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의 2022년 여름은 최악의 더위로 기록될 전망이다. 향후 100년을 내다보면 올해가 최고로 선선한 여름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재난은 그만큼 우리 도시를 위협한다. 올해 여름은 강이 마르고, 산불이 맹위를 떨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잔인한 더위의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쪽에서는 홍수로 도시가 물에 잠기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곳에서는 가뭄으로 물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극과 극의 양상을 보였다. 어느 쪽이든 스마트시티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들이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동아시아에서는 기온이 과거 기록을 깼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더위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인재에 가까운 화재는 유럽 대륙 전역에서 100만 에이커 이상의 땅을 태웠다. 미국에서는 7월에 텍사스의 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치솟았다. 멕시코의 가뭄은 물 배급과 물 절도를 초래했다. 60년 만에 최악의 폭염을 겪은 중국에서는 당국이 공장을 폐쇄했다.
의회와 정부는 극단적인 날씨와 자연재해가 지역사회와 주민의 건강에 최악의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일부 도시들은 ‘열관리책임자(CHO)’라는 직책을 만들어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유사한 역할의 관료들을 배치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구과학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폭염과 가뭄을 계속 심화시킬 것이라고 단언한다. 열은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져 있다. 홍수나 허리케인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신호가 시각적이기 때문에 즉시 인지하지만 열은 건강상의 위험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위는 특히 도시에서 치명적이다. 어두운 지붕은 열을 흡수하고 건물을 뜨겁게 한다. 사무실 건물 창문의 유리는 단단하고 건조한 도로에 햇빛을 반사한다. 좁은 도로와 높은 건물들은 공기의 통행을 방해하고 시원한 바람을 막는다.
녹지가 제한된 도시의 모든 자원들이 도시 열섬 효과를 일으킨다. 경의선 숲길이 조성된 이후 서울시에서 열섬 효과를 조사 분석한 결과 한여름 가장 더운 낮 숲길 내부 온도와 바깥 도로의 기온 차이가 5도를 넘었다. 자연 녹지에 비해 도시의 열섬 효과가 그만큼 높다.
록펠러재단 복원력센터는 3년 전, 지자체들이 혁신적인 해결책을 고안하고 실행할 권한을 부여받은 열 관리 책임자를 설치하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가 지난해 제인 길버트를 세계 최초의 CHO에 임명했다. 아테네와 산티아고를 포함한 여러 도시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 외에도, 다른 도시의 기후 대응 관료들은 덥지 않고 탄력적인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유사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4개 도시의 열 관리 정책을 소개했다.
그리스 아테네는 올 여름은 지난해에 비하면 양호하게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기록적인 폭염으로 화씨 기준 세 자릿수의 기온(화씨 100도는 섭씨 37.8도)과 빈번한 산불로 얼룩진 여름이었다. 그러나 아테네는 올해도 어김없이 폭염에 대한 조기 경보가 발령됐다.
아테네는 지난해 처음으로 엘레니 미리발리를 CHO로 임명했다. 그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악성인 극심한 더위는 기후 변화가 아테네에 야기한 핵심 이슈“라고 언급했다. 그녀는 최근 유엔 해비타트(유엔 인간거주 위원회)의 글로벌 최고 열관리 책임자가 되었다.
그녀는 아테네에서 기상학자 팀과 협력, 과거의 날씨 패턴을 기반으로 폭염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아테네는 이 데이터를 이용, 건강에 미치는 위험에 따라 폭염을 4단계로 구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올 여름 최고 기온은 지난해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가장 위험한 1등급으로 분류된다. 주민들에게 경고 메시지가 발령됐다. 시정부는 주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핫라인 네트워크를 설치했다.
과거의 경험도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기원후 140년경에 지어진 하드리아누스 수도교는 거의 2000년 동안 아테네 지하 12마일의 터널을 통해 물을 수송해 왔다. 이 수도교는 한때 식수의 원천이었지만, 최근에는 폐기물로 인해 오염돼 그대로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
아테네 시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식물 통로를 만들고 녹지 관개로 이 물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미니 공원을 포함한 새로운 녹지 공간은 그늘과 습기를 제공함으로써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녹지 공간에 관한 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노력을 따를 도시는 몇 되지 않는다. 녹지 공간 조성은 극심한 더위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바르셀로나 정책의 중심축이다. 시의 기후 대응 총책임은 엘로이 바디아 부시장 담당이다.
시는 2020년부터 더위를 피하기 위한 대피소 네트워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피소 지도는 도시 전역에 약 200개 지점을 표시하고 있다. 그 중 일부에는 실내에 에어컨까지 설치돼 있으며, 전문가를 배치해 건강 유지를 위한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지도에는 분수대와 그늘이 많은 공원과 정원도 표시돼 있다. 시는 매 4년마다 100에이커의 녹지를 도시에 추가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은 극심한 더위를 포함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다. 도시화 속도도 빠르다. 인구의 대다수가 자급자족 농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후 변화로 농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고 있어서다.
시에라리온의 수도인 프리타운 역시 CHO를 두고 있다. 현재는 유제니아 카르보가 그 직책을 맡고 있다. 그는 국가의 환경 위기가 국민들의 도시 이동을 초래했으며, 이는 다시 삼림 벌채와 더위 문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르보의 업무는 주로 열로부터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일이다. 프리타운 인구 120만 명 중 35%는 고온에 견디지 못하는 비공식 거주지에서 살고 있다. 신도시 지역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프리타운의 42개 시장 중 한 곳에서 노점상으로 채소와 과일을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들 중 십여 개 이상이 야외에 있는데, 여성들은 하루 종일 햇빛 아래 서 있다. 시장에 그늘막을 설치해 여성들을 보호하는 일 등이 카르보의 업무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는 총 인구의 약 40%인 8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살고 있다. 시는 겨울(남반구는 현재가 겨울이다)을 지나면서 수도권의 더위를 담당할 첫 번째 CHO로 크리스티나 후이도브로를 임명했다. 산티아고는 10년 이상 가뭄과 씨름해 왔으며 저소득 지역에 특히 심각한 도시 열섬 효과를 보이고 있다.
후이도브로는 산티아고와 주민은 특히 더위에 취약하다면서 내년부터 대규모의 나무와 숲 조성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약 200만 달러가 투입된다. 또 녹색 지붕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붕 위에 식물을 심어 만든다. 녹색 지붕은 전통적인 지붕 표면보다 열을 덜 흡수하고 건물 안으로 스며드는 열의 양을 줄이는 단열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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