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최북단의 워싱턴 주에는 빙하로 덮인 세 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올림픽, 레이니어 산,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올림픽 국립공원은 고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도 산정은 만년설과 빙하로 덮여있다. 시애틀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시애틀과 멀지 않은 거리여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의 솔덕핫스프링스는 찬 공기 속에서 몸을 녹이는 노천 온천탕으로 유명하다.
그런 올림픽 국립공원의 빙하가 심각하게 녹아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고도가 낮은 탓에 녹는 정도가 눈으로도 측량이 될 정도라는 것.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현재 워싱턴주 서부 끝자락에서 올림픽 산맥을 덮고 있는 250개 이상의 빙하가 2070년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새로운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기관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전했다. 올림픽 국립공원에 위치한 빙하의 부피는 1900년 이래 이미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그 대부분의 손실이 최근 40년 동안 발생했다.
오리건주, 워싱턴주, 브리티시컬럼비아주로부터 구성된 연구팀은 올림픽 국립공원의 과거 이미지 데이터, 항공 및 위성 사진, 기후 모델을 사용해 이곳 빙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평가했다.
빙하는 온도가 따뜻한 여름에는 일부가 녹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눈이 쌓이는 겨울에는 자라서 연중 일정한 부피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얼음이 녹아 흘러내리는 강의 수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그런데 올림픽 국립공원 빙하에서는 그런 현상이 현저히 감퇴했다. 연구팀은 이곳의 기후 변화가 여름철 온도를 높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여름의 경우 워싱턴 주는 연일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더위를 경험했다. 이는 빙하를 더 빨리 녹였다. 게다가 겨울에는 빙하가 얼 정도의 저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더 많은 눈과 비를 초래해 빙하가 자라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포틀랜드 주립대학의 지질학 교수로 연구를 주도한 앤드류 파운틴 박사는 "올림픽 산맥의 빙하가 겨울 동안 부피를 키우지 못했고, 여름에는 더 많은 양의 빙하가 녹는 일종의 ‘이중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 변화가 전 세계의 빙하를 위협하고 있지만, 올림픽 산맥의 빙하는 시애틀 남서쪽에 위치한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 등 다른 빙하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히 취약하다.
파운틴 교수는 ”이곳의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세계적인 규모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 외에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올림픽 산맥 빙하의 녹아내림은 미국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으며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이번 연구가 협소한 지역의 빙하를 대상으로 했지만, 연구결과는 기후 위기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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