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기술 산업의 요람을 꼽으라면 단연 실리콘밸리다. 이곳은 ICT 산업의 상징이자 미국 산업 개혁의 주역이었다. 벤처와 스타트업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메카로 통했다. 휴렛팩커드(HP) 창업부터 시작된 실리콘밸리는 세계적인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성공한 부자들이 가장 많은 동네였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일대의 부동산 가격은 미국에서도 가장 비쌌다.
그런데 실리콘밸리가 원격 근무의 일반화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인력 전문 매체 HR다이브가 보도했다. 원격 근무를 가장 먼저 수용한 것이 기술 산업이었고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그랬는데 이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디지털 제품 회사인 인비전과 오토매틱의 경우 전염병이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원격 근무를 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베이스캠프는 20년 이상 그렇게 운영되어 왔다. 코로나19가 이 추세를 부채질했다. 트위터, 스포티파이 등 여러 회사들은 직원이 원하면 원격 업무를 영구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여러 매체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건물들이 텅 비었다’는 방향으로 보도되곤 했다.
인력 개발회사인 굿하이어의 최고운영책임자 매스 위스먼은 "주변으로부터 자주 듣는 것이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도시들이 거의 유령화됐다는 것이었다"며 "과거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시내는 밤에는 죽어 있었다. 그러나 낮에는 직장인들로 활기찼다. 원격 근무로 인해 이제는 낮에도 한가해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도시는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원격 근무가 기술직에서 일반화된 것은 컴퓨터 한 대로 모든 일을 할 수 있어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문만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로켓모기지 보고서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평균 주택 가격이 130만 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비싸다. 샌프란시스코 외곽인 새너제이나 프레몬트 같은 인근 지역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여기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스탠포드대학이 있는 팔로알토 도심지 주택은 가격이 330만 달러를 호가한다. 아무리 좋은 기업의 기술직 급여도 그 이상 되지는 않는다.
위스먼은 "생활비, 특히 집을 사서 가족을 부양하면서 편안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이 원격 근무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우수한 직원을 유지해야 했다.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코로나19 유행병은 그 추세를 가속화했을 뿐이다. 링크드인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월~7월까지의 기간과 전년 동기를 비교한 결과, 샌프란시스코가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두 번째 도시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율은 16.6%로 미니애폴리스 다음으로 높았다.
링크드인의 분석에서는 마이애미가 이주 희망지 중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 마이애미는 인구 유입이 18% 증가했다.
탬파(12%), 잭슨빌(16%), 그린빌(15%) 등 다른 선벨트(미국 남부 지역) 도시들도 인구가 증가했다. 원격 근무의 혁신은 사람들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했다.
지역별로 소규모 기술 허브도 생겨나고 있다. 위스먼은 서부 해안지역에서 떨어져 기술 인력을 유치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로 오스틴, 내슈빌, 샌디에이고를 들고 있다. 애리조나, 유타, 노스캐롤라이나 지역도 점차 관심권에 들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술직 외에 원격 근무자를 지원하는 다른 일자리, 예컨대 세탁소, 식료품 배달, 바리스타, 소매점원, 종업원등의 미래는 어떨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이들은 극심한 재정 위기에 봉착했다.
9월말에 임차인 퇴거 유예조치가 만료되면 상황은 더 위험해진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많은 재래산업 중소기업과 자영업, 공장이나 의료기관 등에 상주해야 하는 필수 근로자들은 재정적인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원격 근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그늘과 소외지대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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