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철이 다가오면서 기업들도 주총 준비에 한창입니다. 주총에선 등기이사 선임을 빼놓을 수 없죠. 주총에서 승인되면 비로소 임원 선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셈입니다. 오너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사 선임은 이사회 추천을 받아 이뤄집니다. 물론 당사자의 사전 결재 즉,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죠. 이사회의 후보 추천. 오너 경영인에 대한 사내 혹은 셀프 평가서 내용을 파헤쳐 봤습니다. (편집자주)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국내 유일무이한 항공그룹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이라는 극한 외부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입니다. 그 중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있습니다.
조 회장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조 회장은 한진칼의 올해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예정돼 있는데요. 한진칼 이사회의 후보 추천 사유를 보면 확고한 오너십이 확립됐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한진칼 이사회는 우선 조 회장이 "현재 한진그룹 회장 및 한진칼 대표이사로서 대한항공, (주)한진, 진에어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항공·물류 전문가"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회장 취임 후 항공운송사업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어려운 대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회사 성장과 성과 창출에 큰 기여를 함으로써 탁월한 경영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사회는 특히 "조원태 후보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로 대부분의 글로벌 항공사들이 영업 악화로 인한 적자를 기록할 때 냉철한 판단과 전략으로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객수요가 감소해 활주로에 쉬고 있는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운송기로 바꾼 발상의 전환이 조 회장의 아이디어였음을 은근히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사회는 이와 함께 "(조 후보가)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선제적 자구노력을 통하여 자본을 확충하고 그룹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가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항공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과감한 첫발을 내딛고, 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도 했습니다.
이사회는 그러면서 "조원태 후보가 사내이사로 중임된다면, 이와 같은 경영능력, 성과와 리더십,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한진칼과 그룹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물론 주주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3년 전인 2020년 3월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당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측과 분쟁을 벌이던 와중이라 외부주주들에게 어필하는 한편으로 눈치를 상당히 봐야했습니다. 특히 회사를 경영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음을 어필해야 했는데요.
당시 이사회는 조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면서 "한진그룹 회장 및 한진칼 대표이사로 지난 17년간 IT, 자재, 여객, 화물, 경영전략, 기획 등 대한항공 핵심 부서 근무 경험을 축적한 항공 물류 전문가"라며 "지난 2017년 대한항공 사장 취임 후 항공운송사업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어려운 대외 환경에도 불구 2년간 10% 매출 성장 견인하는 등 회사 성장 및 성과 창출에 큰 기여를 함으로써 탁월한 경영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대한항공의 대외적 위상을 높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띕니다.
이사회는 조 회장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최고정책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이며, 지난 2019년 서울 IATA 연차총회 의장으로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또 2019년부터 스카이팀 회장단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글로벌 항공동맹체를 주도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전세계 항공업계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일각에서는 인하대 편입조건 미달에 따른 조회장의 최종학력이 고졸인 점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그의 진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이를 의식한듯한 추천 사유도 눈에 띕니다. 이사회는 "조원태 후보가 그룹의 투명 지배구조 확립 위해 지배구조헌장 제정·공표 및 보상위원회 신설 등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했다"며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그룹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과거 땅콩회항으로 조롱받던 대한항공은 최근 마일리지 변경 건으로 재차 홍역을 앓았습니다. 여론의 반발에 정치권까지 변경 철회를 요구하면서 결국 한 발 물러섰습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마치게 되면 국내에서는 대적할 곳이 없는 항공그룹이 됩니다. 독과점에 따른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죠.
'탁월한 경영능력을 입증'한 조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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