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무로 빙판길을 녹인다…환경 보존에 효과 ‘주목’

글로벌 |입력

한국의 겨울,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산간에서는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고 결빙을 방지하기 위해 염화칼슘 등 염화물을 살포한다. 소금 성분을 가미하면 빙점이 최대 영하 50도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에서 녹은 소금은 수로로 흘러내리고 결과적으로 토양의 성질을 바꾸며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소금기는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나 제설기, 나아가 건물의 강철을 부식시킨다. 미국에서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차 밑바닥은 금방 삭는다. 철판이 녹슬고 파이프에 구멍을 낸다. 그래서 이 지역의 중고차 가격은 따뜻한 지역보다 싸다. 도로에서의 소금 및 화학 제빙제의 남용에 대한 환경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미국에서의 친환경 제설 노력이 새삼 눈길을 끈다.

워싱턴 D.C.가 비트(사탕무) 추출물로 혼합물을 만들어 겨울철 도로 제빙 및 제설을 준비한다고 블룸버그시티랩이 보도했다. 사탕무와 도로는 연결지어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소금의 경우 빙판길에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중의 머리에 인식돼 있지만 사탕무는 그렇지 않았다.

워싱턴 D.C.뿐만 아니다. 미국의 많은 도시들이 사탕무가 강화된 소금물을 제설에 활용하고 있다. 사탕무 추출물을 기존의 염화물에 섞으면 소금만 사용하는 것보다 빙점을 더 낮춘다고 한다. 또한 생분해되며 차량 부식도 덜하다.

사탕무 혼합법은 1990년대 헝가리 과학자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피클 주스, 치즈 염수, 맥주 추출물 등 다른 농업 부산물도 효과가 있다. 이 방법은 수년 전부터 북미 전역에 퍼져 고속도로에 사용됐다.

보도에 따르면 매년 겨울 약 1500만~1700만 톤의 소금이 미국 도로에 쏟아진다. 이로 인한 환경 파괴 우려가 심화되면서 최근 지자체 정부의 정책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량의 사탕무를 재배하는 미시간 주의회는 지난해 겨울철 도로의 제설에 ‘농업 첨가물’을 사용할 것을 제도화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은 2015년 사탕무우 혼합 제설을 도시 제설에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금을 제설제에서 제거한 기관이나 지자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사탕무 추출물을 혼합해 사용하는 미네소타주는 지난해 제설 예산으로 1억 16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그 중 17만 7164톤의 소금을 사기 위해 9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지난 10년 동안 치즈 염수 혼합재를 사용한 위스콘신주 역시 2017~2018 겨울 예산의 거의 40%를 소금에 썼다.

인디애나주 애슐리 소재 K-테크 코팅(K-Tech Specialty Coatings)는 워싱턴 D.C.를 포함한 14개 주에 사탕무 제빙제를 생산 공급한다. 회사의 전국 영업 관리자 덴버 프리스턴은 “염화물과 결합할 때 암염만 쓸 때보다 훨씬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해 고속도로 승무원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사용한 일반 개인 소비자들도 효과를 인정했다. 비용도 저렴하다. "사탕수수 추출물을 혼합하면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다. 사용량이 훨씬 적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겨울철 동물들의 로드킬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겨울철에는 동물들이 도로 위의 염분을 섭취하기 위해 내려와 도로를 핧는다. 그러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사탕무 혼합물은 쓴 맛이 난다고 한다. 소금보다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로에 출현하는 동물들이 줄어들고, 따라서 로드킬 피해도 적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자연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공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제빙 및 제설제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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