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제로 솔루션으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수소는 청정수소 제조의 기술적인 난제와 비용 문제로 인해 후순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로나 세계경제포럼은 최근 ‘이제사 수소가 탄소제로를 향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하는 아젠다를 발표했다.
아젠다에 따르면 수소는 지난해 무배출 시스템을 달성하기 위한 뛰어난 연료로서 큰 부활을 이루었다. 전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제산업 분야의 탈탄소화도 수소로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19 회복 및 녹색경제 대책,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청정에너지 계획에서도 수소가 주요 초점으로 등장했다.
지금까지 수소가 구호만 앞섰을 뿐 실제 해결책으로 미진했던 것은 수소의 물리적 특성 때문이다. 바로 수송과 저장의 문제다. 극저온 액체수소의 부피 에너지 밀도는 휘발유의 25%에 불과하다. 기체 수소는 가솔린 체적 에너지 밀도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소를 용기로 운반하는데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1. 압축 수소
용기에 압축 수소를 저장해 운반하려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압축가스의 저장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지 않으며, 용기의 크기는 저장하는 가스의 양에 비례한다. 따라서 대량의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무겁게 부피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동차나 비행기, 심지어 선박도 가성비가 떨어진다.
현재 디젤 선박 저장량에서 차지하는 연료의 비율은 약 4%다. 그러나 압축 수소를 사용하게 되면 연료가 선박 저장량의 40%를 차지하게 돼 상품을 대량으로 운반할 수 있는 선적 능력이 손상된다.
2. 극저온 액체수소
액체 수소를 용기에 넣어 수송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가압에 견딜 수 있는 값비싸고 무거운 용기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수소를 액화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인 250도까지 냉각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일부를 끊임없이 기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저온화는 비용이 들고 유지가 어려운 방법이다.
압축도 액체 수소의 저장도 가스의 압축 또는 냉각에 의해 여분의 에너지가 소요된다. 또한 두 방법 모두 특수한 기기를 필요로 하며, 비용이 과다하다. 수소차의 폭넓은 보급을 방해해 온 것도 전기 자동차용 급속 충전소의 최대 10배가 드는 수소 연료 충전소의 비용이다.
3. 수소 파이프라인
용기를 이용하지 않고 파이프라인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지만 수소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비용은 많은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수소 사용자가 아직 소수이기 때문에 각 사용자가 고액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전용 수소 유통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십 조 달러의 비용이 들 수 있다.
하나의 지름길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수소 공급용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소는 성질상 철, 강철, 용접부 등 파이프라인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에 반응해 파이프를 경화시킨다. 또한 수소는 일반 파이프에서 누출되기 때문에 손실이나 안전상의 위험이 발생한다. 수소를 압축해 파이프라인으로 수송하기 위한 적당한 가격의 기계도 부족하다.
4. 장기간의 수소저장
긍정적인 것은 암염공동이나 암석동굴과 같은 곳이면 대규모의 수소를 저비용으로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곳은 지리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세계 경제에서 수소가 천연가스를 대체하려면 2050년까지 6370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3~4배의 저장 인프라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대량의 수소를 저장하는 것은 장기 과제 중 하나이며, 견고한 수소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시 수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소는 투자가치가 크다. 전기는 아직도 인위적인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밖에 공헌하지 못하고 있다. 수소는 우리 산업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최선의 수단 중 하나다.
비용의 하락으로 향후 10년 사이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희망도 생겼다. 수소는 이미 공업 원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수소를 생산한다'는 과제만 해결해도 가능성이 확대된다.
석유화학 플랜트 등에서는 인근에서 생산되는 탄소 제로의 수소를 사용함으로써 수송, 공급, 저장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산업계의 기존 회색 수소를 그린 수소로 대체하는 것만으로 연간 8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가까운 장래에는 현재의 가스 파이프라인의 인프라를 크게 바꾸는 일 없이 천연가스에 수소를 최대 20%까지 혼합해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도 수소 활용에 대한 폭넓은 연구개발은 끊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수소저장 매체로서 유망한 소재에 관한 연구는 물론, 수송하기 쉽도록 수소를 암모니아 또는 메탄올로 변환하여 그 유도체 분자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고객이 희망하는 장소에서 수소로 되돌리는 등의 연구도 결실을 보고 있다. 수소의 분산 생산을 통해 장거리 수송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도 강구되고 있다. 수소의 공급 및 유통 체인 전체에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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