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아카풀코 주민들은 지난주 초 잠자리에 들 무렵 “수요일에는 돌풍과 약간의 폭우가 예상된다”는 예보를 들었다. 평범한 열대 폭풍인 오티스(Otis)는 해안으로 이동하는 동안 ‘점진적으로 강화’될 정도로만 예상됐다. 그런데 오티스는 다른 어떤 폭풍보다 급격히 드세졌다. 기록상 하루라는 짧은 기간 동안 초강력 5등급으로 급등한 역대 가장 강력한 재앙적인 허리케인으로 등재됐다. 하루 사이에 초강력으로 발달한 이유를 워싱턴포스트가 전문가들의 발언과 함께 분석해 게재했다.
폭풍우가 초강력으로 발달하자, 국립허리케인센터(National Hurricane Center)의 예보관들은 오티스의 변신을 ‘악몽의 시나리오’, ‘매우 위험한 상황’ 등으로 묘사했다. 어떤 예보관들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컴퓨터 모델은 초기 오티스의 풍속이 최고 시속 96km 수준일 것으로 시뮬레이션했다. 폭풍이 빠르게 강해질 조짐을 보인 화요일에는 수치 예측이 조금 상향 조정됐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티스는 시속 264km의 바람을 타고 아카풀코 근처 해변에 상륙, 인구 100만 명의 도시 전부를 무방비 상태로 몰아 넣었다. X(구 트위터)에서 기상학자들은 이 예보를 "이해할 수 없는 실패", "엄청난 규모의 실패", "재앙적인 실패"라고 묘사했다.
허리케인 경보는 상륙 24시간 전까지 멕시코 남부 서부 해안에 발령되지 않았다. 예측했어도 카테고리 1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화요일 오전 9시 허리케인 센터는 상륙 약 15시간 전 여전히 카테고리 1로 예측했다. 그런데 오티스 상륙 12시간 전인 오후 3시에 등급은 카테고리 4로 급등했다.
풍속을 거의 160km나 잘 못 예측한 것은 유사 이래 드문 현상이다.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의한 바닷물 온도의 급상승을 꼽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와 바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허리케인이 갑자기 거세지고 예측할 수 없는 폭풍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지난 2017년 MIT 허리케인 과학자 케리 에마누엘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허리케인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극단적이고 급속한 강화 사례가 21세기 말까지 최대 20배 더 흔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티스는 열대성 폭풍에서 12시간 만에 카테고리 5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발전했으며, 풍속은 24시간 만에 184km로 뛰었다. 에마뉴엘 교수의 논문과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속도로 강화되는 대서양 폭풍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티스 상륙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북미 또는 남미의 전체 태평양 해안선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멕시코 서해안에서는 정기적으로 허리케인이 발생하고, 오티스는 한 달 만에 멕시코에 상륙한 네 번째 폭풍이지만, 이들 중 다수는 상륙 전에 약화됐다. 그런데 오티스는 마지막 순간에 반대로 더 강해졌다.
높은 고도의 바람은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오티스가 더 강렬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수온도 섭씨 약 31도에 달했다. 10월 하순인데도 목욕탕 수온과 크게 다르지 않게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오티스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폭풍우의 크기였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었던 오티스는 매우 국지적인 환경 조건에 특히 민감했으며, 강도가 급격히 변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강해진 것이 이례적인 현상임에는 틀림 없으며, 이것이 기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음은 모든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오티스의 풍속은 12시간 만에 시속 144km로 뛰어올랐다. 이는 동태평양 허리케인의 신기록이다. 그러나 24시간 폭풍우 강도는 2015년 허리케인 패트리샤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패트리샤의 최고 풍속은 24시간 만에 시속 192km를 뛰어 넘었다. 결국 시속 240km 카테고리 4로 발달했고, 육지에 접근하면서 약화되었다. 패트리샤는 시속 344km의 바람을 동반한 기록상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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