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밝혀져도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 미약한 처벌에 조합원들 개탄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지금 여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재개발 조합들 일 처리하는 거 옛날이랑 똑같아요. 조합 윗선의 입맛에 맞는 업체나 사람들 뽑아서 일 시키는 건 비일비재해요. 서울시나 구청이 통제나 감시를 소홀히 하니 어쩌겠습니까? 하다못해 처벌도 ‘이건 아니다’ 싶게 내리는데요.”
재개발로 한창 몸값을 높여가던 한 재개발 지구의 조합원 A씨와 면담 중에 나온 얘기다. 해당 조합원은 현 조합의 임원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관할구청이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처벌도 미약하게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기자가 ‘서울시나 관할구청에 직접 민원을 넣었냐’고 물으니 조합원은 “벌써 다 넣고 관련한 증거나 서류도 다 제출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문제없다’거나 ‘일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관련 절차를 중단할 만큼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그러면서 “조합원이 민원을 넣어야 사안을 파악할 정도니 서울시와 관할구청의 관리·감독 시스템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처벌도 솜방망이처럼 하니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부정한 짓을 지금까지 저지르는 것이다. 이러니 ‘우리나라 재개발·재건축은 1970년대랑 똑같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개탄했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관할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논란이 된 건 한두번이 아니다. 임직원들이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조합원과 만나 식사를 해 ‘개별홍보’ 논란을 산 GS건설의 행위에 대해 서울시는 ‘개별홍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는 “단순 접촉만으로 위반이라 판단할 수 없다”며 “시공사 선정에 유리한 내용이 전달된 증거가 없어 문제없다”며 이유를 밝혔다. GS건설 OS요원(홍보요원)이 대의원에게 복숭아 상자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선 ‘위반 사항’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기존 입찰이 취소돼 무효로 처리할 대상이 없어 향후 진행될 새 입찰 참여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를 두고 성수1지구 조합원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롯데건설도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시공권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에 현금이나 여행상품권 등을 제공한 혐의로 2심에서 70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도정법상 시공사 지위가 박탈될 수 있었지만, 조합이 진행한 차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롯데건설만 홀로 참여해 시공사 지위가 유지됐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밟아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확정되면, 앞서 진행된 1차 시공사 선정과정의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시공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조합 측의 판단에서 진행된 절차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건설사가 조합원에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가 확인되면 시공자 지위가 박탈된다. 물론 대법원 판결 전이지만,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건설사의 불법 행위를 관리·감독하는 송파구와 서울시, 국토교통부는 조합 측이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재선정하는 행위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법률과 조례에 위반되는 ‘개별 홍보행위’를 한다는 소식이 수도 없이 들려오는데도 관련 법에 의거해 시공자 지위가 해지된 사례는 전무하다. 법에 적힌 문구만 강할 뿐 실제 처벌이나 제재는 미약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재개발·재건축은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의 돈이 오고 가는 말 그대로 ‘돈 잔치’인 사업이다.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으면 전체 조합원이 아닌 일부 이권자들의 뱃속을 채우는 데 돈이 들어간다. 그 규모가 억 단위를 넘어가도 누군가 공개적으로 지적하지 않으면 관련 실태조사조차 펼쳐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몇몇 소수의 이익 때문에 전체 조합원의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재개발 사업의 이미지마저 더럽혀지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관할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과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19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내부의 자조섞인 목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 “이 땅은 누구 거죠?” 압구정3구역 토지소유권 어떡해 [정비사업 디코드]
- "지금도 싸운다" 압구정1구역, 미성1·2차 갈등에 사업도 지지부진 [정비사업 디코드]
- [단독] 성수2지구 조합장 해임 위한 총회 개최…이달 20일 결판난다
- [기자수첩] 부동산 아닌 국민 잡는 ’10·15 부동산 대책’
- [단독] '혼돈의 성수2지구' 재입찰 안 한다던 집행부, 재입찰 여부 논의한다
-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상가 수분양자 뿔난 이유는?
- “공사비 떼였습니다”...덕은리버워크 분양 '차질'
- 갈현1구역 입찰보증금 논란 "롯데는 1000억 돌려줘라" vs "총회서 결정된 사안"
- '종묘 경관 훼손 논란' 세운4구역…”조합원 재산적 피해 크다” [정비사업 디코드]
- ‘압구정 도시정비 현황’ 1·3구역은 ‘시끌’ 2·4·5구역 ‘순탄’ [정비사업 디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