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비율 산정의 핵심 변수인 ‘암호화폐 시장’, 불확실성 급증
네이버파이낸셜 주주들 “코인베이스처럼 될 수도”…두나무는 방어 태세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비트코인이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 여파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합병 논의의 중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암호화폐 시세 및 거래량과 직결돼 있는 만큼, 합병 비율 산정을 두고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두나무 밸류에이션의 핵심은 ‘암호화폐 가격과 거래량’
두나무의 가치 평가는 본질적으로 암호화폐 시장 상황에 크게 연동된다. 두나무의 핵심 수익원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거래 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가격 자체가 하락하거나 시장 관심이 줄어 거래량이 급감하면, 이는 곧바로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비트코인의 시세와 코인 시장의 활력이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에 비트코인 급락과 함께 거래량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시장에서는 “기존에 논의됐던 합병 비율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크립토 윈터가 발생했던 당시 미국 코인베이스의 사례는 암호화폐 시장 침체가 주요 거래소의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충격을 명확히 보여준다. 암호화폐 시장의 풍향계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2022년 초 4만 7740달러에서 연말 1만 6529달러까지 65% 가량 하락하자, 같은 기간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250달러 선에서 35달러 선으로 86% 폭락했다. 이번 비트코인 조정이 두나무 밸류에이션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네이버파이낸셜 주주들, 더 낮은 합병비율 요구할 명분 확보
18일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만 9000달러 대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지난 10월 6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12만 6272달러) 대비 1개월 만에 28% 이상 하락한 수치다. 9만 달러 선이 무너진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기술적 지표가 암호화폐 약세장 전환을 가리킨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16일 사이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지는 ‘데스 크로스(Death Cross)’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 하락세가 장기 추세보다 가파르게 나타나는 신호로,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전환되는 징후로 해석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수급이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술적 분석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과거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장기 약세장)는 통상 12개월에서 14개월간 지속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약 6만 9000달러 언저리이던 2021년 11월 시작된 마지막 크립토 윈터는 2022년 말 1만 3600달러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약세장 종식 이후 비트코인이 전고점을 회복하기까지는 추가로 약 486일(1년 4개월)이 소요됐다.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폭락이 약세장 진입에서 전고점 회복까지 2년이 넘는 장기 침체의 '초입'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 같은 시장 침체 징후는 네이버파이낸셜 측 주주들에게 ‘협상력 강화’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불안정한 암호화폐 시장을 근거로 “지금의 두나무 가치 평가가 과도하다”거나 “시장 조정이 지속될 경우 합병 비율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두나무 가치가 암호화폐 시장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을 들어 네이버파이낸셜 주주들이 합병비율 조정 요구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코인베이스 사례처럼 실제 밸류에이션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두나무는 방어 총력…“단기 조정일 뿐, 장기 성장성은 유효”
반면 두나무 주주들은 암호화폐 시장이 단기 조정 국면에 있을 뿐, 장기 성장성은 변함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현물 ETF 시장 확대,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수요 증가, 글로벌 규제 명확화 등 업계의 ‘구조적 성장 동력’을 근거로 합병비율 하향 조정 요구를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두나무 내부에서는 “코인베이스 역시2022년 하락기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여 현재는 다시 높은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며 “단기 조정에 의존한 밸류에이션 절하는 미래성장성을 반영하지 못한 평가”라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합병 비율 산정은 결국 미래 현금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인데, 암호화폐 시장 변동성은 이 미래 가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최근의 급락은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간 협상 테이블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