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정책기관 경제혁신그룹(EIG: Economic Innovation Group)이 최근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이 발표한 인구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도시의 미래를 예측한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된다. EIG 홈페이지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에서 어린이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도시의 운명은 오래지 않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감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시작된 원격 근무가 기업 생산성 면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은 반면, 개인 및 가정생활에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했다. 도시에서의 생활문화 자체가 바뀐 것이다. 개인들의 직업관도 달라졌다. 소위 긱(GIG) 워커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통근 및 사무실 출근’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났다. 반강제 조치였지만 결과는 엄청났다. 열대 섬과 같은 피서지는 아니더라도 도심 빌딩 숲에서 벗어나 나무 울창한 자연의 숲에서 업무 전화를 받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알게 된 것이다. 가정에서 줌 미팅 중에 카메라를 끈 채 집을 청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요리하면서도 회의 진행에 무리가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위기는 원격근무 혁명으로 연결됐다. 감염병 기간 동안 사람들이 도시와 직장을 떠났다. 미국의 주요 대도시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족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는 원격 근무 하나만은 아니지만, 보고서는 원격 근무가 ‘가족 인구 변화 추세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썼다.
연구원들은 특히 특정한 세대와 그룹이 떼를 지어 대도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어린 아이들이었다. 연구팀은 최소 25만 명 이상으로 정의한 대도시군의 경우 2020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년 동안 5세 미만 아동이 3.7% 감소했다.
연구팀원 애덤 오지멕과 코너 오브라이언에 따르면, 이 수치는 조사의 타임라인을 팬데믹의 초기까지 포함시킬 경우 더 커진다고 밝혔다. 과거로 1년은 더 소급해 2019년과 2021년 7월 사이로 넓히면 대도시 지역의 5세 미만 아동 인구는 5.4% 감소로 비율이 더 늘어났다.
오브라이언은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포춘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연구팀이 충격받은 것은 변화의 속도였다"라고 말했다. "한 도시에서 1~2년 동안 어린이의 5~10%를 잃는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도시의 운명이 우리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변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5세 미만의 어린이가 5.6% 감소했다. 그리고 맨해튼은 같은 기간 동안 9.5%가 줄었다.
대도시를 떠난 것은 5세 미만의 어린 자녀를 둔 가정뿐만이 아니다. 미성년 자녀를 둔 다수의 가정들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18세 미만 미성년 아동이 3.1% 감소했으며, 뉴욕 카운티는 18세 미만 아동이 5.1% 줄어들었다. 코로나19가 그 추세를 가속화시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대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감소율이 국가 전체와 다른 소도시 또는 농촌지역의 감소율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이는 명백한 코로나 효과”라고 해석했다.
대부분의 주들이 등록된 학생 수에 기반해 지원 자금을 할당한다. 젊은 가정이 도시를 탈출함으로써 도시가 교육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은 줄어들게 된다. 미국 내 다수의 대도시들이 선순환 구조에서 악순환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보고서는 시카고의 공립 유치원의 등록 학생 수가 2020년에 30% 감소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연히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격감이었기 때문에 추세를 알려주는 비율은 아니다. 뉴욕시의 경우, 기존의 4세 사전 K 프로그램은 약 1만 3000명 감소했다.
보고서는 국가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국가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대도시들이 급격한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상당부분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범죄율을 대폭 낮추든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든 가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한국 서울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듯하다. 서울의 절대 인구는 이미 줄어들고 있다. 감소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의식주 비용이 너무 높은 것이 주요인이다.
보고서는 도시들이 가족, 특히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 미래 세대를 고민하지 않으면 사회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EIG 보고서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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