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와 원격 및 재택근무 시대의 주류 노동 양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이 긱(Gig) 워커의 부상을 꼽는다. 긱 워커는 단순한 개념은 아니지만, 쉽게 말하면 ‘정규직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것을 피하고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하는 프리랜서’와 유사하다. 자신만의 특화된 기술이나 재능이 있다면 더욱 유리하다. 그래서 기술기업이나 콘텐츠 전문직에 긱 워커가 많다.
국제 비영리 저널리즘 조직인 레스트오브월드는 긱 워커의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웹 소설’을 꼽고 그 실태를 조사해 리포트로 발표했다. 뉴질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네 아이의 엄마 조지나 보이스 맥킨토시의 사례를 들면서다. 그녀는 미국 서부의 소나무 숲에 사는 늑대인간들 사이의 사랑과 배신을 다룬 따끈따끈한 로맨스 소설 시리즈를 질주하고 있다. 웹 소설 앱 드리미(Dreame)를 통해서다. 매주 새로운 챕터가 업데이트된다.
드리미의 늑대인간 소설의 주인공들은 미국화된 환경에 거주하지만, 작가들은 미국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멕시코, 필리핀, 나이지리아, 그리고 중국 출신들이다. 그들의 제2 또는 제3의 언어로 소설을 쓴다.
아나미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방글라데시의 한 학생은 로맨스 소설을 쓰는데 하루 5시간, 일주일에 7일을 보낸다. 매해 마무리를 긴장의 연장으로 만들어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만든다. 각각의 챕터는 서양 팬들의 애정 어린 메시지와 함께 그녀에게 생활비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웹 소설 산업은 아시아에서 시작된 사업 모델이다. 한국도 그 중심 축에 들어간다. 웹 소설은 이미 한국에서는 돈벌이가 좋은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아시아에서 다른 저소득 국가로 퍼져나가 이곳 작가들의 세계적인 공급망을 형성했다. 이 점에서는 우리나라가 밀린다. 영어에 약한 때문이다. 영어에 익숙한 전 세계 저소득 국가의 소설가들이 서양의 영어권 독자들을 위해 하루에 수천 개의 소설을 집필한다. 애독자들은 작가들에게 기꺼이 구독료를 지불한다. 수백 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 소설들도 몰입도가 높다.
중국의 텐센트나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지원하는 플랫폼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의 폭발과 함께 번창의 길을 걸었다. 드리미를 비롯해 굿노블, 웹노블, 피조 등은 미국, 영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는 앱에 속하며, 매달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다. 웹 소설 플랫폼은 성공적이어서 2021년 아마존도 비슷한 플랫폼인 킨들벨라를 출시했다.
웹 소설의 초기 선구자는 왓패드였다. 캐나다에서 설립된 왓패드는 드리미, 굿노블, 웹노블보다 사용자가 많다. 다만 매출은 이들에 비해 떨어진다. 왓패드는 지난해 한국 최대의 플랫폼 네이버가 인수했다. 네이버가 인수한 금액은 무려 6억 달러. 네이버 역대 최대의 M&A였다. 웹 소설이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가 다양한 방면으로 변신하는 모양새다.
수익 중심의 웹 소설 모델은 37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평가받는 중국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플랫폼들은 소설을 기획해 유사한 변형을 다양하게 만들어 내면서 다수의 해외 작가들을 고용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 한국 무협 만화의 대가 황성이 프로덕션을 만들어 여러 명의 황성 작가를 거느리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중국 플랫폼들은 종종 작가들에게 지불한 금액의 수십배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나이지리아 대학의 기계공학과 학생인 빅터 오비흐는 페이스북 글쓰기 그룹의 일원이다. 그는 2020년 5월 굿노블 편집자로부터 유료 소설 집필을 제안받았다. 그의 첫 번째 이야기인 19세기 아프리카 마을을 배경으로 한 106 챕터짜리 스릴러 ‘쉐이딩 블랙’은 그에게 800달러를 벌어주었다. 그는 이제 전문적인 앱 소설가다. 최근에는 소설로 4900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이제 그는 나이지리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작가로 나설 수 있는 커리어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플랫폼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전문 앱 소설 플랫폼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이 고객 또는 사용자들을 위한 콘텐츠 다양화에 나서면서 이 부문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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