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이주영 기자| 유럽연합(EU)이 디지털시장법(DMA) 시행 2년을 맞아 공정 경쟁과 소비자 후생 증가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서비스 출시가 늦어지고 보안 위험이 커진 데 이어, 수수료 강제 인하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실증 연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규제 실효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 애널리시스 그룹(Analysis Group)은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이 EU DMA 규제 요구에 따라 지난 2023년 대체 비즈니스 약관(Alternative Business Terms)을 도입해 최대 30%에 달하던 앱스토어 수수료를 평균 10%포인트(p) 인하했지만 앱 개발자의 91%가 가격을 동결하거나 거꾸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애널리시스 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같은 해 9월 사이 대체 비즈니스 약관에 등록한 모든 개발자가 EU 각국의 앱스토어에서 판매한 디지털 상품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등록 이후 수수료율은 평균적으로 약 10%p 감소했다고 밝혔다.
애널리시스 그룹은 이들 개발자는 대체 비즈니스 약관을 도입한 이후 3개월 동안 약 2,010만 유로 수수료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앱 개발자들은 전체 제품의 91%에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즉, 수수료 인하로 인한 절감분이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하라는 형태로 전달되지 않은 셈이다. 연구보고서는 애플이 유럽연합의 DMA법 강제로 인해 대체 비즈니스 약관 도입 이후에도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이익률만 높였을 뿐, 소비자는 수수료 인하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서는 EU 인기 데이팅 앱을 들었다. 이 앱은 애플의 대체 비지니스 약관을 채택하면서 기존 30%였던 수수료가 20%로 감소했지만, 구독료는 11.76유로로 변동이 없었다. 가격을 인하한 비중 역시 전체의 9% 수준에 그쳤으며, 그마저도 인하 폭의 절반은 5% 미만이었다. 수수료 인하에 따른 혜택은 거의 절대 다수가 데이팅앱 회사로 돌아갔으며 소비자 혜택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또한 규제를 통해 유럽연합 출신 개발자와 기업을 보호하는 효과도 거의 없었다. 절감된 수수료 혜택의 86%는 EU내 개발자가 아니라 데이팅앱 틴더, 틱톡과 같은 EU 이외 지역 개발자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수수료 절감 효과를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패턴은 과거 소규모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이나 자동 갱신형 구독 수수료 인하의 경우에서도 반복된 바 있다. 연구팀은 “핵심 기술 사용료(CTF)가 가격 유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도 없다”며 “수수료 구조 변화가 실제 가격 결정에 의미 있는 요인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애플 관계자는 "유럽 디지털시장법(DMA)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유럽 전역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수준을 낮추고, 그들에게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DMA 규제가 혁신가 및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장벽을 만들고, 소비자들을 새로운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공개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의 〈EU 디지털 규제의 이면 – DMA 시행 2년, 성과 홍보에 가려진 현실〉 보고서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보고서는 DMA 시행 후 애플 인텔리전스가 6개월, 메타 스레드는 5개월, 구글 AI 오버뷰는 10개월 이상 출시가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능은 EU에서 아예 제공되지 않고 있다.
또한 △검색·지도 서비스 연동 해제로 인한 불편 증가 △서드파티 앱스토어 도입 이후 포르노 앱 확산 △상호운용성 의무로 인한 프라이버시 노출 등 소비자 불편과 보안 위험이 오히려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적 충격도 상당하다. EU 서비스 산업 매출 손실은 최대 1,140억 유로로 추산되며,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3,500유로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규제가 오히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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