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공포'가 휩쓸고 지난간 자리에 '미분양 공포'가 다가와 건설사들이 떨고 있다. 작년이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이어지지 못한 브릿지 PF를 우려하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쌍여가는 미분양 아파트를 걱정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2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4874가구로 3개월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중 지방 미분양이 5만2918가구로 전체 81.6%를 차지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6일·17일 1·2순위 청약을 접수한 아파트 단지에서 867가구가 미분양로 추가됐다. 고금리와 원재값 상승을 반영해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청약 수요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벌이 대전 유성구에서 분양한 '유성 하늘채 하이에르'는 509가구 모집에 234명이 접수해 275가구가 미분양으로 쌓였다. 전용면적 84㎡이상 중대형 8개 타입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평균경쟁률 0.45대 1로 모든 평형에서 미달됐다. 타입별로는 △전용면적 84㎡A 213가구 모집에 113명 △전용 84㎡B 147가구 모집에 63명 △전용 104㎡A 74가구 모집에 15명 △전용 104㎡B 38가구 모집에 10명 △전용 104㎡C 22가구 모집에 19명 △전용 112㎡T 15가구 모집에 14명이 접수했다.
이 단지는 코오롱글로벌이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에 공급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다. 사업초기 오피스텔 중심의 사업장이었으나 오피스텔 시장이 침체되자 지난해 10월 아파트를 포함한 주상복합으로 변경됐다. 지하 4층~지상 최고 47층 4개동, 전용면적 84~112㎡ 아파트 562가구와 전용 84㎡ 오피스텔 129실과 지상 1~2층의 상업시설로 구성됐다.
2491억원의 브릿지론 관련 PF우발채무로 코오롱글로벌의 PF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곳이었으나 지난달 한국주택금융공사(HF)를 통해 본 PF로 전환했다. 본 PF로 전환하며 PF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덜었지만 다시 미분양 해소라는 부담을 안게 됐다.
분양 업계에서는 고분양가가 청약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유성 하늘채 하이에르의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 84㎡의 경우 최소 7억3700만원에서 최대 8억4700만원으로 책정돼 대전에서 분양한 단지들과 대비해 약 1억원~3억 원가량 비싸다.
우미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대전 성남 우미린 뉴시티'의 전용 84㎡ 최고층 분양가는 5억8200만원으로 유성 하늘채 하이에르보다 약 2억6500만원 정도 저렴하다. 지난해 8월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한 '둔산 자이 아이파크'의 전용 84㎡ 최고층 분양가는 6억9900만원이었다.
대형사도 지방에서 미분양은 피해가기 힘들었다. GS건설과 한화건설이 컨소시엄으로 광주에서 분양한 '광주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 단지는 8년 만에 광주광역시에 공급되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로 수요자들의 많은 관심이 이어졌지만 일부 평형이 외면을 받으며 16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단지별 청약 평균경쟁률은 △1단지 2.10대 1 △2단지 2.22대 1 △3단지 1.63대 1을 기록했지만 중소형 평형이 외면을 받으며 미분양이 발생했다. 특히 2단지 전용 74㎡는 210가구 모집에 105명만 접수해 절반이 미분양으로 남았다.
지방에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지방사업이 많은 중견건설사는 미분양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고금리에 공사비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중견건설의 수익성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수요자들이 고분양가 아파트를 외면하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 관계자는 "대형사는 브랜드 인지도와 좋은 입지로 고분양가 지적이 나와도 청약에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중견사는 고분양가 논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분양가 추가인상 우려로 청약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대형사 단지에 국한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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