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AI)과 벤처캐피탈 확대, 창업자금 지원 등을 앞세워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협력에 걸림돌도 많다고 동아시아포럼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적했다. 동아시아포럼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조직이다.
포럼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들은 포레스트 시티 조호 바루, 뉴 클라크 시티, 뉴 마닐라만 베이시티, 태국 동부 경제 코리도 등 스마트시티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중국 자본의 유입이 급증했다. 중국은 또한 동 칼리만탄의 인도네시아 새로운 수도와 양곤시를 포함한 도시 프로젝트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중국은 이 지역에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활용하는 한편, '스마트', '친환경' 등을 내세우고 있다. 센서, 네트워크 및 데이터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에너지 관리, 통합 교통 제어 및 빠른 인터넷 연결을 통해 생활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알리페이의 디지털 지갑, AI 채택, 화웨이의 5G 통신망 등 중국의 기술 플랫폼이 전면에 서 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실크로드 정책을 통해 스마트시티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아세안의 경우, ‘아세안-중국 전략적 동반자 비전 2030’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은 ‘아세안 ICT 마스터플랜 2020’과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등 아세안의 기술 혁신 정책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스스로의 문제에 부닥쳐 있다. 미국의 입김도 작용한 탓에 싱가포르의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는 노키아와 에릭슨에 패했다.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는 중국이 토지 수용을 하지 못해 지연됐다. 이는 중국이 국내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중국 개발 모델의 한계를 보여 주었다.
중국은 여전히 '친환경'과 '지속가능'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지원하는 조호 바루와 프로젝트는 해양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수로를 오염시켜 주변 생태계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뉴 마닐라 베이시티 프로젝트는 맹그로브 생물 다양성과 어민 사회의 생계 손실로 비판을 받아왔다.
신뢰에 대한 우려도 있다. 말레이시아 시민사회는 포레스트 시티 조호 바루가 어떻게 현지인들에게 고용과 저렴한 주택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중국항만엔지니어링이 방글라데시 뇌물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여기에 마닐라만 매립 공사를 맡긴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일본은 아직 대규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지만, 최근 아시안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특히 탄소제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24억 달러의 기금을 발표했다. 한국은 최근 아세안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지원을 크게 늘렸다. 아세안 글로벌 인프라 기금과 건설, 플랜트 및 스마트시티 정책 기금 등이 그것이다.
중국이 아닌 민간투자자들도 이 지역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 미쓰비시는 최근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자인 테마섹 홀딩스와 손잡고 자카르타에 100헥타르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태국 산업부동산 개발업체인 아마타도 메콩 지역에서 자본 확충에 나섰다. 베트남에 대규모 포트폴리오 외에 미얀마(쿠데타로 중단)와 라오스에도 산업단지 조성 계약을 맺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 도시개발 모델은 크게 달라졌다. 분권화를 수용했던 것과는 달리, 중국의 현재 도시개발 계획은 중앙정부가 견고한 기술 인프라, 데이터 관리 및 스마트 서비스 운영을 개발할 권한을 부여받는 하향식 접근법에 의해 추진된다.
이는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와 과도한 감시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우려와 대조된다. 중국의 경직된 도시계획은 향후 초국가적 협력에 대한 우려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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