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는 역대 최악의 기후 위기를 겪고 있다. 최대 규모의 산불과 최악의 가뭄이 대표적이다. 그 이유 중 주요한 부분을 주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오일머니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회사들의 로비가 차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 대응을 위한 비영리단체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는 기후 해결에 대한 진전을 거의 이루지 못해 정치인들의 투표 기록과 예산 및 정책을 평가하는 환경 단체로부터 거의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지난해 발의됐거나 준비됐던 여러 기후 대책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러자 캘리포니아 환경단체 인비로보터스(EnviroVoters: 환경유권자)는 1973년 이 단체가 연례 성적표를 발표한 이래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에 대해 최하점인 D등급을 부여했다. 캘리포니아 자연보호 유권자연맹(California League of Conservation Voters)의 메리 크리스만 CEO는 "캘리포니아에 이렇게 낮은 점수를 준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들은 지난 2018년 ‘오는 2045년까지 전기 소매 판매의 100%를 재생 에너지와 탄소 제로 연료로 만들도록 요구하는’ 법을 통과시킨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기후 법안을 제정하지 않았다. 2018년의 법안도 당시 주 환경보호청이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삭막해질 캘리포니아의 미래를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었다. 보고서는 과거 수년 동안 기록적인 기온과 2012~2016년 사이의 역사적인 가뭄, 그리고 당시로서는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치명적인 산불을 겪으며 발표됐다. 그런데 그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지난해 캘리포니아 산불은 더욱 심혀쟀다.
보고서는 "기록적인 고온에서 급증하는 대형 산불과 해수면 상승까지, 기후변화는 캘리포니아의 환경, 공중 보건, 그리고 경제에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의 기후 문제는 악화일로다. 지난해 여름에는 기온이 섭씨 50도른 넘는 날도 빈번했다. 사람이 외부로 나가 돌아다니기 어려운 기온이다. 사막지대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의 한여름과 유사한 분위기가 캘리포니아에 조성되고 있다. 연중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던 캘리포니아는 이제 기억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의회의 스티브 베넷 의원은 "정치인들은 15~20년 후에나 일어날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 기후 문제가 그렇다“며 ”그러나 캘리포니아에 닥친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결과는 절박감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미 마감 시한을 놓쳤다.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불같은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2018~2019년 사이 2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불과 1.6% 줄이는 데 그쳤다. 최악의 기후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추량을 당장 그 비율의 2~3배 높여야 한다. 그러나 입법 조치는 더디고 오일머니에 흔들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의 3분의 1이 오일머니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의원 96%가 지난 두 차례 선거기간 동안 석유회사와 그 정치행동위원회로부터 기부금을 받았으며 민주당 의원도 52%에 달한다.
의원들 가운데 가장 낮은 낙제점수를 받은 민주당 루디 살라스(베이커스필드)는 캘리포니아 석유 산업의 심장부인 컨 카운티를 대표한다. 살라스는 선거자금 포털 ‘팔로우 더 머니’에 제출된 기록에서 2012년 이후 석유 및 가스 산업으로부터 28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받았다.
살라스 의원은 기후 입법을 지연시키는 선봉장이다. 반면 베넷을 포함한 몇몇 의원들은 위원회와 원내 투표에서 환경 및 기후 법안을 지지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석유업계는 선거운동 기부금 외에도 정치인들과 규제당국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5성급 리조트에 머물며 호화 파티를 열고 있다. 인비로보터스 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석유 로비 조직은 석유 산업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약 7750만 달러를 지출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 검사로 재직 중인 데이비드 추 전 의회의원은 최근 캘리포니아의 기후변화와 재앙을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기"라고 우려했다. 몇 달 전 의회를 떠난 추는 "조만간 우리가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태, 미래,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면서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는 원유의 대량 생산으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빅5 석유 및 가스 회사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의 일부 의원들이 기후 개혁법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수월한 통과를 낙관하지 못한다. 캘리포니아는 오렌지, 올리브, 와인 등 농산물 생산지로도 유명하지만 원유를 비롯한 각종 화석연료도 풍부하고 돈을 많이 보유한 관련 기업들도 많다. 그런가하면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지식산업의 본산이기도 하다. 여러 산업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의회 로비를 주도하고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은 화석연료 등 기후 대응에 악영향을 끼치는 영역이다. 이들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존재가 환경 대응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를 유발하고 있다. 기후 대책에 불성실할수록 후원과 기부금은 쌓인다. 캘리포니아가 최악의 환경적 재앙에 시달리는 배경에는 이런 인재(人災)성 요인도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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