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편적 서비스’라는 통신 용어가 있었다. 한국통신이 과거 체신부(현재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기업이었던 40여 년 전부터 사용되던 용어다. 요점은 통신 사각지대였던 산간 도서 벽지에 수익과 관계없이 통신망을 구축해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전화를 비롯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통신망 구축은 공기업이었던 한국통신이 담당했다. 국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됐다. 단 한 가구만 있더라도 통신선을 깔아 주었다. 획기적인 인프라 투자였다. 이 투자로 인해 통신 서비스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 못지않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보편적 서비스 정책으로 인해 IT 최강국이 되었다는 논리도 틀리지 않는다. 모두에게 공평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마인드가 초고속통신 네트워크의 전국적인 구축을 유도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먹통”이라는 소리나 “너무 느려 터졌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 ‘보편적 이동성’이라는 정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교통수단의 보편적인 무료 서비스를 추구한다는 일부 미국 시정부의 정책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 격차를 일정부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본보 11월 15일자 ‘미 도시들의 실험…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기본 이동성’은 성공할 수 있을까‘ 기사 참조).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와 오클랜드, 로스엔젤레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등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교통카드 무료 지급 또는 하루 5회 무료 승차 등의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대중교통은 물론, 일터나 학교 정문까지의 마지막 1마일을 해결하는 전기 스쿠터 및 전기 자전거까지 포함시켰다. 자가용 없이도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뉴스를 접하면서 기자는 대중교통 무료화 방안이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방, 예컨대 영월군의 경우 산간에 거주하는 노약자들에게 1000원이 조금 넘는 쿠폰을 몇 장씩 지급한다. 택시 승차 쿠폰이다. 택시를 불러 목적지까지 간 후 쿠폰을 운전기사에게 주면 운전기사는 군청에서 환전하고 실제 요금과의 차액을 지원받는다. 물론 제한된 서비스이지만 호응도는 높다.
문제는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다. 대다수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를 무료로 전환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대표적인 시행착오 사례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실시했던 대중교통 무료 탑승이었다. 2017년 고 박원순 시장은 미세먼지에 대한 비상저감조치를 단행하면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출퇴근 대중교통요금 면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사흘 동안 150억 원을 투입하고 중단됐다.
시행착오였지만 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1000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에서는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중교통 무료화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차량 운행을 강제로 막는 것도 불만을 샀다.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부의 양극화 완화와 탄소제로 정책의 일환으로 변경하면 어떨까. 그 중 하나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승용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중교통을 무료화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상대적 빈곤층은 교통비 비중이 낮지 않다. 이들의 교통비를 해결해 줌으로써 부의 편차를 줄일 수 있다. 승용차가 굳이 필요 없는 사람들은 무소유를 유도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기후 대책이다.
굳이 소득 백뷴율을 나눠서 선별하지 않아도 가능한 정책은 많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거나 기본 소득제를 채택할 수도 있지만, 어떤 정책이든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어떤 정책이든 편법이 있고 부작용도 있다. 자동차 업체들의 반대 로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행하면서 보완하면 된다. 미국 시정부의 시범서비스를 바라보면 ‘융통성 있는 시민 서비스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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