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김나연, 심두보 기자| 카카오페이증권이 자사 MTS를 통해 투자자들의 ‘수익 인증’ 사례를 실시간 푸시 알림(Push notification)로 노출하며 투자자들의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불안)를 자극하고 있다. 수익을 거둔 일부 투자자들의 성공 사례만을 강조해 투자 참여를 부추기는 방식이 과도한 투자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MTS 고객들에게 ’○○○○ 토론방에서 +○○, ○○○, ○○○원(+○○. ○○%) 수익인증!’과 같은 푸시를 하루에도 수차례 실행하고 있다. 당 알림을 클릭하면 게시판 형태의 토론방이 열리며, 이곳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종목을 매수·매도한 내역과 실현 수익률을 인증하고 있다. 또, 앱에서 ‘지금 52.6% 오른 주식에서 대화 중’ 등과 같은 문구를 통해 고객이 변동성이 매우 높은 특정 종목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실상 ‘남들은 벌고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이다.
한 사용자 A씨가 공개한 화면을 보면, 삼성전자 250주를 매도해 +10,193,845원(67.90%)의 수익을 올렸다는 게시글이 게시돼 있다. 또 다른 투자자는 SK하이닉스 132주 매도로 +4,961,853원(7.34%)의 수익을 인증하며 “감사합니다. 더 높이 갈 겁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댓글에는 “시드 부럽다”, “와우”, “남아 있는 주식이 있으니 더 올라라” 등의 반응이 달리며 분위기를 더욱 부추긴다.
◆ 경쟁사 토스증권도 해외주식 옵션 문제로 지적 받아
이러한 행태는 업계 선발주자인 토스증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토스증권은 복잡한 금융상품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쉬운 금융’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고위험 상품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이달 초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던 ‘해외주식 옵션’이다. 토스증권은 지난달 27일부터 옵션 서비스 사전신청을 받았고, 이달 3일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10일부터 전체 고객에게 기능을 개방하고 정식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범 운영 기간 중 토스증권이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를 퀴즈형 인터페이스로 단순화하고, 화면 전면에 ‘엔비디아 5% 상승 시 옵션 수익 +214%’와 같이 수익률을 강조한 문구를 배치한 것이 화근이 됐다. 직관적인 설명 뒤에 '원금 전액 손실'이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는 가려졌다는 평가다. SNS 등지에서는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냐”, “주린이(주식 초보자)들이 토스증권에 많은데 첫 시작이 옵션일까 겁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토스증권은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정식 출시를 잠정 연기했다. 혁신적인 UI도 좋지만, 고위험 파생상품을 마치 게임 아이템 고르듯 접근하게 만든 방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토스증권의 이런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미수거래’라는 용어를 ‘외상구매’로 바꿔 표기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시정 명령을 받았다. 빚을 내 투자하는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외상’이라는 가벼운 단어로 희석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 손실 사례는 보여주지 않아…투자의 게이미피케이션 문제
문제는 핀테크 증권사들이 화면 어디에도 손실 사례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수 개인 투자자는 특정 시점의 급등 종목에 몰리지만 이후 하락 구간에서 큰 손실을 본다. 그러나 이들은 수익 사례만을 앞세우며 ‘누군가는 벌고 있다’는 환상을 심고 있다. 이는 투자를 마치 게임처럼 유도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전형으로, 미국에서는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핀테크 증권사 '로빈후드'다. 2020년 로빈후드를 이용하던 대학생 알렉스 컨스(당시 20세)는 앱 화면에 표시된 '마이너스 73만 달러(약 10억 2000만 원)'라는 잔고를 실제 빚으로 오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복잡한 옵션 거래를 게임처럼 단순화한 인터페이스가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킨 결과였다.
미국 규제 당국은 이를 단순한 마케팅으로 보지 않았다. 매사추세츠주 증권 당국은 로빈후드가 ▲첫 거래 시 화면에 흩날리는 축하 꽃가루(confetti) 효과 ▲복권을 긁는 듯한(scratching off) 당첨 이벤트 ▲주가 상승 소식을 공유해 FOMO를 자극하는 푸시 알림 등으로 "경험 없는 초보 투자자를 위험으로 내몰았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로빈후드는 지난 1월, 75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고 앱 내 게임 요소를 전면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혁신'이라는 포장지로 감싼 과도한 마케팅이 결국 규제의 철퇴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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