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조명과 예술, 중앙광장…노르웨이 베르겐 자전거 전용 필링스달렌 터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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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스달렌 터널 개통식에 참여한 주민들. 사진=액티브시티즈
필링스달렌 터널 개통식에 참여한 주민들. 사진=액티브시티즈

노르웨이 베르겐은 1300년대까지 북유럽 상업을 지배했던 한자동맹의 중심지였다. 북해 피요르드 해안에 자리잡은 ‘7개의 산 사이의 도시’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 인구 27만 명의 도시 베르겐에 최근 독특한 명소가 등장했다. 지난 4월 산을 관통한 3km 길이의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도로 필링스달렌(Fyllingsdalen) 터널이다. 시정부는 필링스달렌 터널이 ‘세계에서 가장 긴 자전거 전용 터털’이라고 자부한다. 실제 미국 워싱턴주에는 이보다 더 긴 스노퀼미 터널이 있지만 이는 철도 터널을 개조한 것이다. 

필링스달렌 터널이 명소로 등장한 것은 자전거 전용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막히게 창의적인 조명 장치와 여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색상의 환상적인 빛, 그리고 여러 예술적인 디자인들과 장치, 광자 등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출구에 다가서면 멋진 산의 풍경이 반긴다.

CNN, 스미소니언, 블룸버그 등이 잇따라 이 터널에 관심을 갖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보도하거나 알렸다. 사이클링 옹호자인 네덜란드 거주 작가 멜리사나 크리스 므런틸릿 등이 이 곳을 방문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터널은 또한 건강하고 기후 친화적인 독창적인 인프라다. 베르겐의 분주한 도심과 산 반대편의 신흥지역을 차량 없이도 연결해 주기 때문에 실용적이기도 하다. 3km면 도보로 통과하는 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베르겐의 경제와 사회활동은 현재는 부티크와 갤러리가 밀집한, 오래된 목조 건물로 가득찬 항구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산들로 둘러쌓였기 때문에 도시는 조밀하고 컴팩트하게 유지됐다. 그리고 자동차가 보급되면서는 산을 넘나드는 이동이 가능해졌다. 자동차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다. 그런 베르겐에서 필링스달렌 터널은 모빌리티 부문에서 자동차 중심을 벗어나고 탄소 제로를 이루는 혁신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베르겐 시정부는 두 개의 경전철 노선을 건설하는 등 자동차 대체 수단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 승용차에 대한 통행료 징수, 보도 확장 등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베르겐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교통량을 30% 줄인다는 목표다. 필링스달렌 터널도 그 일환으로 건설된 것이다. 

베르겐은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베르겐의 교통 부문에서 자전거의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언덕이 많은 지형도 이런 여건에 한 몫 했다. 

필링스달렌 터널 건설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다. 새 경전철 노선을 만들면서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를 위한 우회 경로가 필요했는데, 477m 높이의 산이 가로막고 있어 돌아가는 경로를 만드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터널은 그렇게 탄생했고, 40분 걸리는 이동 시간을 15분으로 단축시켜 주었다. 내부 온도는 연중 섭씨 7도를 유지하고 있다. 

터널 내부는 쾌적하다. 자전거 도로는 충분히 넓고 도로 옆으로 조깅과 걷는 사람들을 위한 보도가 있다. 보도는 고무 화합물로 만든 트랙이며 밝은 파란색으로 코팅돼 있다. 머리 위로는 다채로운 조명이 빛을 발한다. 수백 미터마다 무지개 색깔의 색조로 비추며 순환한다.

중간 지점에는 벤치와 인공 해시계가 설치돼 있다. 나선형의 밝은 조각품도 설치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론을 나눈다. 공동체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르겐 시정부는 이곳을 중앙공원이라고 부른다. 앞으로는 공개 행사와 축하 공연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필링스달렌 터널은 산 넘어 남쪽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8km 길이의 새로운 자전거 도로로 이어지게 된다. 또 다른 철도 터널이 자전거 전용 터널로 개조돼 연결된다. 베르겐은 앞으로 자전거 친화 도시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베르겐의 자전거 육성 정책은 노르웨이 국가 정책과는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보인다. 노르웨이 정부는 저렴한 주차비와 통행료를 부과하면서 전기차를 구매하면 수만 달러를 할인받을 수 있는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정책은 전 세계 으뜸으로, 현재 노르웨이에서 판매되는 신차 5대 중 4대 이상이 전기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겐의 사이클링 육성 정책은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노르웨이 정부 차원의 지원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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