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풀필먼트형 리커머스의 선두주자 차란 밸류 '흔들'..'킬존' 초래
-막강한 경쟁자 '무신사 유즈드' 출현으로 밸류에이션 하방 압력

출처=마인이스 홈페이지
출처=마인이스 홈페이지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패션공룡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른바 골목상권을 침범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무신사는 새로운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신규 런칭했는데, 이 사업모델(비즈니스 모델)은 앞서 지난 2022년 사업을 개시한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 차란과 동일한 것으로, 추가 자금유치를 앞둔 이 회사의 기업 밸류에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신사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스마트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킬존(Kill Zone)'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벤처캐피털업계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무신사는 전날(26일) 패션 중고상품을 거래하는 신규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론칭했다. 무신사 유즈드는 풀필먼트(Fulfillment)형 리커머스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무신사에 앞서 풀필먼트형 리커머스를 시작한 곳 중 하나는 마인이스다. 해당 스타트업은 ‘차란’이라는 명칭의 패션 중고 상품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마인이스는 2023년 8월 차란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고 의류를 판매 대행하는 이 플랫폼은 앱을 통해 수거 신청부터 세탁, 촬영, 상품 정보 기재, 배송까지 전 과정을 대행한다. 무신사의 무신사 유즈드나 일본 조조타운의 조조 유즈드(JOJO USED)와 거의 동일한 서비스다.

차란의 중고 상품 유통 구조 / 출처=마인이스 홈페이지
차란의 중고 상품 유통 구조 / 출처=마인이스 홈페이지

강력한 경쟁사 등장으로 투자 유치 난도 높아져

투자도 받았다. 2023년 여러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50억여 원의 자금을 제공받았다. 2024년에는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도 진행했다. 이 투자 라운드에는 해시드, 알토스 벤처스, SBVA, 딜리버리히어로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마인이스는 올해 시리즈 B 라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 유즈드가 등장함으로써 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난도는 더 높아졌다. 15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무신사가 자신들과 동일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

무신사의 시장 진입은 경쟁 강도를 심화시킨다. 이는 고객 획득 비용(CAC) 상승으로 이어진다. 차란이 추가적인 고객을 유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기존보다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벤처캐피털은 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와 단위당 CAC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이는 피투자 기업이 수익성을 확보하게 될 때까지의 기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무신사 유즈드 론칭과 동시에 시작된 이벤트 / 출처=무신사 홈페이지

특히 풀필먼트형 리커머스는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고객 획득을 위한 마케팅과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물류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지닌 무신사와의 경쟁 구도는 마인이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신사는 무신사 유즈드 론칭과 동시에 이벤트를 전개했다. 무신사는 8월 26일부터 9월 25일까지 한달 동안 중고 상품 판매자에게 업로드 건당 100원의 무신사머니를 지급한다. 또 판매 수수료의 50%를 역시 무신사머니로 되돌려 준다. 판매 수수료는 10~80%로 책정되어 있으며, 판매가가 높아질수록 수수료는 낮아지는 구조를 띤다. 이번 이벤트는 이미 수요자, 즉 회원을 확보해 두고 있는 무신사가 중고 상품의 공급자를 단기간 내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포하고 있다. 

IPO 앞둔 무신사, ‘킬존’마저 만들까?

무신사는 향후 수년 내 IPO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를 위한 상장 주관사 선정 단계를 밟고 있다.

기업들은 IPO를 앞두고 ‘성장 스토리’를 갖추는 데에 집중한다. 특히 신사업 추진은 기본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과 성장 기회 확대를 의미한다. 기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에서의 기회를 모색하여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 출처=무신사 홈페이지

무신사는 IPO를 앞두고 패션에 국한하지 않고 뷰티·오프라인 리테일·해외 진출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무신사 유즈드도 새로운 사업 파이프라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무신사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른바 ‘킬존(Kill Zone)’을 형성할 우려도 있다. 킬존은 시장지배적 기업이 진출한 영역에서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기피되는 현상을 말한다. 무신사의 1500만 회원 규모와 막강한 자금력을 고려할 때, 향후 패션 중고거래 분야에서 투자자들은 차란과 같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킬존이라는 개념은 2018년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Union Square Ventures)의 매니징 파트너인 알버트 벵거(Albert Wenger)가 시카고대학교 스티글러 센터의 반독점 패널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벵거에 따르면, 대형 플랫폼은 자신들 플랫폼 내에서 잘 되는 사업 유형을 파악해, 해당 영역의 신생 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거나 흡수하는 전략을 취한다. 벵거는 “킬존은 실제 현상”이라며 “우리는 ‘킬존에 속하지 않을 수 있는 영역’에만 투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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