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영원한 화학물질’로 알려진 독성 물질의 편재성은 잘 알려져 있고 연구도 많다. 이제 의학 연구자들은 이 화학물질이 인체 내부에서의 여과 시스템의 핵심인 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간연구저널(Journal of Hepatology)의 자매지인 JHEP리포트(JHEP Reports) 최신호에 발표된 동료 검토 연구에서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켁 의과대학(Keck School of Medicine)의 연구원들은 화학 물질인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노출된 사람들이 산에 가장 적게 노출된 사람들보다 간암에 걸릴 확률이 4.5배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보고서 요약 내용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기관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영원한 화학 물질’의 영향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는 2015년 이후 꾸준히 발전해 왔다. 연구자들은 화학 물질(PFAS)로 알려진 과불화합물(퍼플루오로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의 다양한 종류가 미국의 일반인으로부터 채혈된 혈청 샘플의 95% 이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지난해 과학자들은 에베레스트 산 정상의 눈과 빙하가 녹은 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PFAS의 존재에 주목했고 이번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PFAS는 환경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느리고 인체 및 기타 유기체에 지속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부른다.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는 팬, 청소 제품, 직물 및 카펫의 얼룩 방지 코팅과 같은 가정용품에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PFAS는 특정 암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면역 체계 반응을 억제하며 생식 능력을 감소시키고 어린이의 발달 지연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연구에서는 동물의 간암 발생을 PFAS와 연결했지만, 이번 연구는 인간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간암인 간세포 암종을 영원한 화학물질과 연결시킨 최초의 연구 중 하나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의 제시 굿리치 환경역학자는 팀이 1999-2000년에 수행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에서 참가자로부터 수집한 혈액 샘플을 조사한 다음 해당 참가자의 20년 건강 기록을 추적했다고 연구 과정을 설명했다. 굿리치와 동료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 간암 진단을 받은 50명의 참가자를 식별하고 이들의 20년 건강기록과 2020년 수집된 혈액 샘플을 암이 발병하지 않은 다른 50명의 그것과 비교했다. 그 결과 2000년 혈액 검사에서 PFAS에 노출된 참가자의 상위 10%가 노출이 가장 낮은 사람들보다 간암 발병 위험이 4.5배나 더 높았다. 암에 걸리기 전에 높은 수준의 화학물질을 혈액에 안고 있었고 이것이 일정부분 암 발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임상 실험이었다. 굿리치는 "이는 무작위적인 우연이 아니라 실제로 암과 관련된 PFAS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PFAS가 간의 정상적인 대사 기능을 방해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도 알아냈다. 이 연구는 지방간 질환이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2030년까지 미국 성인의 거의 3분의 1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학술원은 혈중 PFAS가 밀리리터당 2나노그램인 경우 고콜레스테롤 및 유방암에 대한 정기 검진을 권장한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 정기적인 신장 및 고환암 검진과 함께 매년 갑상선 검사가 권장된다. 이 권고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PFAS의 건강 위험 외에도, 화학물질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는 경제적 피해는 심각하다. 뉴욕대학의 그로스만 의대 연구원들은 PFAS와 관련된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과 노동생산성 손실을 합치면 전국적으로 최소 55억 달러 이상이라는 보고서도 발표했었다. 보고서는 PFAS를 함유한 제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식품 포장, 가구, 내수성 의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학물질의 사용을 시급히 중단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현재 약 1억 명의 미국인들이 질병과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PFAS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환경과 인체의 오염을 줄이기 위한 기술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구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달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팀은 PFAS 화합물을 분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에서, 그들은 PFAS 화합물을 수산화나트륨과 함께 디메틸술폭시드로 가열해 파괴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PFAS는 수자원에서 위험한 수준의 농도로 발견되는 오염원으로, 인체에 축적돼 간암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이다. 영원한 화학물질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거의 모든 사람의 몸 안에도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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