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부터 발간되기 시작한 국가정보화백서는 정보화를 총람할 수 있는 대표 발간물로서 약 30여 년 가까이 국가 정보화의 기저가 되었던 주요 정책과 계획, 기술, 인프라 구축 현황이냐 정보화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꼼꼼하게 수록해왔다.
정보화에서 지능화로, 정보사회에서 지능정보사회로 넘어가는 문명사적 변곡점에서 새로운 국가 지능정보화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가정보화백서’에서 ‘국가지능정보화백서’ 로 제호(題號)를 변경했다.
'국가지능정보화백서'는 국민생활과 산업사회 각 분야에서 적용하거나 활용하고 있는 지능정보 기술이나 서비스 사례 등을 분석해서 지능정보화 현상을 조망할 수 있는 정보들을 많이 담고 있다.
최근 발간된 ''2021 국가지능저보화백서" 가운데 스마트시티와 연관성이 높은 내용들을 정리하여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 인공지능 홈 서비스...스마트홈
집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개념은 바로 "스마트홈"이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른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ICT, 빅데이 터, 로봇공학 등이 모두 집안으로 모이고 있다. 집이 최첨단 지능정보기술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ICT 등 첨단 지능정보 기술들을 집에 적용하는 것을 ‘스마트홈(Smart Home)’이라 부른다.
영어로 집이 똑똑해진다'는 의미인 스마트홈은 사실 예전부터 사용했던 말로 근래 새로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사람을 돌뵈주는 똑똑하고 편리한 집의 모습은 인류의 오랜 꿈으로 공상과학 소설이냐 영화에 여러 번 등장한 바 있으며 1990년대 주목받았던 인텔리전트홈이나 홈오토메이션 등과도 비슷해 보인다.
첨단 지능정보기술들이 추구하는 스마트홈과 이전 똑똑한 집들과의 차이는 핵심주체가 기술이 아닌 인간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스마트홈은 안락한 생활 편안한 휴식, 안전한 삶 등 집이 가진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요란하지 않게 궁극적으로는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알아서 처리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스마트홈 산업 동향
△ 코로나19 파고 넘은 역대급 성장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뒷걸음치면서 세계 스마트홈 시장 역시 2019년 950억 달러(약 110조 원)에서 2020년 860억 달러로 10% 가까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움츠림이었을까. 2021년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스마트홈 시장은 전무후무할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Strategy Analytics)가 2021년 6월 내놓은 '2021 세계 스마트홈 전망(2021 Global Smart Home Forecast)’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지난 해보다 무려 44%나 성장해 사상 최초로 1천억 달러를 돌파함은 물론 1,230억 달러에 다다를 것 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스마트홈 설치 가구 수는 전년보다 10% 넘게 늘어나 3억 600만 가구에 이 를 전망인데 이는 전체 가구 수의 1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에 별다론 영향을 받지 않았던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는 2020넌 20조 6,183억원이 었던 국내 시장이 2021년 말에 는 22조 3,171억원 규모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플랫폼 왕좌 노리는 가전사의 경쟁
스마트홈이 미래의 핵심 유망사업으로 부각함에 따라 기업들은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세는 누가 ‘스마트홈 플랫폼(Platform)'올 차지 하느냐가 가를 전망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향후 스마트홈 산업은 스마트 기기들이 연결되는 플 랫폼을 중심으로 막대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플랫폼 쟁 탈전에서 앞서 나가는 곳은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가전회사들이다. 스마트홈 기기를 개발하는 주체인 가전회사들은 자사 제품의 경쟁력 유지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플랫폼 확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 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는 전 세계 200여 기업에서 개발한 2,600여 개의 가전제품을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월간 국내 이용자 수가 2021년 3월 600만명을 돌파하며 점 유율 1위로 독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6월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한 스마트싱스 차세대 버전을 공개하며 삼성 주도 스마트홈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LG 씽큐(LG ThinQ) ’를 통해 주로 자사제품들을 연동하고 있는데 2021년 3월 기준으로 사용자 수는 47만여명으로 선두와 차이가 있으며 스마트폰 사업 철수까지 결정해 전황이 불리해졌다.
하지만 LG전자는 2021년 4월 'AI 원 팀 (AI One Team)’에 함께 참여하는 KT와 플랫폼을 연동하는 검증작업을 마쳤으며 2021년 상반기 실적기준으로 가전분야 세계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향후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와 가전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스마트홈 플랫폼의 거센 추격이 예상된다.
