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주택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모듈로 주택은 탄소배출과 폐기물을 줄이고 어려움이었던 생산성과 인력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 콘크리트 건축공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잖다.
콘크리트를 건축 현장에서 직접 타설하고, 양생·경화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전통적인 철근 콘크리트 공법에 비해 모듈러 공법은 공정의 대부분을 건설 현장이 아닌 다른 별도의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고, 이를 현장으로 옮겨와 단순 조립하는 방식이다.
현장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고, 환경 폐기물을 감축시킬 수 있다. 특히 소음·분진 발생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사기간도 철골콘크리트구조 방식 대비 40~60% 짧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친환경 건축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완제품 이동을 위해 특수차량과 대형 크레인이 필요해 물류비용은 종전의 일반 콘크리트 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비싸다. 대부분의 모듈러가 주문자별 소량 생산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존 철근콘크리트방식에 비해 화재에 취약해 이 부분 역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올 여름 입주를 앞둔 용인 영덕의 '경기행복주택'이 모듈러 공법으로 건설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이곳은 공장에서 가구와 가전, 전기설비 등이 설치된 모듈을 준비했다. 완성된 모듈을 현장으로 옮겨와 하나씩 쌓아 올리는 적층식 공법으로 제작됐다.
통상 2년 가량 소요되는 13층 높이 106 가구 규모의 건물물을 완공하는 데 소요된 기간은 1년1개월. 기존 공법에 비해 절반 가량 공사기간을 줄였다.
13층 높이의 공동주택을 모듈러 주택으로 시공했다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시공사는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행복주택도시공사 고시(고시 제2023-49호)에 따르면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은 연면적 6967㎡에 총 사업비는 211억 1000만원규모다. 사업비가 평당 약 900만원에 달하지만 실제 공사비는 약 7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단순 공사비만 놓고 보면 사업성이 나쁘지 않지만 모듈러 주택으로 지으면서 시공사는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외 모듈러주택 사업역량을 키우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의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모듈러주택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밝은 편이다. 건설업계에선 국내 모듈러 주택시장이 5년 이내 1조~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영환경이 탄소중립 생태계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모듈러 주택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모듈러 주택 시장에 발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국내 모듈러시장의 선두주자는 포스코이앤씨와 자회사 포스코A&C다. 포스코A&C는 50여년간 누적된 설계·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듈러의 설계부터 공장제작·시공까지 원스톱 토털 서비스(One-Stop Total Service)가 가능한 국내 유일의 모듈러 전문기업이다.
포스코A&C는 2012년 국내 최초 모듈러 공동주택인 청담MUTO(18세대)를 시작으로 △SH 가양 라이품(30세대) △평창동계올림픽 호텔(300실) △LH 옹진백령 공공주택(152세대) △세종 사랑의 집(16세대) 등 모듈러 주택 분야에서 국내 최대 실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층 높이의 광양제철소 생활관 기가타운을 준공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모듈로 주택사업인 ‘세종 6-3 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 사업 시공권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내 건설사 도급순위 1위 삼성물산도 모듈러 주택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제작시설을 사우디에 설립·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네옴시티와 중동에서 발주 예정인 대형 프로젝트 수주 기반을 다졌다.
삼성물산은 2021년 건축본부 산하에 모듈러주택팀을 설치한 후 4월에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 180억원 규모의 모듈로 주택을 수주하고 6월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내 스마트건설지원 제2센터를 모듈러 공법으로 준공했다.
GS건설은 지난 4월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통해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자이가이스트 목조 모듈러 주택은 구조체를 공장에서 생산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으로 설계와 건축 인허가 기간을 제외하고 2개월 안에 주택 한 채를 지을 수 있다.
GS건설은 2020년 모듈러 전문업체인 폴란드의 단우드사와 영국 엘리먼츠사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모듈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듈러 주택 사업이 포함된 GS건설의 신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1.7% 성장해 2조 250억원을 올렸다.
코오롱글로벌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초기 모듈로 공법으로 음압병동을 공급해 눈길을 끌었지만 이후 사업이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올 1분기에 탄소섬유복합소재로 모듈러 건축 유닛을 생산하는 엑시아머티리얼스 지분 56%를 취득하며 자회사로 영입했다.
엑시아머티리얼즈는 코오롱글로벌이 지분을 투자한 올레팜의 자회사다. 금속이나 콘크리트 등의 구조재를 사용하지 않고 컴포지트 패널만으로 건물을 세울 수 있는 `열가소성 컴포지트(LiteTex®)`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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