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K-스마트시티를 기대하며

산업 | 이연하  기자 |입력

‘도시 City’란 무엇인가?

백과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도시는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활동의 중심이 되는 장소’를 의미한다. 위키피디아는 도시를 ‘규모가 큰 인간의 정착지’이며 ‘구성원들이 주로 비농업적인 일에 종사하는 하며, 행정적으로 정의된 경계를 가진 영구적이고 인구밀도가 높은 정착지’로 정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동이 이루어지는 농, 어, 산촌이 아닌 지역을 말한다.

그렇다면 ‘스마트시티’란 무엇인가?

유럽의회(European Commission)은 스마트시티를 ‘디지털과 통신기술을 활용해 주민과 비즈니스를 위한 전통적 네트워크와 서비스가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곳. a place where traditional networks and services are made more efficient with the use of digital and telecommunication technologies for the benefit of its inhabitants and business.’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새삼스럽게 도시와 스마트시티의 ‘정의’를 들먹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코로나바이러스-19 대유행 때문이었다. 팬데믹은 전세계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말한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는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스마트시티의 핵심요소인 ‘주민과 비즈니스’의 변화이다. ‘디지털과 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주민과 비즈니스를 위한 전통적인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스마트시티’ 건설의 핵심 수요자들의 활동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이 가져온 비즈니스 활동의 변화는 전문가들의 예상마저 뛰어넘고 있다.

유럽의회의 정의에서 나타났듯이 비즈니스 활동은 스마트시티 건설의 핵심 동인이다. 핵심 동인이 달라진다면 스마트시티 추진과 건설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 활동은 사람들이 조직을 이루어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는 사람들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하는 활동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팬데믹이 초래한 ‘비즈니스’ 활동(인적, 물적 활동)의 변화가 어떻길래 ‘스마트시티’ 건설까지 거론하는 것인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변화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아니 필자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모두가 재택근무를 한다면 도시는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애플의 헤드쿼터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고 구글은 구글플렉스를 포기해야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2030년이 되면 페이스북 직원 5만 명 중 적어도 절반이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직원들이 앞으로 선택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같은 ‘결단적 선언’은 모드 팬데믹이 만든 것이다. 보다 더 눈길은 끄는 것은 이러한 선언들이 단지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이 초래한 ‘재택 비즈니스 활동’의 결과가 그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사무실 없는 근무의 시사점’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자.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56.7%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5.6%로,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4.4%)의 3배가 넘었다.

생산성 향상 효과를 봤다고 답한 기업들은 특히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 달간 한시적으로 순환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던 한 대형 건설사는 생산성 효과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인터뷰했거나 언론에 인용된 많은 조직의 리더들은 직원들의 퍼포먼스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조직원들이 리더들의 예측과는 달리 훨씬 빠른 속도로 가상공간 근무에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많은 경우 노동자들은 그들이 이전처럼 생산적이라고 느꼈다. 한 조직원은 "전처럼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고, 다른 직원들도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은 뜻밖의 결과였다. 수년 동안 실시된 수많은 연구에서 대규모 변화는 필연적으로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직원들이 생산성 하락 없이 변화에 적응해 왔다고 믿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완전 가상공간 근무가 시작된 이후, 직원 스트레스, 부정적인 감정, 업무 관련 갈등은 모두 꾸준히 감소했다. 각 분야에서 최소한 10% 이상의 개선이 목격됐다. 직원들은 동시에 자신의 효율성이 약 10% 향상됐고 업무집중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봉쇄 2달이 지나면서 직원들은 가상근무에 더욱 익숙해 졌음을 증언했다. "업무 루틴을 되찾았다," "근무시간과 휴식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잘 조정하고 있다,”“무엇이 나를 가장 생산적으로 만들고 어떻게 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지를 배우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 직원은 "가상 회의, 이메일 등 모든 것이 일상적이 된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원격근무가 "일상화됐다”고도 말했다.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재택근무의 이점에 대해서 많은 증언이 이어졌다. 한 CEO는 "이번 일로 '한 시간 회의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전국을 횡단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영원히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아 졌다," "회의시간이 짧아졌다," 그리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보고도 적지 않다. 가장 흔한 커멘트 중 하나는 “매일 매일 출근하는 일을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주째가 되자 많은 직원들이 "재택근무에 익숙해졌다", 가상 공간 근무를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몇몇 사람들은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펜데믹이 초래한 스마트시티 건설의 핵심 동인인 ‘비즈니스’ 활동의 변화는 단지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다. ‘K-방역’의 우수성 때문에 한국은 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스마트’하지 않은 생각이다.

스마트시티 건설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것은 한국 대기업들이 활용 중인 유연근무제는 재택·원격근무제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시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 하지 않은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가 ‘뉴노멀(New Normal)’로 나타나고 있고 그야말로 ‘노멀’ 비즈니스 활동이 된다면 ‘스마트시티’ 건설의 핵심 동인 중의 핵심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활동의 근거지인 오피스, 건물의 쓰임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 속 비용 감축을 위해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부동산 관련 지출을 줄이면서, 대도시 임대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은 25곳이 넘는 미국 대기업이 향후 1년 안으로 사무실 공간을 감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에너지 회사인 핼리버튼(Halliburton Co.)은 100개 이상의 시설을 폐쇄할 계획이며, 침구업체 슬립넘버(Sleep Number) 또한 온라인 쇼핑을 택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줄이기로 했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비즈니스 활동’의 근거지인 사무실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건스탠리는 재택근무 전환으로 인해 미국의 대표적인 사무실 밀집 지역인 뉴욕의 공실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도심의 빈 건물을 어찌할 것인지가 최대의 고민이다. 

리서치 회사 그린스트리트 애드바이저스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그동안의 재택근무 정책으로 인해 사무실 수요가 최대 15%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우 팬데믹의 영향으로, 특히 그 영향이 비즈니스 활동에 일으킨 예상 밖의 경제적(?) 파급 효과(생산성 증가와 비용 절감 등) 덕분에 재택근무가 ‘노멀’로 바뀜에 따라 도시의 오피스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맨들의 활동도 달라지고 있다. 도시를 떠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도시에 거주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또 하나의 스마트시티 건설의 핵심 동인인 ‘주민’의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지방단체들이 정부의 공모사업에 맞추어 ‘스마트시티’ 건설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책들의 시행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들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건설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스마트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활동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활동’이 달라지면 그 활동의 중심지인 도시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경제적 활동’의 양태의 변화는 도시의 역할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요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로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뉴노멀’이 되어버린 비즈니스 활동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리가 적절한 답을 찾아 ‘뉴노멀’이 스마트하게 ‘노멀’이 되는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수 있다면 ‘K-방역’처럼 전세계를 리드하는 ‘K-스마트시티’가 될 것이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필자: 이연하. 전직 언론인.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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