 심판대에 서면서 기업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영진들의 사임이 되풀이되면서 경영 안정성이 훼손되고 있어서다.
특히 영풍은 대주주인 장 씨 일가가 대표이사 등에서 물러나고 줄곧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이들이 결국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되는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 처벌 등 사법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장씨 일가가 꼼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난 23일 석포제련소 경영책임자인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6일 석포제련소 내 공장 2층에서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을 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하고 근로자 3명을 비소 중독으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작업 현장에는 유해 물질 밀폐설비 설치 등 안전보건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 우려도 있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석포제련소에서 잇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해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이 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한 근로자가 냉각탑 내부 석고 제거 작업 중 석고에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 8월에도 한 하청업체 직원이 공장 옥상에서 심정지로 사망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1997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사고로 총 15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 측이 환경 오염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개선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들게 한다.
특히 지난 2015년 영풍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22년 이후 환경청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당국으로부터 무려 35건의 제재를 받았다. 올해에만 제재건수는 14건으로, 갈수록 더 잦은 제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망을 포함하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영풍의 전문경영인들은 줄줄이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됐다. 이른바 ‘CEO의 무덤’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22년 당시 이강인 영풍 대표는 대구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로부터 불구속기소됐다. 이 대표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석포제련소에서 총 1,064차례에 걸쳐 카드뮴을 낙동강에 고의로 유출한 혐의(환경 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16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두 차례 연임했지만 결국 2022년 3월 퇴임했다.
박영민 현 영풍 대표 역시 2022년 이강인 전 대표와 함께 카드뮴 무단 방류로 기소됐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와 배 대표가 입건된 데 이어 구속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영풍이 그간 주장해 온 전문경영인 체제가 사실은 오너 일가가 중대재해법 등으로 인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영풍 장씨 일가는 실질적으로 영풍과 그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지만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에서는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다.
10년 전인 2014년만 해도 장형진 고문이 영풍의 대표였다. 하지만 이듬해 3월 임기 만료와 함께 그대로 사임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이유였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2014년부터 시행된 '5억 원 이상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 의무화 제도'를 회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했다.
또 당시 영풍 석포제련소의 광범위한 환경오염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기 시작하자 오너 일가가 일선에서 물러간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린상사 대표 등을 역임하며 제련업에 몸담은 장씨 오너일가 3세인 장세환 부회장마저도 영풍이 아닌 매출 30억원대인 비주력 계열사 영풍이앤이의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이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이제는 영풍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장씨 일가가 책임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과 환경문제 개선을 비롯해 경영환경 개선 등을 위해선 실질적인 자금투입 등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끊이지 않는 환경오염과 사망사고로 그룹의 모태인 석포제련소를 폐쇄하라는 목소리까지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장씨 일가가 10년 가까이 유지한 전문경영인 체제는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기에 영풍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속하는 건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총수 일가가 경영 전반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현재 문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