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스마트시티 구축은 크게 두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기존의 도시를 스마트하게 변신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예 새로운 도시를 창조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는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학문과 저널리즘의 융합을 추구하는 더컨버세이션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들어 비교 분석하는 글을 게재했다.
남아공은 인구의 거의 70%가 도시에 사는 도시 주도 국가다. 그러나 도시 서비스와 기반 시설은 요즘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중소 도시의 기반 시설은 붕괴하고 있으며 대도시의 서비스 수준은 악화일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남아공이 선택한 것은 새로운 도시들로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정치적 영역에서의 의지가 강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2019년 국정연설에서 새로운 스마트시티 건설을 구상했다. 이후 그는 란세리아(요하네스버그 북쪽), 무이클루프(프리토리아 동쪽), 이스턴케이프 와일드 코스트 신도시 건설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전 야당 지도자 므무시 마이매네는 남아공은 현재의 구상보다 두 배가 많은 16개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도시들은 더 새롭고, 더 똑똑하고, 더 지속 가능한 기반 시설이 설치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남아공의 경우 건설비는 기존 도시의 악화되는 인프라를 개선할 필요성과 직접적으로 경합하는 현실 문제다. 계획된 신도시 개발은 남아공의 미래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다른 도시에 대한 투자재원을 고갈시키는 오류가 될 수도 있다.
세계의 대부분의 유서 깊은 대도시들은 지역 경제의 성장에 대응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 왔다. 현대에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신도시 개발이 급증했다. 대도시의 개발을 분산시키고 더 큰 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노동자 가정을 위한 더 나은 생활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서구 국가들은 완전히 새로운 신도시 개발을 외면했지만 1990년대 무렵부터 동아시아와 중동 등 다른 지역에서는 신도시 개발이 탄력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도시로 몰려드는 수억 명을 위해 새로운 도시가 건설됐고 사우디는 거대 스마트시티 네옴을 건설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집트가 신도시 개발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초기 신도시 개발의 물결은 2008~9년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직전 일어났다. 나이로비에서 남쪽으로 64km 떨어진 곳에 있는 콘자 테크, 바다를 매립해 신도시를 구축하는 라고스 외곽의 에코 애틀랜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주춤했다. 고인이 된 남아프리카 학자 바네사 왓슨은 그것을 "환상"이라고 불렀다.
제2의 물결은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업자 렌데보르에 의해 시작됐다. 나이로비 외곽의 타투 시, 가나의 킹, 아크라 인근 아폴로니아 등 떠오르는 흑인 중산층을 목표로 한 도시들이었다. 개발 규모는 적었지만 시장에 기반을 둔 탓에 성공을 거두었다.
가장 최근의 물결은 완전히 새로운 스마트시티의 건설이다. 남아공의 란세리아가 대표적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래퍼 애이콘이 건설한다는 세네갈의 에이콘 시티, 빌 게이츠가 애리조나에 건설한다는 스마트시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보츠와나에 네오 가든스라고 불리는 2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남아공도 아파르트헤이트 하에서 거의 80개의 새로운 도시들을 세웠다. 산업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웰콤, 밴더빌파크, 사솔버그, 세쿤다 등이 대표적이다. 한 때는 번성했으나 이들 도시의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경쟁 격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선전, 나이지리아의 아부자, 영국의 밀턴 케인스 등 신도시 경제가 번영한 사례들도 있다. 선전은 1980년대에 민간 부문에 개방된 중국의 첫 번째 계획도시 중 하나로 홍콩과 가깝다. 글로벌 기업 텐센트가 도시 건설의 주역 중 하나다. 아부자는 국가의 수도다. 밀턴 케인스는 주요 대학과 역동적인 산업 클러스터가 있다. 성공에는 이유가 있다.
신도시는 인프라 개발에 대규모 자원을 사용할 수 있고 경제 활동을 상당부분 신도시로 돌릴 수 있을 만큼 빠른 동아시아 국가 또는 급속한 경제 및 인구 증가 지역에서 더 좋은 실적을 보인다. 따라서 새로운 스마트시티에 대한 전망은 개발되는 맥락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신도시는 새로운 기반시설을 처음부터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결과적인 면에서 높은 위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신도시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기존의 도시들을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남아공은 여러 맥락상 새로운 스마트시티 건설보다는 기존의 도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스마트시티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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