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에 대한 사람들의 상식은 5G나 인공지능(AI),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의 기술과 솔루션이 통합돼 시민들에게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복지를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인식으로 이끈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서울을 비롯해 싱가포르, 런던, 파리, 암스텔담, 상하이 등 현재까지 가장 모범적이라고 알려져 온 모든 도시들이 그렇게 스마트시티를 만들어 왔다. 전기차와 탄소배출 감소, 궁극적으로는 지구환경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는 지름길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성공한 스마트시티들은 모두 선진국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진 모델이다. 부유한 나라라는 장점 때문이겠지만, 스마트시티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됐다. 인프라부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신흥국이라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신흥국은 투자할 예산 등 자원이 제한적이다. 스마트시티가 반드시 거액의 자금투입을 수반하는 개념이라면 스마트시티 역시 지구촌의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불편한 솔루션일 뿐이다.
이제는 우회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자연환경도 훌륭한 자원이다. 오히려 화폐보다 강하다. 자연환경을 살리는 ‘그린’ 스마트시티야말로 생태학적인 관점에서는 최적의 스마트시티가 된다.
최근 네팔타임스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그린’을 소재로 한 수도 카트만두의 스마트시티 구상이다.
보도에 따르면 카트만두밸리개발청이 카트만두 계곡 내에 887개의 개방된 공간을 확인했으며, 조사 결과 이 중 58%의 면적이 이용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대중이 이용하는 자연 그대로의 녹지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맞춰 카트만두메트로폴리탄시티(KMC)는 녹지공간을 개발하기 위해 11개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원 36개를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카트만두 역시 신흥국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개발에 따른 자연 파괴를 경험했다. 개방된 공간 개발은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변모했다. 일반 시민들은 녹지에 대한 접근권한을 박탈당했다. 계곡의 녹지공간은 토막토막 잘렸고 계획되지 않은 도시화로 인해 계곡은 서로 단절됐다. 개발청과 KMC는 이제 식물과 동물이 퍼지고, 이주하고, 환경을 회복하는 생태 통로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카트만두밸리는 카트만두를 둘러싸고 있는 계곡으로 타원형 그릇 모양이며 녹색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천연 숲의 보고다. 히말라야 문화의 핵심 지역으로서 네팔 산악 지역의 중심 거주지역이었고 세계적인 유적과 기념물들이 그득하다.
1980년대까지 카트만두는 녹색의 도시였다. 가로수와 초원지대를 포플러와 자카란다가 멋지게 장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계곡의 침식과 관리 부재, 도시개발과 도로 확장 등으로 나무들이 대거 잘려 나갔다. 녹색 카트만두는 건조지대로 변모했다.
잠시 나무 공부… 자카란다는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열대 아열대 수종이다. 냉해만 조심하면 온대 지대에서도 자라는 능소화과의 교목이다. 꽃은 종 모양처럼 생긴 푸른 연보라색으로 늦봄의 거리를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호주와 캐냐의 국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네팔의 국가적인 조건이 일부 전화위복으로 돌아왔다. 가난한 신흥국이었기 때문에 개발 속도가 늦었다. 지정학적으로는 녹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산악지대라는 점, 역사적으로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이라는 영향이 컸다. 그래서 카트만두밸리는 녹색지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녹색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려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스마트시티에 대한 다양한 정의에서, 녹색의 열린 공간에 대한 접근과 사회적 연결의 느낌이 살기 좋고 활기찬 도시를 만든다면서 이것 역시 스마트시티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네팔과는 지정학적인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역시 산지가 전 국토의 70%다. 자연환경의 빼어남은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경제규모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있다. 나름 ‘돈’ 관점에서 투자 여력도 있다.
산지의 비중이 높은 지역은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대도시 역시 산을 울타리 삼아 만들어졌다. 서울이 그렇고 대구나 전주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자연을 살리는 적절한 IT투자가 가미된다면 특징적인 스마트시티로의 변신도 가능하다.
환경부나 산림청 등 자연을 관리하는 부처가 지자체와 협력해 파괴적 개발에 강하게 맞서고 녹지공간과 스마트시티를 통합하면 자발적인 사회적·정치적인 참여도 이끌어낸다.
자연과 숲을 살린 도시 조성은 탄소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무는 산소 배출하고 탄소를 줄이며 소음을 줄이고 온도를 조절한다.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돕는 피톤치드 등 등 에센셜 오일도 방출한다. 스마트 헬스케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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