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원 모임 일동, ‘입찰보증금 논란’ 롯데건설·조합 규탄 집회 개최
수주전 당시 롯데건설 대표이사, 조합에 ‘무이자 사업비 대여 전환 확약서’ 발급
현장 분위기도 냉골…롯데뿐만 아니라 조합에도 불만 있지만 사업 지장 없도록 ‘침묵’
롯데건설 “하 전 대표이사 명의의 입찰보증금 확약서 발급된 건 맞아…이후 총회 등에서 유이자로 사업비 전환”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원 일동 모임은 롯데건설이 입찰 조건으로 내세운 보증금 1000억 원을 조합 집행부와 담합해 갖고 갔다며, 롯데건설과 조합을 규탄했다. 이들은 형사적 책임 유무를 가려 롯데건설과 조합에 ‘엄중한 법적 처벌’이 따라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특별조사를 요청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 형사처벌도 검토돼야 한다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갈현1구역 재개발 지구 분위기는 삭막했다. 조합 사무실은 물론 인근 공인중개사에서도 현안과 갈등 때문에 민감하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갈현1구역 조합 관계자는 롯데건설과 담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조합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에게 “지금 바쁘다. 나중에 오시라”며 취재를 거절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들도 “조합원들이 ‘롯데건설의 입찰보증금 반환 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7일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원 모임 일동(이하 갈현1구역 조합원 모임)은 대통령실이 보이는 용산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롯데건설과 조합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에 롯데건설과 갈현1구역 조합에 대한 특별감사와 형사처벌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며,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원 모임 일동이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 광장에서 롯데건설과 조합 집행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원 모임 일동이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 광장에서 롯데건설과 조합 집행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 “하석주 전 대표, 입찰보증금 무이자 대여 약속” 조합원 모임, 롯데건설 ‘약속 미이행’ 주장

갈현1구역 조합원 모임 대표는 “우리는 롯데건설이 무이자 조건의 입찰보증금 1000억 원을 제시해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시공사로 뽑힌 뒤, 조합이 총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1000억 원을 시공사에 반환했다”며 “이후 조합은 금융기관 차입금(연 6%)으로 전환했고, 이에 따른 사업비 부담 및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무이자 조건으로 제시된 입찰보증금이 조합의 사업비로 전환된 뒤 총회 의결 없이 반환된 것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며 “시공사 선정 절차가 완료된 뒤, 계약 조건이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많은 하자가 있었다고 발언했다.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이 롯데건설과 담합해 입찰보증금 반환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갈현1구역 조합원 모임 대표는 “롯데건설과 갈현1구역 조합이 입찰보증금 반환에 대해 사전에 조율하고 협의한 정황이 있다”며 “이를 묵인·방관한 은평구청에도 책임이 있다”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하석주 전 롯데건설 대표이사 명의의 입찰보증금 사업비(대여금) 전환에 대한 동의 및 시공자 선정 총회개최비용 별도정산 확약서. 출처=제보자
하석주 전 롯데건설 대표이사 명의의 입찰보증금 사업비(대여금) 전환에 대한 동의 및 시공자 선정 총회개최비용 별도정산 확약서. 출처=제보자

집회 후 기자와 면담한 갈현1구역 조합원 모임 소속 A씨는 당시 롯데건설 대표이사였던 하석주가 갈현1구역 입찰보증금 1000억 원을 무이자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하 대표이사의 명의가 적힌 ‘입찰보증금 사업비(대여금) 전환에 대한 동의 및 시공자 선정 총회개최비용 별도정산 확약서’를 보여줬다.

해당 확약서에는 구체적인 입찰보증금 납부 날짜와 대여금 전환 방식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확약서 본문에는 ‘당사(롯데건설)가 갈현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자(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 대체 납부한 입찰보증금을 총회에서 선정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현금으로 전환하여 조합 통장에 납부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여기에 ‘조합은 본인(낙찰자)의 별도 동의절차 없이 전체 입찰보증금 1000억 원을 조합 무이자 제반사업경비 대여금으로 전환하고 이를 사용 및 집행하는 것에 동의하며, 이와 관련하여 조합에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A씨는 “처음에 1000억 원 무이자로 주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와서 딴소리 하는 건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넘어 전체 조합원과의 신뢰에 금이 가게 하는 행동”이라며 “지금의 상황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갈현1구역 조합원 모임 집회 현장에 방문한 은평구청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갈현1구역 조합원 모임 집회 현장에 방문한 은평구청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갈현1구역 조합원 모임 대표의 발언이 끝날 때 즈음 공무원증을 패용한 몇 사람들이 집회 장소를 방문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모임 대표와 눈이 마주쳤고, 대표는 “은평구청 관계자가 현장에 왔다”며 발언의 기회를 줬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조합원들 앞에서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으로 안다”며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여러 오해와 논란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재개발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 얼어버린 사업장 분위기…”불만 많지만 사업에 차질 생기지 않도록 참는 중”

입찰보증금 외에도 갈현1구역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전 조합장이 경쟁입찰을 없이 수백억 원의 용역계약을 롯데건설에 넘겼다는 혐의로 1심에서 9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10월 총회를 통해 수용재결(20억 원)과 범죄예방(25억 원), 이주관리(39억 원), 지장물철거(90억 원) 등 174억 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일반경쟁에 부치지 않고 롯데건설에 수의계약으로 넘긴 혐의다. 사안을 접한 조합원들이 해당 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발의하는 등 여러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는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3일 오후 방문한 갈현1구역 일대 분위기는 삼엄함 그 자체였다. 재개발 지구 철거가 이뤄져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일대를 떠났지만, 남은 조합 사무실과 공인중개사에서 여러 논란의 여파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에 불만이 있어도 이곳 사업이 원채 지연되는 바람에 다들 공개적으로 말을 삼가는 편”이라며 “시공자 선정 총회가 끝난 게 6년 전임에도 이제서야 철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수순”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실제 롯데건설과 입찰보증금 반환 문제가 터졌을 때 조합의 소통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들이 여러 있었다”며 “어떤 절차를 밟았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조합원들에 소상히 설명하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반응도 나왔었다”고 전했다.

◆ 롯데건설, 하 전 대표 명의 확약서 제공은 인정…”후속 과정에서 유이자로 수정돼”

롯데건설은 하 전 대표이사 명의의 입찰보증금 무이자 제공 별도정산 확약서가 발급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후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입찰보증금 반환이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현1구역 조합 사무실 간판. 출처=김종현 기자
갈현1구역 조합 사무실 간판. 출처=김종현 기자

롯데건설 관계자는 “하 전 대표이사 명의의 별도정산 확약서는 입찰보증금을 유이자로 대여할지, 무이자로 처리할지 논의하던 과정 중에 나온 것”이라면서도 “공사계약과 관리처분총회 등에서 관련 현안이 논의됐고, 유이자로 변경된 것이다.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수많은 자료들이 오고 가고 변경된다. 그 서류 하나만으로 1000억 원의 입찰보증금을 무이자로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업제안 당시에는 1000억 원의 입찰보증금을 전액 유이자 사업비로 제안했다며 후속 절차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020년 5월 시공자 선정 총회가 열린 갈현1구역에서 입찰보증금을 전액 무이자로 대여하는 건 관련 규정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사업제안 시 1000억 원을 100% 유이자 사업비로 제안했고, 이를 근거로 2020년 7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9월에는 조합원 총회의결로 1000억 원 중 300억 원에 대해선 무이자 대여로 집행 방향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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