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발표 전에 우려를 표명했던 ‘스마트시티’ 추진 주체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들의 우려처럼 이 정책은 일견 ‘스마트시티’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 크지 않은 크기의 글자로 35쪽에 걸쳐 빼곡하게 정리된 종합계획에서 ‘스마트’라는 단어는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야 할 정도 적게 나온다. 그런데 반응은 예상보다는 잠잠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배포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니 그럴 만 하다. 아니 오히려 크게 환영하는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할 만큼 그야말로 ‘한국판 스마트 뉴딜’ 종합계획이라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그 이유는 ‘한국판 뉴딜’이 추구하는 목표를 글로벌 메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똑똑한 나라’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똑똑한 나라’라는 문구에서 ‘똑똑한’은 영어로는 일반적으로 ‘smart’로 표기된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스마트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종합계획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디지털’과 ‘그린’은 ‘스마트’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특히 이 종합계획은 ▲스마트 산업 ▲스마트 정부 ▲스마트 국토, 모두 ‘스마트’라는 단어를 수식어로 붙인 세 분야에서 기대효과를 적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스마트 산업에서는 데이터 시장 43조원, 스마트병원 18개, 재택근무 도입율 40%, ▲스마트 정부에서는 공공서비스 디지털 전환율 80%, 행정ㆍ공공클라우드 전환 100% 그리고 ▲스마트 국토에서는 정밀 도로지도(4차로 이상 지방도), 스마트상수도(광역 48, 지방도 161)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 108개 등의 실현을 통해 “안전ㆍ편리한 ‘똑똑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항목으로 교통ㆍ방범 등 CCTV 연계 통합플랫폼 구축(108개), 스마트시티 솔루션(스마트 횡단보도,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드론 배송 등) 확산 및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조성(2개소)을 담고 있다. ‘스마트시티’ 추진과 관련된 주요 요소들도 거의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테크놀로지와 그것을 구현하는 산업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그야말로 ‘역대급’ 지원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스마트시티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를 필두로 곳곳에서 스마트 테크놀로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스마트시티와 관련 또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스마트시티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스마트 테크놀로지만으로 목적이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스마트시티 추진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강력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추진되었지만, 시민들의 평가와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IMD와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디자인 대학(SUTD) 팀이 개발한 Smart City Index에 따르면 난징(55위), 광저우(57위), 상하이(59위), 베이징(60위)를 포함하여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 정부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은 중국의 여러 도시가 경우이다. 이들 중국 도시들은 IMD-SUTD가 2019년 전세계 102개 스마트시티 추진 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간 정도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 같은 결과를 IMD-SUTD는 스마트 테크놀로지의 채택만으로 도시가 스마트시티가 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기술만으로는 ‘행살편세’ 스마트시티가 될 수 없다는 사례는 또 있다. 도시 경관을 재설계하기 위한 야심 찬 프로젝트에 착수한 도시인 파리가 그 예로 꼽힌다. '리인벤터 파리(Reinventer Paris)'라고 불리는 이 시책은 시민들로부터 낡고 폐허가 된 건물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개조할지에 대한 제안을 받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와 함께 벨리브(velib) 공공자전거 공유프로그램은 혼잡 해소와 대기오염 저감을 목적으로 약 1만4000대의 자전거를 도시 전역에서 상시 이용하도록 도입했다. 그러나 도입 5년이 지난 지금도 시민들은 혜택을 못 느끼고 있다. IMD의 스마트시티 지수에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파리시의 기술 능력 부문에서 파리를 세계 102개 도시 중 51위로 평가됐다. 조사에 응답한 파리 시민들은 "대기오염은 문제가 없다"는 항목에 대해 100점 만점(0점은 '전혀 동의하지 않음', 100점은 '완전 동의')에 22점을 주었다.
대부분 새로운 스마트 테크놀로지의 채택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도시들은 IMD의 스마트시티 지수에서 상위에 오르지 못했다. 도쿄(62위), 뉴욕(38위), 텔 아비브(46위)가 대표적인 도시로 꼽혔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느 정도일까? 바로 텔 아비브 다음인 47위였다.

스마트시티를 위한 첨단 기술은 무척 다양하다. IOT, AI 등으로부터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스마트 신호등, 스마트 에너지 미터기, 스마트 전구, 온도조절기에 이르기까지 하루 24시간 내내 우리의 모든 생활 활동이 모두 기술의 적용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시티의 구현은 ‘스마트한’ 첨단기술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번창하고 안전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보고서도 역시 디지털 기술이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국가와 도시는 효율적으로 스마트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시티의 기술은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때만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도시들과 시민들이 점점 더 열악해지는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 테크놀로지를 먼저 생각하고, 구현한 후, 사람들이 그것에 적응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인간의 문제와 인간의 필요에 맞춰 그것들을 적용하는 ‘스마트한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스마트 국가,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역대급’ 정책이 발표되고, 실행될 우리에게 이러한 IMD의 스마트시티 인텍스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앞으로 5년 동안 총사업비 160조원(국비 68.7조원)이 투자될 ‘스마트 국가(똑똑한 나라)’ 창출과 스마트시티 구축에 있어서 근간이 될 스마트 테크놀로지가 국민과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시티 구축은 ‘시민중심 자기조직화를 통한 의사결정 체계로 공급자(행정)중심의 문제 해결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시민) 중심의 문제 해결을 위한 추진체계’를 의미하는 리빙랩 구축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실제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그 도시를 방문하는 시민들의 ‘행살편세’를 위한 요구에 대한 세밀한 조사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중국의 스마트시티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이연하.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MSC 국제공인 명상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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