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온 나라가 '도파민'이라는 단어에 중독된 듯하다. 자극적인 숏폼 영상부터 연일 TV 뉴스를 가득 채우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폭등 소식까지, 세상은 우리에게 더 크고, 더 화려하며, 더 즉각적인 보상을 탐하라 손짓한다.
한여름 무인도에 표류했다가 갈증을 해소하겠답시고 눈앞의 바닷물을 마시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모두 그 결과를 잘 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의 짜릿한 시원함도 잠시, 들이키면 들이킬수록 바닷물은 몸 안의 수분을 앗아가고 이전보다 더 극심한 갈증과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좇고 있는 자극의 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숫자로 나타나는 성취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치장은 일시적인 쾌감을 줄지 몰라도, 그 순간이 지나간 뒤의 삶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갈증을 채우려다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텅 빈 내면의 허망함과 끝없는 욕심이다.
더 큰 문제는 자극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감각이 무뎌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작은 성취나 소박한 일상에도 감사하고 기뻐했던 마음이, 더 강하고 자극적인 보상 없이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마비 상태에 이르게 된다. SNS에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전시하고 타인의 시선이라는 보상을 갈구하는 현상도 결국 무뎌진 감각을 깨우기 위해 더 강한 필터를 덧씌우는 과정과 같다.
바닷물은 아무리 마셔도 바닷물이고, 그 바닷물은 결국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망칠 뿐이다. 세상이 이토록 소란한 자극의 홍수로 넘쳐나는 때일수록,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눈 앞의 화려함에 현혹되고 매몰되기보다 세상의 소음에 묻혔던 내 영혼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주변을 돌아보는 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 ‘내 욕심과 허영이 먼저’라는 오만을 내려놓고,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온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절실하다. 아침을 깨우는 가족의 다정한 기척, 묵묵히 출근길을 지탱해주는 모든 이들의 노고, 심지어 눈부신 아침 햇살까지도. 내 주변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정도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도파민이 이끄는 대로 삶의 속도를 맞추다 보면 결코 행복의 종착지에 닿을 수 없다. 진정한 충만함은 밖에서 끌어오는 자극의 양이 아니라, 내 안의 불필요한 욕망을 덜어낸 빈자리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고요한 평온으로 채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세상의 요란한 불빛을 잠시 멀리하고 내면의 좁은 문을 열어 정직한 자신과 대면하는 침묵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단단한 자아와 재회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