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이커머스·중국 플랫폼의 국내 패션 사업 진입…경쟁 강도 심화
매출 성장 속도 완만해질수록 밸류에이션 멀티플도 덩달아 떨어져
성장 둔화 직후 기업가치 뚝…런웨이·스티치 픽스 사례 참고해야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고도 성장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있어 ‘성장 속도’는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시속 200km로 달리던 기업의 속도가 갑자기 100km로 줄어들게 되면, 투자자들은 “다시 200km로 달릴 수 있을까?”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무신사도 이 지점에 서 있다. 무신사는 폭발적인 성장 속도를 보인 바 있다. 2016년과 2017년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43.43%, 43.38% 증가했다. 2018년에도 매출은 59.63% 늘었다. 2019년 매출은 무려 103.26%나 증가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매출 성장률도 40~50%대를 유지했다.
그리고 둔화의 조짐은 2024년에 나타났다. 무신사는 2024년 1조 242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에 비해 25.13% 증가한 수치다. 오랜 기간 40% 이상으로 나타나던 매출 성장률이 20%대로 뚝 떨어진 것이다.
2025년 1분기 실적은 이 조짐에 우려를 더했다.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은 29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5%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세이긴 하나, 무신사가 ‘고도 성장기’는 지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을 수 있는 결과다.
급변하는 경쟁 환경, 대형 이커머스의 진입
이 같은 매출 성장의 둔화 배경에는 대형 이커머스의 패션 시장 진출이 있다.
쿠팡은 상품 커머스(Product Commerce) 사업 부문에서 의류·패션 카테고리를 주요 성장 엔진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쿠팡은 2020년 4월과 2024년 11월에 각각 C.에비뉴(C.AVENUE)와 C.스트리트(C.STREET)를 론칭했다.
C.에비뉴는 엄선된 패션 브랜드를 모아 둔 곳이다. 브랜드와 상품 카테고리별 탐색 기능이 강화되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용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상품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C.스트리트는 패션 셀렉숍이다. 40여 개의 브랜드가 참여하며, 대표 브랜드로는 로라로라, 키르시, 클락스, 보카바카, 마크모크, 비브비브 등이 있다.
쿠팡만큼 무신사에 위협적인 플랫폼은 또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다. 이 중국 플랫폼은 K-배뉴(K-VENUE)를 통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배뉴의 론칭 시점은 2023년 10월이다. 한국 상품 전용 판매 채널로, 국내 브랜드 제품을 빠른 배송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배뉴는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판매자에게 당근을 제공했다. 국내 판매자에게 입점일 기준 90일 수수료 0%, 그리고 연간 매출 5억 원 이하 판매자에 대해 1년 간 50% 수수료 환급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K-배뉴 내 패션 카테고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24일 “2월 한국 패션 카테고리의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약 38배 급증했다”며 “케이베뉴에는 여성 및 남성의류 쇼핑몰 및 디자이너 브랜드 등 국내 400여 개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초저가 의류에 강한 중국 플랫폼 테무와 쉬인도 무신사의 경쟁 그룹에 속한다. 테무는 2023년 7월에, 쉬인은 2024년 4월에 각각 한국에 진출했다. 이 두 플랫폼은 초저가 정책을 통해 남성층을 공략하고 있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과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대체로 2023년과 2024년부터 한국 패션 사업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무신사가 과거 10여년 동안 보였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기에 더 어려운 환경이 갖춰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고도 성장 기업의 속도 저하는 기업가치에 직격탄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한 임원은 무신사의 매출 성장 속도를 잘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실적에서 무신사의 매출 증가 속도가 더뎌졌다는 조짐은 나왔다”며 “이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하는 게 무신사 밸류에이션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도 성장 기업에게 있어 성장 속도의 둔화는 주가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가치에서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의 비중이 큰 기업의 경우, 성장세 둔화는 주가에 직격탄이 된다.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와 스티치 픽스(Stitch Fix)가 대표적인 사례다.
의류 대여 플랫폼 렌트더런웨이는 고가의 디자이너 의류를 빌려 입을 수 있도록 하면서 젊은 세대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었다. 대중의 인기에 힘입어 2021년과 2022년 이 기업의 매출은 각각 전년보다 29%와 46%씩 증가하는 매우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2021년 IPO 시점에 렌트더런웨이는 P/S 3.4배라는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적용받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매출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주가도 처참히 무너졌다. 2022년 11월 모건스탠리는 “웹트래픽의 증가폭이 9월 45%에서 10월 7%로 급감했다”며 “유의미한 둔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는 렌트더런웨이의 목표주가를 10달러에서 2.5달러로 크게 낮췄다. 기업가치를 무려 4분의 1로 내려잡은 것이다.
온라인 개인 맞춤형 패션 플랫폼인 스티치 픽스도 유사한 길을 걸었다. 개인의 성향에 맞는 옷을 큐레이션해 배송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티치 픽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CAGR)은 23.54%에 달한다.
위기는 2021년에 왔다. 매출이 22.8%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스티치 픽스의 성장이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해에 스티치 픽스의 주가는 42% 폭락했다. 2022년 스티치 픽스의 매출이 4% 감소하자 주가는 60% 더 하락했다. 2022년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이 기업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최고 100억 달러까지 갔던 시가총액은 현재 6억 8000만 달러까지 추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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