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식품기업 A社의 甲회장은 소스 원재료업체와 계약 후 소스 제조법 유출 방지 위해 4년간 원재료를 친족이 경영하는 유통업체 C社 통해 납품받았다. 검찰은 유통과정에 C社를 끼워넣고 시가보다 고가 구입하여 B社에 17억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乙회장을 특경법 배임죄로 기소했고, 1심은 징역 3년 선고했으나 2심·대법원은 무죄 판결 내렸다. 특경법상 피해액이 5억 이상인 경우 형량이 3년 이상 징역인데, 이는 강도, 상해치사, 유기치사 등 중범죄에 해당하는 형량이어서 그간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된 가운데, 경영자의 배임죄 책임의 모호성이 의사결정을 위축시킬 수 있어 이사의 경영판단 책임을 경감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19일 발표한 ‘배임죄 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합리적 경영판단에 대한 면책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등 이사회 의사결정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배임죄 개선이 시급하다”며 배임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배임죄 무죄율, 전체범죄 두 배
보고서는 법원행정처 사업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4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배임·횡령죄의 무죄율은 평균 6.7%로, 형법 전체 범죄 평균(3.2%)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배임죄 무죄율이 높은 이유로 △침해범 대신 위험범 적용, △미필적 고의 적용 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구성요건을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 배임죄는 형법·상법·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3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특경법상 가중처벌의 전제가 되는 기본범죄 적용 요건에 상법상 특별배임죄가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상법에서 특별배임죄는 사문화돼 형법상 업무상배임죄가 주로 적용되고 있다.
◇ 35년째 제자리인 특경법 기준...현실화 필요
보고서는 특경법의 배임죄는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기준을 적용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경법은 1990년 법 개정이후 약 35년 동안 ‘이득액 5억·50억원’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당시 5억원과 15억원은 현재 화폐가치로 약 15억·150억원에 해당한다. 상의는 “고액 범죄와 동급의 형량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현실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고소·고발이 비교적 용이해 경영 실패조차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며, 민사적 분쟁을 형사수단으로 해결하려는 악용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 특경법 가중처벌은 우리나라가 유일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 제도의 특수성이 부각됐다. 미국·영국은 배임죄 조항이 없고 주로 사기죄나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규율한다. 독일·일본은 형법·상법 차원에서만 규정하며, 우리나라처럼 특별법으로 가중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이에 따라 국내 특경법상 배임죄 형량은 강도·상해치사와 동일하거나, 50억원 이상 이득 시 살인죄에 준하는 수준까지 높다.
상의는 개선방안으로 △특경법·형법 업무상배임죄·상법 특별배임죄 폐지 또는 현실화 △경영판단 원칙의 법제화 등을 제시했다. 경영판단 원칙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와 주의의무를 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미국·영국·일본은 판례로, 독일은 법률로 명문화해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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