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과학적으로 확립돼 제시된 8개의 안전도 한계치 가운데 7개를 벗어나 생태학적 관점에서 이미 ‘위험 구역’으로 진입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과열된 지구는 자연 지대를 잃었고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 복지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가 병들어 너무 아프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골자다.
국제 과학자 그룹인 스웨덴 소재 지구위원회(Earth Commission)는 비료 남용, 지하수 과다 채취, 담수 지표수 고갈, 자연 환경의 파괴, 자연 및 인간이 만든 환경으로 인한 홍수 등 기후 변화와 극한상황, 대기 오염, 인과 질소에 의한 오염 등을 총체적으로 통합 분석한 보고서를 네이처 저널에 발표했다. 네이처 온라인 사이트에도 요약글이 게재됐다. 연구 결과, 지구를 위협하는 것은 대기 오염과 온난화뿐만 아니라 환경 전체가 연결된 총체적인 요소들이라는 것이다.
연구는 지구 생태계뿐 아니라 국가, 민족 및 성별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여기에 대응하는 정당 조치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대기 오염은 지역 수준에서 위험한 상태이며, 기후 위기가 인간을 위협하고 있지만,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지구의 안전 지침을 완전히 넘어서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섭씨 1.5도의 온난화 경계는 넘어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탄소 발생도 최고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구 생태계는 지역별로 이미 위험에 처해 있다.
연구 결과 동유럽, 남아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브라질, 멕시코, 중국, 미국 서부 전역에서 심각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그 대부분은 기후 변화 때문이다. 이들 지역을 포함한 지구의 약 3분의 2가 담수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에 참여한 워싱턴 대학의 기후 및 공중 보건 교수 크리스티 이비는 "지구 시스템의 대부분이 위험 경계 지대에 위치해 있다“고 우려했다. 지구위원회 공동의장 겸 암스테르담 대학의 환경 전문 조예타 굽타 교수는 게시글에서 ”사람의 건강과 마찬가지로 지구가 건강 검진을 받는다면, 의사는 현 단계에서 지구가 정말 많이 아프고, 몸 전체가 고장이 나 있으며, 지구가 앓고 있는 질병이 같이 살고 있는 인류도 전염시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지구의 병이 아직은 말기 암으로 진단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석탄, 석유, 천연 가스의 사용을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우리의 땅과 물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어 지구를 변화시키면 회복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생결단의 결기가 필요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 오한 록스트롬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네이처 게시글에서 예일대 환경대학 학장인 인디 버크 교수는 “이 연구 논문은 진정 설득력 있고 도발적이다”라며 전 세계 학계나 정계, 관계 모두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40명의 과학자 및 전문가로 구성됐다. 팀은 대기, 수질, 지질 등 환경의 8가지 범주에 대해 정량화할 수 있는 경계치를 만들었다. 지구가 안전한가, 현재 해로운 수준인가의 경계선을 설정하고 연구 분석 결과를 여기에 대입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차별성은 지역 차원에서 환경을 살피고, 정의라는 요소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정의 부분에는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 국가와 종족 사이의 공정성 등이 모두 포함됐다. 종족 분쟁 등 기존의 환경 영역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사회경제적 요인까지 고려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요소는 때로 지구 자체보다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해악을 끼치는 조건에 적용된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후 변화일 수도 있다. 사람이 만든 재앙이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지구의 생태학적인 경계선을 2015년 파리 기후 협약과 같은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즉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온난화를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는 약 섭씨 1.1도 따뜻해진 상태다. 때문에 안전 울타리를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굽타는 극한 기온에 노출된 수천만 명을 가리키며 “논문이 보여주려는 것은 섭씨 1도에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상태에서 지구촌에 불고 있는 극한의 날씨가 이를 대변한다. 동남아의 홍수, 미국 서부의 폭염과 가뭄, 올 여름 강하고 많은 비가 예상되는 한반도와 일본 등 모두가 예삿일이 아니다.
1.5도의 안전 가드 레일은 위반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다치는 ‘공정한’ 경계는 위반됐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크리스 필드 책임연구원은 "지속 가능성과 정의는 불가분의 관계다"라며 “이번 연구보다 더 엄격한 경계가 설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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