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모임 분위기에도 썰렁한 일대 상권
근방 지나다니는 시민들도 빠르게 발걸음 재촉
시행사-투자사, 가야위드안 점유권 두고 ‘충돌’
신한자산신탁 “건물의 실질적 주인은 시행사” 해명 

서울 신림동 가야위드안 건물. 외벽에 투자사 블루앤파트너스와 건축주 신한자산신탁의 명의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서울 신림동 가야위드안 건물. 외벽에 투자사 블루앤파트너스와 건축주 신한자산신탁의 명의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르겠어요. 용역들이랑 시행사 직원들이 같이 오는 날엔 아예 가게 안으로 들어가요. 눈 앞에서 주먹 휘두르고 욕설 나오는 싸움판이 일어나는데 어떤 손님이 오나요. 건축주인 신한자산신탁이 분쟁만이라도 막아줬으면 하는데 신탁사 직원들도 요즘 통 오지를 않으니 힘들죠.”

건물 점유권을 둔 시행사와 투자사간 분쟁으로 하루하루 분쟁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는 서울 신림동 가야위드안 인근 상인 A씨는 이들의 싸움으로 상권이 말도 못하게 죽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가야위드안 건물 일대 인도를 가리키며 “수년간 계속 싸우다 보니 이곳 주민들은 여기를 되도록이면 피해 가려 한다”며 “왜 애꿎은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가야위드안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상인들 대부분은 건물에서 벌어진 분쟁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분쟁 전보다 손님이 줄은 것은 물론, 주먹다짐을 눈 앞에서 본 손님이 ‘여기 무서워서 어떻게 다니냐’는 반응을 보였다며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증언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투자사가 참여하는 가야위드안 수분양자협의회와 시행사 남부중앙시장㈜ 가야위드안 수분양자모임은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일대에 집회 신고를 하며 점유권을 둔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오늘도 오전부터 저녁까지 가야위드안 건물 일대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신고를 경찰에 했다.

지난 19일 오후 6시 경 촬영한 가야위드안 반경 300m 내외 골목. 퇴근 시간임에도 상권 인근 거리가 한산하다. 출처=김종현 기자
지난 19일 오후 6시 경 촬영한 가야위드안 반경 300m 내외 골목. 퇴근 시간임에도 상권 인근 거리가 한산하다. 출처=김종현 기자

◆ 삼엄한 분위기…건물 지나다니는 시민들도 ‘불똥 튈라’ 발걸음 재촉

기자가 현장 분위기 파악을 위해 지난 18일과 19일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가야위드안 반경 500m 내외의 신림역과 사거리 상권에는 많은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먹거리를 파는 가게에서 빵이나 만두, 호떡을 사가는 등 비교적 활기찬 상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야위드안 건물에 진입할수록 인근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음식점들도 보였지만, 신림역 일대 상권에서 느꼈던 활기참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야위드안 일대 천막과 용역들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과 인근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서 빠르게 골목을 빠져나오는 사람이 전부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대 상인들은 수 년째 지속된 분쟁에 지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가야위드안 분쟁으로 매출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냐’는 기자 질의에 대부분 “맞다”고 답했다.

지난 19일 오후 6시 10분 경 촬영한 신림역 일대 상권. 가야위드안 일대 상권보다 많은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다니며 상점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지난 19일 오후 6시 10분 경 촬영한 신림역 일대 상권. 가야위드안 일대 상권보다 많은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다니며 상점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경찰차 오는 것도 지긋지긋하다”며 “음식은 마음 놓고 먹어야 하는데 일대에 주먹다짐하고 욕하고 싸우는 판이 있으면 누가 오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점유권 등 여러 문제가 얽혀서 공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안다. 현 건축주인 신한자산신탁은 문제 해결은 물론 투자사와 시행사간 분쟁에도 중재하려는 노력을 좀처럼 보이질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밝혔다.

일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C씨는 “건물의 실질적인 주인은 신한자산신탁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래도 법적 소유권을 가진 만큼 최소한 건물에서 분쟁은 일어나지 않게끔 했으면 한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인근 상인들에게 피해를 최소한으로 입히는 노력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 시행사 남부중앙시장과 투자사 블루앤파트너스간 갈등…몸싸움에 경찰 출동하기도

가야위드안은 2020년 7월 준공된 주상복합 건물이다. 기존의 쇼핑센터를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시작됐고, 2011년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해당 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공사는 중지됐고, 시행사 대표는 비리로 구속됐다. 시행사 남부중앙시장의 대표는 가야위드안 분양 과정에서 37억 원 상당의 분양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2014년 3월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가야위드안 입구에 출입을 감시하는 용역이 드나드는 천막이 쳐져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가야위드안 입구에 출입을 감시하는 용역이 드나드는 천막이 쳐져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이후 시행사의 일부 직원들은 준공 전임에도 가야위드안 건물 일부 세대 점거에 나섰고, 보증금과 월세까지 받는 불법 임대사업도 벌였다. 시행사 직원들이 점거한 건물 100여 세대 중 60여 세대는 분양이 이뤄진 곳이었지만, 준공되지 않은 건물은 분양금을 완납한 주민이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현행법 때문에 이들의 행위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못했다.

건물의 소유주인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은 2019년 4월 주영인더스트리에 1순위 우선수익권을 매도했고, 주영인더스트리는 남부중앙시장의 주식 60.66%를 매수해 대주주가 됐다. 이후 주영인더스트리는 남부중앙시장을 통해 가야위드안을 점유관리하고 있지만, 2022년 총 23억 원을 투자해 남부중앙시장과 채권·채무 관계를 맺은 투자사 ㈜블루앤파트너스와 점유관리 행사 권한을 두고 지금까지 분쟁을 겪고 있다.

이들간 갈등은 실제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졌다. 올해 6월 남부중앙시장 관계자들이 가야위드안 건물 진입을 시도하다가 용역들에게 제지당했다. 몸싸움까지 일어나자 경찰이 나서 남부중앙시장 관계자들을 체포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 따른 공동폭행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입건했다. 여기에 입건된 시행사 관계자들이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해 피부가 쓸리고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분쟁은 격화되어만 갔다.

가야위드안 건물 외벽에 출입 통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가야위드안 건물 외벽에 출입 통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이들의 분쟁에 인근의 상인들은 ‘새우 등 터진’꼴이 돼야만 했다. 생업으로 자영업을 영위하는 상인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건물의 분쟁으로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며 직간접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가야위드안 현수막에 건축주라 적힌 신한자산신탁이 법적 소유권자인 만큼 건물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인근 상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 신한자산신탁 “현장 당사자들에 분쟁하지 말아달라고 통보” 해명

신한자산신탁은 가야위드안의 실질적인 건축주는 남부중앙시장이며, 법적 소유권자로서 현장 당사자들에게 철수를 통보하고 분쟁을 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고 해명했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당사는 신탁부동산의 등기부상 형식적 소유자인 신탁회사”라며 “신탁회사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계약에 정해진 바에 따라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 제한을 부담한다. 신탁 부동산에 제3자가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사는 단독으로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은 남부중앙시장과 블루이노베이션 간에 분쟁이 발생해 초래된 것”이라며 “자사는 여러 차례 분쟁 등 점유 행위 금지 및 현장 철수를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고 언급했다.

가야위드안 공매 현황에 대해선 “여러 매수의향자가 있었다”면서도 “건물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현재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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