△ 인터넷정보통신 업계의 영향력 확장
수백만 명의 통신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정보통신회사들도 스마트홈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통신서 비스를 통해 다양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스피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로 한발 빨랐던 SK텔레콤은 2020년 3월 자회사인 ADT캡스와 보 안서비스를 출시하고 2020년 4월부터 독거노인을 위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7월에는 영상 이미지 분석 인공지능 특허를 출원했는데 귀만 갖고 있던 인공지능 집사가 향후 눈까지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GiGA Genie)’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KT는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제어 하는 홈 사물 인터넷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6월 인공지능 성능을 대폭 향상한 ‘기가니 지3’를 공개했는데 음성인식 성능을 대폭 향상하고 더 지능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감정 표현으로 친근감까지 높인 게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클로바를 탑재한 ‘우리집 AI'와 ‘loT엣홈'을 각각 운영하다가 ‘유플러스 스마트홈'으로 서비스를 통합했다. 2020년 9월 여성 가구 등의 불안을 덜어주는 ‘우리집 지킴이’를 출시하고 11월 반려동물을 24 시간 돌보는 펫케어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영역을 늘려나가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등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스마트홈 산업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다른 기업들과 협업하 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향후 혁신적 지능정보기술을 바탕으로 게임 체인저로 부각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는 2020년 7월 시계형 인공지능 스피커인 클로바 클락+(CLOVA Clock+)’을 출시한데 이어 2020년 10월에는 미취학 아동을 위해 감정까지 담아서 책을 읽어주는 인공지능 조명 ‘클로바 램프(CLOVA Lamp)’를 내놓았다. 2021년 5월에는 초대규모 인공지능이면서 세계 최대 한국어 언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카카오는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 미니'와 플랫폼 ‘카카오i'를 앞세워 스마트홈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다양한 집안 제어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2021년 3월 카카오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는데 카카오i와 스마트 싱스의 결합은 향후 커다란 시너지가 예견된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2021넌 3월 발표한 '2019-2020 인공지능 스피커 이용현황'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이용자 증가했으나, 이용 빈도와 만족률은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특히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데 불만이 커 향후 음성인식 기술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 건설업계의 전방위적 협업 확대
스마트홈 시장의 성장과 함께 건설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과거 건설회사들은 독자적으로 스마트홈 구축에 나섰으나, 조명과 전원을 제어하는 수준으로 확장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노출되었다. 그렇다고 부가가치가 높은 안방을 고스란히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건설사들은 전방위적으로 협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SDS 함께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을 결합한 '래미안 A.IoT' 플랫폼을 개발해 2020년 4월 공개했다.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해 선호 환경으로 자동제어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2021년 2월에는 삼성물산의 차세대 스마트홈을 구현한 '래미안 RAI(Raemian AI) 라이프관’을 공개했다.
SK텔레콤과 협력해 건설업계 최초로 스마트홈 플랫폼 ‘하이오티(Hi-oT)’를 구축했던 현대건설 은 2020넌 8월 입주단지부터 자체 음성인식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차량에서 집을, 집에서 차량을 제어하는 카투홈(Car-to-Home) 기능이 돋보인다.
GS건설은 국내 모든 통신사와 연동되는 ‘자이 AI 플랫폼’을 개발해 입주 아파트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2021년 3월 GS건설은 LG전자와 맞손을 잡으면서 자이 AI 플랫폼과 씽큐 연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7월에는 스마트홈 기반 커뮤니티 통합서비스인 ‘자이안 비(XIAN vie)’를 출시했다.
대우건설은 자체 플랫폼 ‘푸르지오 스마트홈'을 개발한 후 가전제품들을 연동시키기 위해 2020년 4월 삼성전자에 이어 2021년 4월 LG전자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편 기술력 강화를 위해 2021 넌 2월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업체인 아이티로 지분을 30% 매입했다.
이 외에 대림산업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되는시스템을 보완하고 있고 현대산업개발과 SK건설은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카카오와 협업하고 있으며 한화건설은 KT와 네이버가 돕고 있다. 이밖에 중견 건설사들도 가전회사나 정보통신회사들과 협력하면서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한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 정부의 스마트홈 지원정책 본격화
스마트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바빠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마트홈의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제4차 과학기술기본 계획 (2018-2022)’에서 120대 중점추진과제로 스마트홈이 추가됐으며 정부연구개발 투자방향에 지능형 스마트홈을 명시해 R&D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지원에 매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 ‘사물 인터넷 가전 혁신전략’을 통해 대규모 공동주택 실증 프로젝트의 고도화, 협업 생태계 조성, 중소·중견기업 역량 강화, 시장확대 기반 강화, 수출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1넌 7월 현재 100억원을 투입해 ‘사물 인터넷 가전 혁신전략 2.0(가칭)’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과학기술 연구개발 종합계획 (2018-2027)’을 통해 스마트홈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21년 4월 국토교통부에서 지능형건축물 인증제도를 스마트건축 인증제도로 개편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인증제도가 완성되면 건설사별로 난립했던 스마트홈 플랫폼이 표준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0년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는 주요 추진과제로 가전기반 신서비스 창출과 인공지능 홈서비스 보급, 스마트 홈 에너지 관련 시장 확대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 등이 포함됐다.
8월 발표된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 성장 전략'에서는 제조기반 신서비스 창출 유망분 야로 스마트홈을 포함하고 지능형 가전 신제품 개 발, 스마트홈 신서비스 개발 등이 제시됐다. 스마 트홈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 향후 전망
우리나라에 스마트홈 바람이 불면서 생활공간이 눈에 띄게 변모하고 있다. 조명이나 가스, 냉난방, 환기, 보안 등 세대 내 생활환경이 인공지능을 통해 알아서 제어되고 엘리베이터 호출, 날씨정보 제공, 방문자 확인, 택배 조회, 차량위치 확인, 주 택경비 등 편의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홈을 통해 집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홈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있으면 편리하다가 아니라 "없으면 안된다"고 느낄 정도가 돼야 한다.
쉽게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유력한 후보 중 하냐는 에너지 분야다.
건축물은 어둠을 밝히고 추위와 더위에 맞서며 엘리베이터냐 환기장치 등 내부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건축물이 사용히는 에너지는 전체 소비량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그 양이 상당히 많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도’가 도입돼 2025년부터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모두 인증을 받아야 한다.
건축물이 제로에너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부터 냉난방, 급탕, 조명, 환기, 전열 등 에너지의 사용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관리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이 관리해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편리해 보인다. 더욱이 에너지 절약으로 경제적 이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홈서비스 도입비용을 상쇄해 시장 진입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발 빠르게 삼성전자는 2021년 6월 한국전력공사와 홈 에너지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하고 7월에는 주거용 태양광 모듈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큐셀과 제로에너지 홈 솔루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어떤 "똑똑한 홈"서비스를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