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소형 건설사들의 폐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기업 구조조정에 돌입할 거란 소문까지 나돌자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3~4년 동안 부동산 호황기 시절에 공동주택 수주곳간을 채우면서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서가 시장 침체기에 독이 되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금조달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견 건설사들은 공공사업과 비아파트 부문의 수주를 늘리며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지만 지방분양시장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PF보증으로 인한 부도 위기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관계부터 합동으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PF우발채무 및 미분양리스크 완화 방안도 제시했지만 건설사의 PF리스크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해 9월말 기준 한국신용평가(KIS) 투자등급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 16곳의 PF 보증 규모는 28조3000억 원으로 2020년 16조1000억 원 대비 75% 늘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의 PF보증 규모는 25조원이었다. 당시 100대 건설사 중 20개 건설사가 부도가 나며 국내 건설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롯데건설은 올 연초에 PF보증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룹 계열사의 지원으로 유동화증권 대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등 약 2조원 내외의 유동성을 보유하면서 부담을 완화시켰다. 또 서울·인천·부산·창원 등 현장에서 양호한 분양실적으로 기록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와 달리 시행사와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건설사 2023년 시공능력평가 16위에 이름을 올린 태영건설은 9월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 규모다. 지방분양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PF우발채무가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 최근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우발채무가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으로 과중하다"며 "만기구조는 비교적 분산되어 있으나, 미착공 현장의 지방 소재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 시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태영건설은 고령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일선에 복귀하고 그룹 내 물류사업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하고 SBS미디어 지분과 본사 사옥을 담보로 자금확보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코오롱글로벌은 3분기 말 PF 대출내역 중 채무연대보증 대출잔액은 3923억원이었다. 이 외에도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 등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제공한 대출잔액은 1조3527억원이다. 이중 수분양자 중도금대출과 분양사업 등 주택사업과 관련된 PF보증 금액은 7278억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월 발표한 건설업 분석 보고서에서 "코오롱글로벌은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천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천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최근 '2024년 주택사업 전망'에서 "대형 건설사의 PF 지급보증 규모는 확실히 금융위기 직후보다는 줄어든 상황"이라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대형 건설사보다는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더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동향브리핑에서 내년도 2분기를 전후해서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까지는 착공한 현장의 공사실적에 따라 분할 수취하는 공사비인 건설기성이 양호해 버틸 수 있었지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건설기성은 2022년 1월부터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건설수주는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연속 감속세를 나타내고 있다. 건축착공면적은 지난해 18.1% 감소했고 올해 9월까지는 전년동기 대비 40.4% 줄었다. 이를 감안하면 건설기성은 내년 2~5월 사이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연말로 갈수록 침체 폭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사는 미분양 관리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미분양 사업장을 정리하고 선별 분양을 통해서 현금 유동성을 높여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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